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보로 Nov 12. 2022

잘하고 싶은 마음

22.11.11(금)

좋아하는 일 때문에 미치도록 가슴앓이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 역시 좋아하는 일이 있지만 '미치도록'이란 말을 쓰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기타도 그렇고 커피 또한 마찬가지, 평생 업으로 삼겠다고 자신했던 그림마저, 하면 좋고 아님 말고 가 되어 버렸다(들인 돈이 얼만데). 파내고 파내 끝을 본 일이 없고 매번 흐지부지, 지금 쓰는 요가 일기도 언제 때려치울지 모른다.


니콜은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쓰기 때문에 행복하고 글쓰기 때문에 힘들어한다. 기성 출판에서 책 한 권 내는 게 소원이라더니, 욕심은 끝이 없어 또 한 권의 출간 계획을 짜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자신과 조우한 후 우울증이 올라왔고, 그걸 또 글쓰기로 치료 중이다.

후루룩~ 타올랐다가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 열정은, 그녀 앞에 서면 영화 제목처럼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되어버린다.


니콜의 첫 책

며칠 전에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조회수 1,000을 돌파했습니다.'

이게 뭐지? 니콜에게 얘기했더니 스마트폰을 빼앗아가서는 뒤적거린다. 분명 좋은 소식 같은데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자기는 여섯 번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됐고, 조회수도 그리 높게 나온 적이 없는데, 본인이 원하는 걸 너무 쉽게 해 버리는 거 같아 셈이 난단다.


이게 뭔가 싶어 조사를 좀 해봤다. 조회수가 꼭 글의 퀄리티와 비례하진 않는다. 여러 설들이 있지만 모두 가설일 뿐, 우연히 카카오의 로직에 걸렸거나, 네티즌이 원하는 정보가 들어 있었을 확률이 높다. 조회수만큼 구독자가 느는 것도, 라이킷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좀 더 열심히 써보라는 동기부여 정도의 수준이랄까.


어떤 분이 조회수 5,000을 돌파했다며 쓴 글을 봤다. 파티를 벌여야 할 사람이 한 숨을 쉬고 있었다. 본인이 열심히 써온 글은 관심을 받지 못했었는데, 아내와의 에피소드를 가볍고 짧게 쓴 글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회수 자체는 좋지만  산뜻한 기분은 아니란다.


어쩌면 힘을 뺏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 글도, 5,000을 돌파한 글도, 공통점을 꼽으라면 욕심 없이 그냥 쓴 글이라는 거다. 그냥 여행에서의 감정과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 썼고, 그냥 진짜 맛있는 에그타르트 집을 함께하고 싶어 썼다. 내 글로 신춘문예나 노벨문학상 따위를 노릴 생각은 애초에 없다.(줄 생각도 없겠지만)


나의 롤모델들

나 역시 좋아하는 일 때문에 맘을 다칠 때가 있다. 기타 연주가 그것인데, 뭐랄까, 한계가 느껴진달까. 어느 부분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돈다. 15년째 제자리. 잘 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 짜증이 난다.

다행히도 이걸 잘 하건 못하건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맨날 같은 곳을 틀릴 때면 '에이, 이걸로 밥 먹고 살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되지 뭐.' 해버린다. 그렇게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치고 있다. 심심하면 치고, 울적하면 친다. 그냥 치니까, 잘 되건, 잘 안되건 즐겁다.


요가 수련 중 가장 어려운 것이 힘 빼기인 거 같다. 자세가 잘 안 되니까 힘이 들어가고, 힘드니까 또 힘이 들어간다. 힘들면 숨은 가빠지고 미간에 주름이 깊어진다. 미간이 펴져야 인생이 핀다는데 이번 생엔 그른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글쓰기도 요가도 똑같아요. 그냥 하세요. 뭐든 다 그냥 한다는 맘으로 해야 쉬워요.

잘 되건 안 되건, 그냥 나오세요. 나와서 누워라도 있다 가세요. 그렇게 1년 2년 지내다 보면 마음에도 힘이 생겨요. 저도 요가를 시작하기 전엔 힘들고 울적할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마음이 들어요. 니콜님도 그렇게 될 거예요."

니콜은 크게 공감한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과 차담을 하다 보면 알고 있던 사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힘을 빼야 한다. 너무 애쓰지 마라. 사실 다 아는 내용인데, 되짚어가며 공감하고, 생활에 적용해 봐야겠단 각오가 선다.

요가도 글쓰기도 기타 연주도 그냥 하자. 잘한다고 밥이 나오지도 떡이 나오지도 않으니.

힘 빼고 하루하루 그냥을 쌓다 보면 몸에도 마음에도 근육이 붙을 것이다. 그럭저럭 살만해질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그냥 하는것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고수가 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