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오늘 왠지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윤석중 씨가 작사한 동요 옹달샘이 생각나는 밤이다.
왜 이 노래가 생각이 났냐고?
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 보시라.
우리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다.
아들이 중학교에 가서 달라진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들의 저녁 식사시간.
초등학교 때에는 가족이 함께 7시에 저녁시간을 먹었다면, 학원이 늦게 끝나는 날 중학생 아들은 우리가 저녁 식사를 마친 후인 8시에 먹는다.
그래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설거지를 7시 40분에 1번, 8시 20분에 1번 더 해야 한다.
물론 "아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하실 분이 있겠지만, 우리 집에는 설거지를 쌓아 놓는 것을 무지 싫어하시는 최강자님이 계셔서, 밥을 먹으면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
아내에게 설거지 모았다가 한 번에 하자고 하면 아마 이런 대답을 할 것이다.
"화장실 가서 큰 일 보고 네 시간 말렸다가 털래. 비데로 바로 씻을래."
각설하고
상황은 다음과 같다. 1차 설거지를 마친 마치고 '이제 좀 놀아볼까?' 하며 거실에 앉아 있는데 '띠띠 또 똑' 현관 비밀 번호를 누루고 우리의 大 중학생 1학년 아들이 들어온다.
"오~ 아들 고생했어."
엄마가 학원 공부를 마치고 들어온 아들을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격하게 마중한다.
학원 갔다 온 아들을 보니 개선장군이 따로 없다.
"엄마. 나 지우개 없어서 지우개 사야 될 것 같아."
"어 그래?" 아내의 시선이 나에게 맞춰진다.
"여보. 나무문구점 가서 지우개 다섯 개만 사와."
"어. 알았어."
마침 애용하던 펜 케이스가 망가져 새로 교체도 할 겸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다. 문구점에서 지우개 사 아들 책상에 올려놓는다.
'이제 좀 쉬어볼까' 하고 있는데 수영장에 갈 준비를 하던 아내가 또 나를 부른다.
"여보. 설거지 좀 해요."
"민준이 중학생인데 민준이 보고 하라고 그래."
"왜 애한테 시켜. 애 공부하느라고 힘들었잖아."
"나도 회사에서 일하는 거 힘들었는데."
"애가 하면 그릇 지저분해. 그냥 하세요~"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한다.(다들 이렇게 살죠?)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빨래 접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아들 학용품 심부름도 다녀왔는데. 또 설거지를 시키네. 중학생 아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는데 아내는 그렇지 않나 보다.
산문가 소유정의 글에 따르면
사람이 하는 일은 가능성과 의지에 따라 세 가지의 수행명제가 도출된다.
1) 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불가능~무의)
2) 할 순 있지만 하기 싫음(가능~무의)
3) 할 수 있으니 해야 함(가능~유의)
지금 저녁을 먹고 거실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중학생의 설거지는 1번처럼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내 판단은 '2번 할 순 있지만 하기 싫음'에 해당된다.
아내에게는 '시킬 순 있지만 시키기 싫음'에 해당되겠지.
여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아들 중학생이야. 이제 좀 시킬 건 시키자.
"우리 아들 설거지는 충분히 할 수 있어!"
여보 없을 때 아들한테 설거지하라고 할 거야. 정말~ 진짜로.
(이상 소심한 결심)
도대체 중학생 아들이 먹은 설거지는 누가해야 될까요?
와이프 보여 주게
댓글 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