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 Feb 17. 2020

최근 집밥

리버스 시어링한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와 떡국

    최근에 한국에서 지인들도 오고 집밥도 바깥 밥도 공부도 정신없이 슉슉 지나가버렸다.


    템포를 잃지 않으려고 사진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먹은 것 두 가지를 그냥 올린다. 바깥 밥도 틈틈이 올려야 할 텐데 어차피 욕만 할 거 뭣하러 올리나 그런 생각이 계속 든다...



언고기 덜 녹은 고기


    냉동실에 보관해둔 뉴욕 스트립이 한 달이 다 되어가서 먹어 없앴다. 고기는 코스트코에서 사 오기 때문에 보통 두 번 정도 먹을 양이라, 다음 날 먹을 것은 건식 염지 Dry Brining 해두고, 남은 것은 랩으로 공기 없게 둘둘 만 후에 알루미늄 포일로 재 포장해서 지퍼백에 넣고 얼린다. 고기가 3인치(8cm) 정도로 두꺼워서 하루 전에 꺼내서 냉장실에 넣고 해동했는데도 중심부가 약간 해동되지 않았다. 오른쪽에 보이는 오븐용 탐침형 온도계의 탐침을 어렵게 집어넣었는데, 최초 온도가 0도 이하였다. 온도계의 최저 온도가 화씨 32도(섭씨 0도)라서 그 이하의 온도면 온도 자체가 표시되지 않는다. 팬 시어링만이라면 내부 온도가 충분히 올라갈 때까지 겉면 익힘의 정도나 수분 손실이 문제가 되지만, 리버스 시어링일 때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큰 차이는 없다.


    시즈닝은 별거 없이 오븐에 넣기 직전에 소금을 충분히 바르고, 후추와 갈릭 파우더만 약간 더했다. 고기가 두꺼우면 소금을 더 많이 써야 한다. 부피 대비해서 양을 조절하면 된다. 리버스 시어링은 표면 수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제일 편하다. 오븐에서 꺼내서 팬 시어링 할 때도 온도만 적절하면 수분 때문에 기름이 튀는 현상도 거의 없고, 레스팅도 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 오븐을 최저 설정 온도인 화씨 170도(섭씨 약 77도)로 설정했는데, 한 시간 동안 내부 온도가 거의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배가 고파서... 중간에 화씨 200도, 250도(약 93도, 121도)로 올려서 미디엄 레어 목표 내부 온도인 화씨 115도(약 66도)에 도달하는데 1시간 50분가량 걸렸다.


    꺼내서 탐침을 빼고, 충분히 달군 스테인리스 팬에 다른 요리용 기름 없이 지방 부분부터 올려서 각 면 45초씩 구웠다. 이렇게 두꺼운 고기에 한 면이 지방으로 덮여 있는 부위는 짧은 시간 구워도 기름이 충분히 나오기 때문에 굳이 기름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버터로 배스팅 Basting 을 하지 않았다. 버터 맛이 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버터 향이 싫을 때가 있어서 자주 하지는 않는 편이다.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간이 맞고 크러스트만 잘 나오면 고기는 충분히 맛있다.


    살짝 식혀서 레스팅 없이 먹기 좋게 미리 썰어 내는데 이때 녹지 않고 덩어리 진 지방과 근막 등을 제거한다.


    생 토마토와 생 양파 슬라이스, 그리고 크래커 배럴 Cracker Barrel의 체다 맥 앤 치즈를 곁들였다. 항상 마이유 Maille의 올드 스타일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와사비 약간과 함께 먹는다. 생와사비는 정말 비싸기 때문에 일본 마켓에 가서 제일 맛있는거 뭐냐고 물어보면 알려주는 것으로 산다. 가끔 치미추리 Chimichurri 를 만들기도 한다. 건 파슬리도 먹을 만 하지만 생 파슬리를 쓰면 확실히 맛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바람에 배가 고파서 허버허버 먹느라 사진은 까먹었다. 요리도 맨날 이래서 잘 못 올린다.




    백종원 씨 레시피대로... 는 아니고 약간 맘대로 하긴 했는데, 여튼 떡만둣국을 끓였다. 만두는 뉴저지 포트리의 반찬집에서 사 온 냉동 부추만두를 넣었다. 경영이나 이론적인 것만 배우고 레시피는 따라 하지 말아야지 하고 늘 생각하면서, 또 따라한 후에 약간 후회했다. 맛은 있는데, 액젓(태국 피시소스 남쁠라) 때문에 좀 쿰쿰하고 너무 사 먹는 맛이다. 처음 보는 브랜드가 있어서 사온 사골 육수도 뜯자마자 마늘, 양파 파우더 냄새가 확 나고 msg 끼얹은 맛이라 총체적 난국이었다. 재료도 완전히 같지 않은데 알아서 입맛에 맞게 잘 조절해야지 생각 없이 따라 하면 이 사달이 난다.


    다음부터는 원래 사던 사골 육수 브랜드를 쓰고, 액젓 대신 생선 육수나 멸치 육수를 약간 섞는 것으로 대체하는 게 깔끔할 것 같다. 그리고 미국 고기들이 지방이 적은 편이라 양지가 원하는 질감이 안 나서 질깃 텁텁하니 별로였다. 고기는 부위 관계없이 지방이 좀 더 있는 것을 써야겠다.


    살면서 명절에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불효자의 업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맛있는 것 계속 드실 수 있게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빈다.



     2020년 1월 27일

매거진의 이전글 Masterclass Assignment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