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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숙한 영미샘 Mar 09. 2023

눈물의 이별

헤어짐의 슬픔

지난주 금요일은 두 아이들의 마지막 한글 수업날이었다. 


숙제가 버겁다며 그만하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 한 터라 1년 정도 쉬었다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선생님께 한 달 전부터 미리 말씀드려 놓았다. 그런데, 이제는 숙제를 안 해도 된다고 신나 하던 아이들이 마지막 수업 전부터 이상했다.


항상 수업을 열정적으로 듣던 둘째는 수업을 안 하겠다고 칭얼거리며 엄마가 옆에 있어달라고 졸라대는걸 간신히 설득시켜 수업을 마쳤다. 마지막 수업이라고 선생님께 그림을 그리고 준비까지 했던 첫째는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이 집을 나서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랜 시간 동안 두 아이들 한글을 너무 잘 가르쳐 주신 분이라 나 또한 감사함과 헤어짐의 아쉬움이 함께 일었다.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인사드리고 문을 닫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첫째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 한글 수업을 마친 날 6살 아이가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집을 나서는 선생님의 손에도 평소와는 다르게 티슈가 들려 있어서, '선생님도 헤어짐은 슬프시구나. 수업시간에 이미 첫째와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빨간 눈을 한 첫째는 유리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에게 말했다.

"이제 한글 숙제 안 해도 되는 건 좋은데, 선생님 못 보는 거는 슬퍼. 우리 선생님 집에 놀러 가면 안 돼?"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헤어짐은 항상 슬프지. 엄마도 그 마음 잘 알아. 엄마도 좀 슬프네. 나중에 네가 다시 한글공부하고 싶을 때 연락드리고 다시 만날 수 있어. 알겠지?"


4살의 둘째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평상시 아주 재미있게 잘하던 수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며 자신의 슬픔을 표현했다.

어찌할 수 없는 아쉬움

두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많은 헤어짐을 경험할 것이다. 사실 이미 많이 경험하고 있다. 

캐나다 할머니, 증조할머니의 죽음.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부모님의 직업으로 다른 나라로 떠나가는 반 친구들.

같은 아파트에 살다가 다른 아파트로 이사 가는 이웃친구들.


죽음과 이사로 헤어짐에 이유는 다르지만,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은 똑같다. 헤어짐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두 아이들의 삶에도 무수한 헤어짐이 있을 텐데, 헤어짐도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슬기롭게 잘 이겨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가, 이 세상을 살다 보면 눈물 흘릴 일들이 많을 거야. 하지만 그만큼 웃고 기뻐할 일들도 많단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엄마품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와서 안기렴. 엄마가 두 팔 벌려 안아줄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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