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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Jul 27. 2023

귀를 막으면 맛이 안 느껴진다

언젠가 혼밥을 먹을 때였다.


괜히 혼자 밥을 먹을 때면 휴대폰을 보면서 먹게 된다. 사실 실제로 영상을 보거나 할 일이 있어 핸드폰을 하면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나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하는 걸 즐겨하지 않는다. 그래서 괜히 안 들어가던 앱을 켜거나 그냥 아무거나 만지작대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그러기도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꽂고 밥 한술을 떴는데 정말이지 맛이 안 느껴졌다. 그 감각은 기묘했다.


무언가 희뿌연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맛이 아스라했다. 나만 그런 걸까?


나는 내 귀가 '본격적으로' 일을 할 때에 무언가 입으로들어오면, 그 맛을 느끼기 어렵다. 여기서 '본격적'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것이라 한정 지을 수 있다. 일반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먹는 디저트는 맛이 잘 느껴진다.


하지만 내 귀가 어떤 것에 의해 바깥과 유리되었다고 느껴질 때. 바깥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으면서 소량의 공기만 오갈 때. 그러면서도 전혀 다른 선율이 비교적 빽빽하게 들릴 때. 나는 맛을 느끼기 어렵다.


귀를 자유롭게 드나들던 공기대신 딱딱한 무언가가 귀를 꽉 메우고 있어서일까. 무형의 것(공기)에서 무형의 것(음악)이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유형의 것(이어폰)에서 무형의 것(음악)이 흘러나오는 게 어색한 걸까.


그 느낌을 느낀 뒤로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잘 먹지 않는다. 나만 그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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