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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May 15. 2023

아들이 먹은 설거지 누가 와서 하나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오늘 왠지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윤석중 씨가 작사한 동요 옹달샘이 생각나는 밤이다.


왜 이 노래가 생각이 났냐고?

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 보시라.




우리 아들은 중학교 1학년이다.

아들이 중학교에 가서 달라진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들의 저녁 식사시간.

초등학교 때에는 가족이 함께 7시에 저녁시간을 먹었다면, 학원이 늦게 끝나는 날 중학생 아들은 우리가 저녁 식사를 마친 후인 8시에 먹는다. 

그래서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설거지를 7시 40분에 1번, 8시 20분에 1번 더 해야 한다.


물론 "아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하실 분이 있겠지만,  우리 집에는 설거지를 쌓아 놓는 것을 무지 싫어하시는 최강자님이 계셔서, 밥을 먹으면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

아내에게 설거지 모았다가 한 번에 하자고 하면 아마 이런 대답을 할 것이다.

"화장실 가서 큰 일 보고 네 시간 말렸다가 털래. 비데로 바로 씻을래."


  



각설하고

상황은 다음과 같다. 1차 설거지를 마친 마치고 '이제 좀 놀아볼까?' 하며 거실에 앉아 있는데 '띠띠 또 똑' 현관 비밀 번호를 누루고 우리의 大 중학생 1학년 아들이 들어온다.


"오~ 아들 고생했어."

엄마가 학원 공부를 마치고 들어온 아들을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격하게 마중한다.

학원 갔다 온 아들을 보니 개선장군이 따로 없다.

"엄마. 나 지우개 없어서 지우개 사야 될 것 같아."

"어 그래?" 아내의 시선이 나에게 맞춰진다.

"여보. 나무문구점 가서 지우개 다섯 개만 사와."

"어. 알았어."

마침 애용하던 펜 케이스가 망가져 새로 교체도 할 겸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다. 문구점에서 지우개 사 아들 책상에 올려놓는다.



'이제 좀 쉬어볼까' 하고 있는데 수영장에 갈 준비를 하던 아내가 또 나를 부른다.

"여보. 설거지 좀 해요."

"민준이 중학생인데 민준이 보고 하라고 그래."

"왜 애한테 시켜. 애 공부하느라고 힘들었잖아."

"나도 회사에서 일하는 거 힘들었는데."

"애가 하면 그릇 지저분해. 그냥 하세요~"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한다.(다들 이렇게 살죠?)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빨래 접고,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도 하고, 아들 학용품 심부름도 다녀왔는데. 또 설거지를 시키네. 중학생 아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는데 아내는 그렇지 않나 보다.



산문가 소유정의 글에 따르면

사람이 하는 일은 가능성과 의지에 따라 세 가지의 수행명제가 도출된다.

1) 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불가능~무의)

2) 할 순 있지만 하기 싫음(가능~무의)

3) 할 수 있으니 해야 함(가능~유의)



지금 저녁을 먹고 거실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중학생의 설거지는 1번처럼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내 판단은 '2번 할 순 있지만 하기 싫음'에 해당된다.

아내에게는 '시킬 순 있지만 시키기 싫음'에 해당되겠지.


여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아들 중학생이야. 이제 좀 시킬 건 시키자.

"우리 아들 설거지는 충분히 수 있어!"



여보 없을 때 아들한테 설거지하라고 할 거야. 정말~ 진짜로.

(이상 소심한 결심)




"아들 먹은 설거지 누가 와서 하나요

아들 먹은 설거지 누가 와서 하나요

저녁에 아빠가 아들에게 시키다

엄마한테 걸려서 혼만 나고 하지요."







도대체 중학생 아들이 먹은 설거지는 누가해야 될까요?

와이프 보여 주게

댓글 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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