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의 슬픔
항상 수업을 열정적으로 듣던 둘째는 수업을 안 하겠다고 칭얼거리며 엄마가 옆에 있어달라고 졸라대는걸 간신히 설득시켜 수업을 마쳤다. 마지막 수업이라고 선생님께 그림을 그리고 준비까지 했던 첫째는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이 집을 나서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랜 시간 동안 두 아이들 한글을 너무 잘 가르쳐 주신 분이라 나 또한 감사함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함께 일었다.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인사드리고 문을 닫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첫째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집을 나서는 선생님의 손에도 평소와는 다르게 티슈가 들려 있어서, '선생님도 헤어짐은 슬프시구나. 수업시간에 이미 첫째와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빨간 눈을 한 첫째는 유리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에게 말했다.
"이제 한글 숙제 안 해도 되는 건 좋은데, 선생님 못 보는 거는 슬퍼. 우리 선생님 집에 놀러 가면 안 돼?"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헤어짐은 항상 슬프지. 엄마도 그 마음 잘 알아. 엄마도 좀 슬프네. 나중에 네가 다시 한글공부하고 싶을 때 연락드리고 다시 만날 수 있어. 알겠지?"
두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많은 헤어짐을 경험할 것이다. 사실 이미 많이 경험하고 있다.
캐나다 할머니, 증조할머니의 죽음.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부모님의 직업으로 다른 나라로 떠나가는 반 친구들.
같은 아파트에 살다가 다른 아파트로 이사 가는 이웃친구들.
죽음과 이사로 헤어짐에 이유는 다르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은 똑같다. 헤어짐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두 아이들의 삶에도 무수한 헤어짐이 있을 텐데, 헤어짐도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슬기롭게 잘 이겨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가, 이 세상을 살다 보면 눈물 흘릴 일들이 많을 거야. 하지만 그만큼 웃고 기뻐할 일들도 많단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엄마품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와서 안기렴. 엄마가 두 팔 벌려 안아줄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