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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초딩남아, 학군지 학원 왜 이래?!

예민한 아이의 나머지 공부는 이렇게 시키는 게 좋다.

by 그림크림쌤 Feb 18. 2025

내가 자랐던 학군지로 이사를 결정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수학학원 알아보기'였다.

영어학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어, 티라노씨만큼은 영어를 잘했으면 싶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 둘 다 영어는 기본적인 단어조차 영 자신이 없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영어를 직접 가르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남들만큼은 아니어도 꾸준히 영어 노출을 해주었고, 이사를 결정한 시점은 이미 대형 영어학원에 보낸 이후였다. 마침 이사하는 동네에도 같은 학원이 있어 지점을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문제는 수학학원이었다. 엄마인 내가 수학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가 당시 수학은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고 있었다. 수학만큼은 자신이 있으니 집에서 수학문제집을 사서 직접 가르치면 되었는데 사실은 문제집조차 풀려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뭘 믿고 그랬었나 싶지만, 당시에는 '우리 아들이니 수학은 알아서 당연히 잘하겠지' 싶은 마음에 방치한 것도 있었다. 


학군지로 이사를 가는데 수학을 안 시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수학학원 어디가 좋아요?'라고 물어볼 사람도 없어 혼자 외롭고 힘들게 인터넷 카페들의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이 동네 수학학원 중 선행을 많이 시키지 않고 현행에 집중한다는 학원을 발견했다. 예비 초4인 티라노씨는 그렇게 A 수학학원의 가장 낮은 레벨의 반에 겨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티라노씨는 학군지의 A 수학학원을 너무 힘들어했다.

기본서와 심화서 이렇게 두 권이 수학교재였다. 기본서는 얇고 문제수도 많지 않았다. 심화서도 말이 심화 서지, 사실은 심화서 중 입문단계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수학공부를 처음 하는 티라노씨에겐 기본서의 문제들 조차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숙제도 완벽하게 해가야 통과였다. 새로 진도를 나간 부분의 문제 풀어오기, 앞부분 틀린 문제 다시 풀어가기, 3번 틀린 문제 오답노트 작성해 가기. 숙제는 이렇게 3종류나 되었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다 끝마칠 때까지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전부 귀가한 후 한 시간 이상 혼자 나머지 공부를 하다 온 날은 우리 집은 전쟁터요, 초상집이었다. 상처받은 표정으로 들어와 몇 시간이고 폭발하다 울다를 반복하며 진정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거의 매번 남는다는데 있었다. 이렇게 양도 많고 어려운 수학 문제집 두 권을 4개월 안에 다 끝낸다니! 당시의 우리에겐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수학학원에 다닌 지 반년도 안되어 그만둔다고 말을 하게 되었다.



A 수학학원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을 때 학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그 기본서는 문제수가 적어서 이 동네에서 그 문제집으로 진도 나가는 학원은 저희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반의 다른 친구들은 숙제 적다고 해요. 어머님들도 진도 왜 이렇게 천천히 나가냐고 그러고요. 지금 그만두시면 나중에 후회하실 거예요."



수학학원을 그만두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속도와 수준의 차이였다.

나중에 보니 이 동네에서 4개월에 문제집 두 권을 푼다는 건 매우 느린 속도였다. 보통은 문제집 두 권에서 네 권을 2개월 만에 다 끝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의 기초가 전혀 없는 티라노에겐 4개월도 너무 짧은 데다 기본서도 너무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 동네에선 더 쉬운 문제집으로 진도를 나가는 학원은 없었다. 어쩌겠는가, 이마저 티라노씨가 못 따라가는데... 그리고 그 학원에서 가장 낮은 반이라 더 내려갈 반도 없는데 말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남게 되는 상황'이 자주 온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에게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예민한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남들에 비해 외부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는 훨씬 큰 자극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민한 아이는 "오늘 숙제 다 할 때까지 집에 못 가!"라고 하기보다는 "오늘 숙제를 다 못했으니 학원에 한번 더 와야 되겠네! 언제 와서 할래?"라고 하는 게 좋다. 게다가 본인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예민한 아이에게는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를 인식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게 할 수 있다. "숙제를 다 못했으니 오늘 다 할 때까지 집에 못 가!"라는 말은 예민한 아이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외부 자극에 해당한다. 이 말은 예민한 아이를 불안이라는 폭풍우 한가운데 몰아넣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마음 읽기'는 오냐오냐 와는 다르고, 예민한 아이에는 특히 필요하다.

"네가 남는 걸 싫어하니까 원래는 남아야 하지만 넌 특별히 집에서 다 해오면 봐줄게."라고 말을 했다면 이건 오냐오냐다. 왜냐하면 학원의 규칙에 어긋하는 데다 티라노씨만 특별대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가 갑자기 남는 게 힘들다면 다른 날 와서 할래? 언제가 좋아?"라고 하여 결국에는 학원에 남아서 숙제를 다 끝마치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마음 읽기를 통한 바른 지도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봐주란 뜻이 아니다. 규칙을 지킬 방법과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민한 감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어 불안이란 폭풍우에 휩싸이지 않는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말이다.




사진 속 장소는 실제 다닌 학원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사진출처 : 매일신문 기사 - [포토뉴스] 코로나 확진 수성구 학원장, 범어동 학원가 긴장… 학생들은 모두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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