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눈 깜짝할 사이 내년을 기약하며 사라졌다.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된 벚꽃 구경은 하지도 못했는데. 출퇴근하면서 보기엔 너무 아쉬웠던 2020년 봄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벚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피었다 사라지는 꽃이 왜 좋을까. 영원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그래도 긴 시간동안은 지속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으니까. 그럴 때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나이 먹어봐. 꽃이 좋아질 때가 있어.'
정답이었다. 어느 순간 꽃이 참 좋아졌다. 그 잠깐 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얼마나 많이 노력이 필요했을까. 그걸 깨닫고 나니 벚꽃이 필 때면 기분이 참 싱숭생숭했다. 좋기도 하고 빛 났다 사라지는 것이 꽤나 슬프기도 하고.
어느 덧 에어컨이 없으면 안되는 계절이 왔다. 장미도 지고 이제 초록초록한 풀이 가득한 때가 됐다.
계절이 바뀌듯 나도, 사람들도 모두 변해간다. 싫었던 것들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고 반면 너무 좋았던 것들이 싫어지기도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취향이 달라지고 공감대가 달라지면서 자연히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어릴 때는 그게 참 싫었는데 조금 커버린 지금은 그것이 너무 당연한 세상의 이치같다.
벚꽃이 아름다운 한 순간을 보여주고 사라지듯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에 남았기를 바라며.
camera : Leica minizoom
film : Kodak ultramax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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