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한다고? 오히려 좋아!
결국 '낮은' 수준에 맞는 학원이 없어 수학 개인지도를 받게 되었다.
가장 낮은 레벨조차 따라가지 못해 그만두었다. 수학의 기초가 없는 티라노에겐 수준에 맞는 가장 쉬운 기본서부터 쌓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난이도 '하'인 기본서들을 교재로 택하는 학원이 없었다. 심지어는 5학년인데 5학년 현행 진도를 나가는 학원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학 과외가 시작되었다.
학원비를 내겠다는데 '학원 수준에 맞지 않는 아이'라며 받아주는 영어학원이 없었다.
이사 후 다니던 영어학원의 지점이 있었기에 레벨테스트 없이 같은 레벨로 입학을 했다. 이사 전엔 숙제가 조금 많아도 수업이 재미있다며 곧잘 다녔다. 그러나 레벨이 분명 같은데도 이사 후엔 영어수업을 버거워했다. 강의식으로 수업방식이 바뀐 데다 아이들 수준도 이전보다 높아 티라노씨가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준에 맞는 학원으로 옮기기 위해 몇 군데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응시했다. 결과는 모두 처참했다. 영어는 나름 시킨다고 시켰는데도 레벨테스트에서 전부 떨어졌다. 어떤 학원은 6개월 후에나 재응시가 가능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돈만 내면 다니게 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학교는 안 잘려도 학원은 잘린다'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영어 과외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영수 과외를 시작하자마자 전면 등교중지로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이었다. 티라노씨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전국에서 손에 꼽는 초거대 과밀학급 학교였기에 등교일수가 더더욱 적었다. 게다 학부모 대부분이 실시간 원격수업을 원하지 않아 대부분의 수업이 업로드된 수업을 클릭하면 되었다. 실시간 원격수업과 달리 업로드형 원격수업은 오전 11시면 다 끝나기에 시간여유가 많았다. 위기는 기회였다. 공교육 시계가 느리게 가게 된 이 시기를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로드형 원격수업은 '기초가 없는 티라노가 실력을 끌어올릴 절호의 찬스'였다.
월수금은 영어, 화목은 수학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수업을 해주고 가셨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학습지 선생님이 와서 국어, 한자, 수학을 점검해 주셨다. 이 모든 건 우리 부부가 출근하고 없는 낮시간에 이루어졌다. 원격수업을 다 마치고, 매일 과외와 학습지 수업까지 다 해도 정상적이라면 하교할 오후 서너 시에 불과했다. 원격수업과 과외 수업시간을 다 합쳐도 정상적인 학교수업 시간에 미치지 못했기에 심리적인 부담도 크게 없었다.
영어 시간에만 이상하게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긴 했지만, 수준에 맞는 교재를 택해 개인지도를 했기에 곧잘 따라갔다.
수학은 가장 쉬운 연산 수준의 기초서부터 시작하여 단계를 밟으며 빠른 속도로 진도를 뺐다. 영어도 듣기, 독해, 문법, 단어 총 4권의 교재를 동시에 나갔다. 어릴 때부터 수학보다는 영어 노출을 더 많이 시켜주며 키웠다. 그런데도 수학숙제에 비하여 영어숙제를 하는 것을 참 싫어했고, 수학에 비하여 영어 과외를 할 때 집중하는 시간도 짧았다. 그러나 학원과 달리 1대 1 수업이었기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티라노의 속도와 수준에 맞춘 개별지도였기 때문이었다. 학습지 역시 수준에 맞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감당할 수 있는 양만큼의 숙제를 내주셨기에 3과목이었지만 점차 적응해 나갔다.
예민한 데다 할 일을 미루는 습관까지 있어 늘 마음의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과외를 시작하고 해가 바뀌어 6학년이 되었다. 티라노씨가 숙제를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티라노야 숙제해야지~"라고 하면 바로 일어나서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응 알았어."라고 하며 숙제하는 것을 미루고 있으면, "숙제 몇 시부터 할 거야? 정해볼까?"라고 되물었다. 숙제할 마음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충분한 여유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정한 숙제 시간이 되면 조금 더 두어 번 미루긴 했지만 결국 숙제를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나 안정적인 루틴이 형성되어 숙제를 밀리지 않고 하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고 몇 시간 후에 시작했지만 할 분량을 스스로 끝마친 후에야 잠에 들었다. 매일 하루에 2~3시간을 꼬박 숙제를 했다. 공·사교육 수업시간을 제하고 숙제하는 시간만 따져서 말이다. 그렇게 등교중지로 인한 원격수업 기간 동안 (알고 보니 ADHD였던) 초등 고학년 티라노씨는 과외와 학습지 숙제를 꾸준히 하는 습관이 잘 잡히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1년 반에 걸친 개인지도 후, 드디어 학군지 학원에 합격하게 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