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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할수록 모든 팀원이 성장하게 만드는 PM 특징

2025년 7월 30일 수요일의 기록

by 그라데이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일단 들어보는 자세


지금까지 일하면서 어떤 사람이 일 잘하는 기획자인지 늘 마음속으로 고민했고, 함께 협업하면서 스스로 정의 내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PM들의 공통점은 개발자의 기술적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한다는 점이었다. 개발자가 "이 기능은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하면, "왜 안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무작정 밀어붙이거나 "다른 회사는 다 하는데 왜 우리만 안 돼요?"라고 반박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대안은 없는지, 일정을 조정하면 가능한지를 차근차근 논의한다.


실제로 이런 PM과 일해본 개발자들은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술적 제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PM과 일할 때 개발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봤다. "이 방식으로는 어렵지만 이렇게 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식으로 건설적인 제안을 한다. 반대로 기술적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는 PM과 일할 때는 개발자들이 소극적이 된다. 최소한만 하려고 하고, 추가적인 아이디어도 잘 내지 않는다. 결국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팀원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주세요 대신

이런 느낌이면 어떨까요라고 말하기


디자이너와의 협업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다. 좋은 PM들은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여기 버튼을 빨간색으로 해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대신 "사용자가 클릭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는 느낌이면 어떨까요?"라고 목적을 설명한다. 방법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달성해야 할 목표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소통하면 디자이너들이 훨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해 보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환경에서 일할 때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단순히 시안을 만들어주는 외주업체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인정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 브랜드 컬러나 UI 컨벤션처럼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을 때는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제약 안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물의 퀄리티도 높아지고, 디자이너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 일은 OO님이 제일 잘할 것 같은데요,

한마디의 힘


팀원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센스도 중요하다. "이 일은 OO님이 제일 잘할 것 같은데요"라는 한마디가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자신의 장점을 인정받는다고 느끼면 더 적극적으로 일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서 일할 때 성과도 더 좋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반대로 강점과 맞지 않는 일을 계속 시키면 팀원도 힘들어하고 결과물도 좋지 않다.


좋은 PM들은 팀원 각각의 성향과 강점을 빠르게 파악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분석을 좋아하는 개발자에게는 성능 최적화나 로그 분석 업무를 맡기고, 사용자 경험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에게는 프론트엔드 인터페이스 개선 업무를 맡긴다. 시각적 표현에 뛰어난 디자이너에게는 브랜딩 작업을, 사용성 분석에 강한 디자이너에게는 UX 리서치를 맡기는 식이다. 이런 배치가 처음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팀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린다. 각자가 자신의 강점을 더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했을 때 원인 분석보다

다음엔 어떻게 할지 먼저 논의하기


실패를 학습 기회로 만드는 팀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좋은 PM의 특징이다. 그래서 회고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누구를 탓하거나 원인 분석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한다. 물론 원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개선 방안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접근 방식은 팀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은 더 도전적인 시도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써보거나,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거나,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시도들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반대로 실패했을 때 질책받는 분위기의 팀은 안전한 선택만 하려고 한다. 검증된 방법만 사용하고 리스크가 있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정체된다. 실패를 학습 기회로 바라보는 문화가 팀 전체의 역량을 키우는 토대가 된다.




개인의 커리어 목표와

프로젝트 목표를 연결해 주는 리더십


각자의 성장을 챙기면서도 팀 목표를 달성하는 균형감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지금 내 연차에서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많은 책과 주변의 케이스에서 경험해 보자면 내가 하는 일이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확신할 때 퍼포먼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PM들은 팀원 개개인의 커리어 목표를 파악하고 있다. 어떤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 어떤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지를 안다. 그리고 이런 개인 목표와 프로젝트 목표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신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그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개발자에게 맡기고, UX 개선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사용자 경험에 관심 있는 팀원에게 기회를 준다.


이런 방식으로 일하면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더 열심히 한다. 단순히 회사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성과도 좋아진다. 자신이 배우고 싶어 하는 영역에서 일할 때 더 집중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 물론 항상 개인 목표와 프로젝트 목표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럴 때는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기회를 약속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팀원들의 성장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좋은 PM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좋은 동료들과 잘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그 좋은 동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늘 마음에 새기면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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