#5. 소박하지만 소담한 일상
국어사전에 의하면, 동기화(同期化)는 ‘작업 사이의 수행 시기를 맞추는 것’이라고 한다. 핸드폰으로 따지자면, 정보를 최신 상태로 만들어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핸드폰이 동기화되면서 발생한 일이 있었다. 아내는 자신이 쓰던 핸드폰을 나에게 줬는데, 어떤 일인지 서로의 정보가 자꾸 동기화되어 공유되었다. 나와 아내의 연락처, 사진 등이 섞이면서 말 그대로 대혼돈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동기화를 통해 아내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워너원(특히 강다니엘)을 향한 팬심이다. 사전첩에는 워너원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반면, 나는 레고를 좋아한다. 아내는 내 사진첩에 있는 레고 사진을 보면서 그동안 숨겨놨던 레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가진 비밀을 ‘동기화’했다.
덕분에 나와 아내는 한동안 각자의 ‘덕질’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각 방과 창고에는 굿즈와 레고로 가득 찼다. 둘 다 ‘이건 아니지 않니?’라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지자, 우리의 ‘덕질’은 사그라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 다 가장 열정적으로 ‘덕질’에 임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덕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동기화(動機化) 덕분이다. 한자가 다른 이 동기화는 ‘자극을 주어 생활체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동기화와 완전 뜻이 다르다.
앙리 루소, <자화상:풍경>, 1890.
나와 아내의 ‘덕질’이 뜨겁게 불타올랐던 것은 그것들이 삶의 활력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덕질’에서 그쳤다면, 앙리 루소는 ‘성덕’에 이른 화가였다. 세관원이었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독학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창시해 나갔다. 결국, 자신만의 환상적인 세계관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이름을 날렸다. ‘일요화가’라고도 불렸던 그의 그림 중 하나인 <자화상:풍경>은 세관원이자, 화가로서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루소는 원시적인 형태의 그림을 그리면서 각광을 받았는데 피카소의 예술세계에 영향을 주기도 했을 정도다. 세관원에 불과했던 루소가 화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순수한 열정과 창의적인 표현력 때문이다.
루소를 보면서, ‘덕질’을 ‘성덕’으로 만드는 가장 큰 힘은 동기화(動機化)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덕질을 해보자, 그리고 동기화를 통해 ‘나만의’ 전문성을 갖춰나가는 것.
나의 내면에 있는 ‘동기화’를 일깨워 보자. 앙리 루소의 <뱀의 매력>처럼 말이다. 혹시 아는가? 수년 뒤, 그 분야의 ‘성덕’이 되어 있을지 말이다.
앙리 루소, <뱀의 매력>,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