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입니다만

#3. 소박하지만 소담한 일상

by 도슨트 춘쌤

누구나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신생아인 다윤이도 마찬가지다. 그녀를 두렵게 하는 대상은 침대가 아닐까? 그렇게 잘 자다가도, 침대 위에만 누우면 소리를 지르고 운다. 등이 딱딱한 침대가 불안감을 주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푹신한 곳에 놔두기도 그렇다. 뒤척이다 질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윤이가 잘 깨지 않도록 최대한 다독여주다가 반 수면 상태가 될 때(이때 타이밍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침대에 살포시 놔둔다. 여러모로 봤을 때, 다윤이게 두려움이란 침대와 동의어이다.

어른의 눈에 봤을 때 침대는 편안한 공간이지, 두려움의 공간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나와 아내는 다윤이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는 것도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누구나 대상이 다를 뿐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상대적이다.

나는 ‘운전’이 그렇다. 22세에 첫 면허를 따고서도 십수 년을 운전하지 않았다. 무서워서였다. 운전 생각하면 하면 식은땀이 날 때도 있었다. 내가 교통사고를 낼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연습 중 두 번 사고를 내봤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가능하면 나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하지만 꼭 운전을 해야 하는 날들이 있다. 그런 날은 하필, 비가 오거나 밤이다. 나는 두려움과 공포가 극도에 달하며, 운전하는 매 순간 긴장한다. 껌을 씹으며 좌우를 바라보고, 앞에 차선을 지키려 하고, 신호를 어기지 않으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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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상처 입은 사슴>, 1946.


프리다 칼로는 열여덟 살 때, 교통사고로 척추가 부러졌다. 승객용 손잡이의 파이프가 그녀의 가슴과 척추, 골반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30번에 달하는 수술과 통증, 후유증의 그녀의 삶을 짓눌렀다. 그녀가 그린 <상처 입은 사슴>은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그렸다.

나는 매번 운전할 때마다, 프리다 칼로의 심정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그리고 살아서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이렇게 운전을 두려워할까?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아니었을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비약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운전을 했다.

막상, 집에 도착하고 나니, 내가 우스워 보였다. 별것 아닌 것에 과도한 걱정을 하며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한 번, 두 번 성공하고 나서는 두려움도 반감되었다. 이제는 제법 먼 곳으로도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보다 분명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프리다 칼로도 마찬가지였을까? 그녀는 자신의 혼이 담긴 그리면서, 두려움을 극복한 것 같다. 1946년에 그린 <희망의 나무, 굳세어라!>에서는 고통 가득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희망의 나무에서 단단히 지키라!”라는 문구를 손에 들고 있다. 그녀를 보면서, 두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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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희망의 나무, 굳세어라!>, 1947.


누구나 두려움은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마주하고 나의 일부분으로 인정할 때 분명 어제보다는 더 두렵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자신감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프리다 칼로처럼.

두려움. 그것을 뒤집으면 자신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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