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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 권영하

by 권영하




울 엄마 / 권영하


주렁주렁 자식들을 어깨에 매달고

오이 같은 삶을 살다 가셨지

척박한 땅에 입술을 꼬옥 붙이고

가냘픈 몸으로 일어나

가시덤불과 담벼락을 타고 오르셨지

자양분이 없어 입이 말라도

앙상한 몸이 왜바람에 마구 흔들려도

허공을 더듬으며 길을 만드셨지

젖꼭지 물고 있는 노오란 화관들이

푸르게 다 자랄 때까지

실가질 덩굴손으로 부여잡고 견뎌내셨지

누렇게 뼈만 남은 몸으로도

수액을 줄기 끝까지 보내어 주셨지

그 덕분에 우리는

통통하게 햇빛살을 채울 수가 있었지


- 시 전문 계간지『시에』(2025)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401497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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