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심리발달
그렇다면 자아정체성의 발달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말 그대로 ‘나’에 관한 다양한 물음에 답을 고민해 가며 ‘나’만의 답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함께 연결해서 고민해 가며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죠.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나’는 무엇을 싫어하고,
‘나’는 왜 살아가는지
삶에 대한 개인만의 가치와 이유를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이전에는 부모님이 하라고 하는 대로 행동했다면 이제는 아이 본인이 독립적인 개체로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시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죠. 청소년들에게 남은 80-90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인 것이죠.
자아정체성은 직업 선택 혹은 성 역할뿐만 아니라 삶의 목적과 인생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도 핵심이 되는 요소입니다. ‘나’를 알아야 내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성찰도 할 수 있게 되고,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들여다볼 심리적인 힘이 생기게 됩니다. 정체성 발달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랑’에 필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성인기(18~35세)가 되면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과 사회적인 생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즉 일과 사랑인 거죠. 친밀감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자아정체감 확립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내가 누군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만 타인과 친밀한 관계 안에서 개인만의 건강한 바운더리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나’에 대한 자기감이 부족하다면 관계에 대한 집착 혹은 반대로 무심한 경향이 나타날 수 있게 됩니다.
적절한 자아정체감을 확립하지 못하게 된다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철수하게 되거나 고립되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나에 대한 확실감이 없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도 어렵고 힘들기만 한 거죠.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귀찮다 여기며 관계에서의 철수가 이루어지고 개인적인 활동에 몰두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청소년기에 자아정체성을 잘 확립하게 될 경우, 성인 초기 동안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며, 사랑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청소년기는 이렇듯 친구 관계 안에서 친밀감 연습도 해 보며,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을 통해 자아정체감도 천천히 그려 나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친밀한 관계를 하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 동안 이성관계뿐만 아니라 친구관계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어떻게 친밀감을 쌓아 나가야 하는지를 수많은 연습을 통해 성인 초기를 준비하는 것이죠. 관계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친밀감 유지를 위해 예의, 신뢰, 존중, 진심 등의 노력이 있어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교우관계를 통해 연습하며 자신만의 관계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청소년기의 이러한 경험은 초기 성인기의 친밀한 사이에서 성숙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유명한 대학에 진학하고, 멋진 직업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입니다. 사랑이 있어야 일상생활에 의미도 활력도 함께 생기니까요. 사랑이 없다면 좋은 학벌도, 내가 가진 돈도 보기 좋은 허울일 뿐이겠지요. 사랑이 없는 속은 공허해서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테니까요.
여러분들만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