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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슨트 춘쌤 Jul 27. 2024

아주 사적인 마음 산책(2)

황룡사에서 발견한 것들


옷은 땀으로 흥건했다.

곳곳에 쉰내가 내 몸을 감싸는 듯했다. 

그래도 난 걸었다. 








오로지

황룡사 9층 목탑지를 향해!




왜 나는 그렇게 황룡사 9층 목탑이 보고 싶었던 것일까?

간절함 때문이다. 

신라의 간절함의 정수. 




아웃사이더,

슬로 스타터,

한때 고구려의 속국이자, 

가야에게 위협을 받던 소국 사로.




그 작디작았던 국가가 

이제는 가야를 병탄하고

백제 성왕을 죽이며, 

고구려를 위협한다. 



이제, 

삼국 통일의 목전 앞에 서 있다. 

굳이 아소카왕의 이름을 빌려

장육상을 세운 이유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 유명한 불교의 전륜성왕 아소카 왕도 못 만든 불상을 

신라 진흥왕이 만든다?

그것은 부처가 함께는 '될 수밖에 없는 나라' 신라를 향한 

간절함이다. 

누군가 진흥왕의 이런 모습에 혀를 찼을 수도 있다. 


"저 돈으로 무기를 더 만들지!"







하지만 진흥왕은

무기 살 돈으로 황룡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런 마음을 담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힘내면 통일이 다가오고 있음이다. 

통일은 무기로만 할 수 없는 

간절함의 에너지를 더 가진 존재가 달성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100년 뒤, 선덕여왕은 

같지만 다른 뜻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외쳤을 것이다. 



백제와 고구려의 연합 앞에서 

신라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동서남북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선덕여왕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적인 통합뿐이었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며, 

조금만 더 힘내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선덕여왕이 황룡사 9층 목탑을 짓는다고 했을 때, 

아마 진흥왕처럼 많은 사람들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능한 왕. 나라가 망해가는데 뭐 하는 짓이야?"

"저러니 비담이 반란을 일으키지!"



하지만

전쟁에 지친 신라 군인들은 

황룡사 9층 목탑을 보며, 

각 층에 담긴 의미를 되새겼을 것이다. 

살기 위한 간절함을 담고 

다시, 전쟁터로 향하며

더 나은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고픈 마음을 담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 

고려 현종은 거란의 2차 침입으로 

수도가 불탔다. 

그런데 그 불탄 수도 재건으로 정신없는 순간에도 

광종 때 불탄 황룡사 9층 목탑을 재건하였다. 


현종은 왜 전쟁 복구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황룡사 9층 목탑을 재건한 것일까?


그것은 

간절함 때문이다. 


간절함. 

그것은 정성이 담긴 절실함이다. 


황룡사는 그 존재 자체로 간절함이 담긴 

절이자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잘 나갈 때, 힘들 때 

힘이 되는 존재.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간절함을 담긴 주문이 담긴 상징물. 



진흥왕, 선덕여왕, 현종은 

모두 황룡사에 간절함을 담아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 자들이다. 







결국, 

몽골의 침략으로 불탄 황룡사를 

고려에서 복원하지 못한 것은 

간절함을 소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난.

그래서 간절함을 소진하는 순간이 두렵다.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까 봐. 

새로운 역사를 쓰지 못할 가봐. 



황룡사를 다시 세우지 못한

고려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나에게 있어

황룡사는 간절함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보기를 바랐다. 

그리고 몇 달의 기다림 끝에 

황룡사를 마주할 수 있었다. 




비록, 

나를 반기는 것은 

뜨거운 태양과 흐르는 땀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감격스러웠다. 

그 넓은 대지 속 황량한 돌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잘 왔다!"

"그래, 너도 간절한 그 무엇인가가 있나 보구나"

"아직 넌 더 힘이 남아 있어!, 포기하지 마!"



나에게 진흥왕, 선덕여왕, 현종이 말을 건네는 듯했다. 


돌들을 밟아보며

그들과 잠깐의 대화를 나눴다. 








간절함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내가 이뤄야 할 목표들, 

다가서야 할 것들, 

힘을 내서 걸어나가야 하는 이유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황룡사지는

누군가에겐, 황량한 터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거대한 에너지 저장소였다. 















그 에너지 저장소. 

간절함을 다시 품어본다. 



나무는 불타도

심초석은 살아남았다. 

그 홀로 살아남은 심초석처럼, 

내 간절함의 뿌리를 제거하지 말자. 



황룡사가 나에게 

알려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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