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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Jul 27. 2023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

우연히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Thérèse Blanche Ernaux, 1940년 9월 1일 ~)를 알게 되었다.

처음 그를 접하게 된 건 책 부끄러움』(2019)을 통해서였다.

나는 그의 솔직하고 거친 글쓰기에 놀랐다. 그리고 금세 부러웠다.

나는 어디까지 솔직한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본인이 느낀 감각을 가장 신선하고 날것의 단어로 옮길 수 있을까?

옮기기에 아주 적합한 단어를 찾았다 한들, 그렇게 옮겨낼 수 있을까? 


에르노는  '글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쓰기, 그것은 무엇보다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행하는 것이다."  (아니 에르노,『집착』, 2005, p.43)


에르노의 소설은 거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글쓰기에 속한다. 작가는 그날그날의 일기를 쓰고, 시간이 지나 본인이 축적한 일기가 하나의 주제를 아우를 때, 혹은 무언가 정리된 하나의 사건으로 여겨질 때, 그리고 그것을 반드시 옮겨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다시 그 일기들을 들추고 책으로 풀어낸다. 그래서인지 '그날이 지나면 설명하기, 혹은 기억하기 힘들 감정'이 거의 없다. 당일의 감정과 생각이 종이에 그대로 옮겨졌으니.


그래서일까?


에르노의 일기장은 가족 혹은 친한 친구, 연인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느낌이다. 내가 봐서는 안 됐을 것만 같은 정도의 정직함이 있기에. 그리고 이 날카로운 올곧음은 나의 마음 한구석을 정확히 찌른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정확히 딱 그 감정을 느꼈었는데 잊어버렸던 것, 혹은 종이로 옮기기에 용기가 부족했던 것들의 뭉치, 그 뭉치를 묶은 끈을 콕 집어 헤친다.


그의 아주 사적인 글쓰기는 아주 사적인 글쓰기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용기가 없어, 혹은 그럴 의지가 없어 그대로 흘려보냈던 수면 아래의 조각뭉치를 건져 올린다. 그의 용기와 솔직함은 다른 사람의 진솔함을 이끌어낸다. 그것이 내가 에르노에 빠진 이유다.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어느 날의 생각과 감정을 흘려보내기 전, 한번 더 잡아 그것을 헤칠 용기와 솔직함을 가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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