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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비용 구체화, 세세하게 나눠본 돈 나가는 영역

[어느 기획자의 평범한 결혼준비]

by 그라데이션
Group 37169.png 결혼준비 프로세스. 우리는 지금 예산 정하기 단계에 있다.


예산의 총량을 정하고 각자의 로망을 확인한 후, 이제 구체적으로 각 항목에 얼마씩 배분할지 결정해야 했다. 금액은 정해졌지만 막연하게 "적당히" 쓰겠다는 계획으로는 예산을 초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산 배분의 시작

"총량은 정했는데 디테일하게는 어떻게 쓸까?"

예산과 돈이 들어갈 부분에 대해서 이제 어느 정도 논의가 되었으니, 그다음 할 일은 구체적으로 각각에 얼마를 쓸지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총량을 정해두고 예산을 분배했기에 어느 정도 수월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고 있던 것은 얼마를 들여야 어느 정도 수준을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결혼 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같은 서비스라도 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서 똑같은 웨딩홀을 예약한다고 해도, 7월과 10월은 비수기와 성수기의 차이가 있었다. 같은 9월이더라도 토요일과 일요일도 가격 차이가 있었고, 토요일 안에서도 11시에서 1시 사이의 황금 시간대냐 애매한 4-5시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이런 복잡한 가격 체계 때문에 한 번에 정확한 예산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우리는 시기나 시간대 같은 변수들은 고려하지 않고, 평균적인 금액 정보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웨딩홀을 고르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웨딩 카페 가입과 정보 수집

"계약 금액을 무조건 공개해야 후기를 쓸 수 있는 곳이 있더라?"


가장 먼저 할 수 있었던 것은 웨딩 카페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유명한 웨딩 카페 중에서 금액을 무조건 공개해야 후기 글을 쓸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 카페와 가장 규모가 큰 웨딩 카페 두 곳에 가입했다.


이런 카페들의 장점은 실제 이용자들의 솔직한 후기와 함께 구체적인 금액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업체 홈페이지나 광고에서는 알 수 없는 숨겨진 비용이나 추가금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이런 건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팁들이 정말 유용했다.


웨딩 카페에서 정보를 수집하면서 결혼식 준비에 돈이 들어가는 카테고리별로 상세히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도 정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웨딩홀, 스드메, 신혼여행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훨씬 세분화되어 보였다.


여기서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진짜 이것만큼은 꼭이라는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예산이 좀 넘더라도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한 것이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혼여행은 재미있게 잘 다녀오고 싶어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을 했다. 장거리 여행에서 피로를 덜 받고, 신혼여행 자체를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결혼 예산에서 항공료에 이 정도 비용을 쓰는 것은 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우선순위가 높은 부분이었다.


또 다른 예시로 웨딩 밴드도 우리가 워낙 많이 커플링을 맞춰서 꼭 하고 싶은 디자인을 고르기로 했다. 9년 동안 연애하면서 기념일마다 커플링을 바꿔가며 착용해 왔던 우리에게 결혼반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예산을 조금 넘더라도 정말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식사 퀄리티도 우리가 타협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하객들이 시간을 내서 축하해 주러 오시는데, 최소한 식사만큼은 만족스럽게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웨딩홀을 선택할 때도 식사 퀄리티를 중요한 기준으로 두었고, 이 부분에서는 비용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전략적 절약 포인트 찾기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자"


중요한 부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덜 중요한 부분에서 절약해야 했다. 우리가 포기하거나 줄인 것들도 많았다. 드레스 투어를 할 때도 비용이 드는데, 투어를 많이 하지 않고 딱 집어서 혜택 제일 많이 받을 수 있는 곳, 가장 다양한 드레스가 있는 곳, 추가금이 없는 곳으로만 가자고 정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서 효율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스튜디오 사진을 찍을 때도 사실 사진을 좀 더 많이 남기고 싶어서 추가 스냅을 찍으려고 했다가, 어차피 평소에 사진을 많이 찍으니까 이번에는 굳이 추가금을 더 들여서 찍지 말자고 했다. 기본 패키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물예단도 전통적인 방식 대신 실용적인 선물로 대체하기로 했다. 형식적인 예물보다는 양가 부모님이 실제로 사용하실 수 있는 것들로 마음을 전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우선순위에 따른 예산 재배치 "아낀 만큼 정말 중요한 곳에 더 투자했어."


이런 식으로 아낄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난 다음에, 결혼식에서 잘 투자하고 싶은 부분에 더 많이 쓰는 것들을 많이 이야기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예를 들어 드레스에서 절약한 비용을 신혼여행 숙소 업그레이드에 사용하거나, 예물예단에서 아낀 돈을 웨딩 밴드에 투자하는 식으로 예산을 재배치했다. 전체 예산은 그대로 유지하되, 우리의 우선순위에 맞게 돈의 흐름을 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건 서로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예비 신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



현실적 기준점 설정하기

"이 정도면 우리가 만족할 수 있겠다는 기준을 나눠보자"


Group 37183.png 구체적으로 예산을 나누기 위해서 활용한 엑셀 시트


각 카테고리별로 정보를 수집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후에는, 구체적인 예산 범위를 설정했다. 웨딩홀은 얼마에서 얼마 사이, 스드메는 어느 정도 수준, 신혼여행은 어떤 규모로 계획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때 중요한 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하한선과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상한선을 모두 설정하는 것이었다. 하한선이 있어야 품질을 보장할 수 있고, 상한선이 있어야 예산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각 항목별로 얼마씩 쓸지가 명확해졌다. 웨딩홀에 얼마, 스드메에 얼마, 신혼여행에 얼마, 기타 비용에 얼마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숫자가 나왔다.


물론 이 예산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업체를 알아보면서 조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하지만 적어도 "대충 이 정도"가 아닌 명확한 기준점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 각 업체를 알아볼 때도 우리 예산 범위에 맞는 곳들을 선별해서 볼 수 있게 되었고, 상담을 받을 때도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예산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결혼 준비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우리만의 가치 기준과 예산 배분이 완성되고 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각 업체를 알아보고 계약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함께 확인하면 좋을 체크리스트

▢ 웨딩 카페 가입해서 실제 비용 정보와 후기 수집하기
▢ 예산이 넘어도 꼭 하고 싶은 것과 포기할 수 있는 것 구분하기
▢ 각 항목별로 하한선과 상한선 모두 설정하기
▢ 파트너와 우선순위 차이 인정하고 타협점 찾기
▢ 전체 예산 범위 내에서 항목 간 유연한 조정 가능하도록 계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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