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 : Rollei prego90
Film : Kodak Colorplus200 + Ultramax400
여미지 식물원 그리고 천제연 폭포까지 보고 너무 힘들어서 카페에서 쉬다 나오니 빗줄기가 약해졌다. 어디를 갈까 잠깐 고민을 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금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중문에서 금능까지 버스로 한시간 정도. 가는 길 동안 푹 자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막상 버스에 타니 잠이 안 왔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금능으로 향했다.
금능에 도착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해가 완전히 났다.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게 참 좋았다. 제주의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인생의 기복같달까. 슬픈 일도 좋은 일도 한 가지만 계속되는게 아니라는 것. 때로는 비가 올 수도, 때로는 해가 뜰 수도 있다는 것. 제주의 날씨는 그런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언제 봐도 좋은 금능의 바다.
반짝반짝 거리는 윤슬을 바라보고 있자니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나는 저렇게 반짝반짝한 사람이었나. 나에게 저런 반짝이는 시절은 언제였을까. 지금일까? 아직 안 왔을까? 아님 벌써 지나갔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왜 이렇게 모르는게 많은지 모르겠다. 인생이란 참 어렵다.
이상순 님의 <다시>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참았던 울음과 아픈 기억 다 바다에 던진다는 가사를 곱씹으며. 내 상처, 슬픔, 우울함 마저 이 바다에 놓고 간다.
금능에서 협재까지 걸었다. 걷다보니 노을이 지더라. 이렇게 지는 해를 보자니 사람이 참 감성적이게 되더라. 뭐 언제는 안그랬냐만. 이번 여행에 석양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게 되니 너무 좋았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노을을 바라보다가 태풍 링링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비행기표를 바꿨다. 내일 저녁 비행기로. 이틀이나 일정이 앞당겨져서 조금 속상했다.
협재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다시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둠이 덮쳐오는 제주의 색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따. 누군가는 이 노을을 보며 행복해하고 누군가는 이 노을을 보며 슬퍼하지 않을까. 오늘의 나는 노을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저 일찍 육지로 가는 나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위로가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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