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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온 Jun 30. 2022

떠나보냄과 떠남. 그리고 글쓰기


매년 12월 말이 되면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가 떠난 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그 친구는 미국에, 나는 네덜란드에 살고 있어서 그 친구의 암 투병 중에도 서로 전화연락만 하고 지냈다. 그 친구는 외로운 타향살이를 하다 암에 걸리니 인터넷에 자신의 암투병 이야기를 올리며 오히려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일도 갖게 되었다. 항암치료로 살이 빠지니 예뻐져서 좋다고도 했다. 친구는 암 걸리기 전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그리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안정적이지 못한 자동차 딜러였던 남편을 안정적인 직업인 간호사로 바꾸게 하려고 간호대학에 입학시켰고 본인이 그 학비를 대어 공부시켰다.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그런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정말 밝고 씩씩하고 강했다.  




그런데 암이 재발했다. 그러면서 한동안 전화통화도 잘 안되었고 이메일로 연락을 이어갔다. 그리고 12월 한 해가 끝나갈 무렵 그 친구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서 얼굴이라도 직접 보고 올걸.. 왜 주저했을까. 연락이라도 자주 전할걸.. 왜 그리 게을렀을까.. 다 후회스럽기만 하고 미안했다. 넌 정말 멋진 친구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계속 계속 미안하기만 하다.




조용히 혼자 노트북 앞에 앉아 글쓰기를 하고 있으면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던 그 친구가 다시 생각난다. 참 맛깔스럽게 쓴 이메일을 보내주었는데... 이제는 받은 편지함에 찾아서 그 친구의 이메일을 읽어본다. 그 친구가 며칠 전에 보내준 것 같다. 좋다... 죽음이 더 이상 타인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아이들에게 카톡으로 이모티콘만 날렸는데 가끔 이메일로 편지를 써야겠다. 언젠가 내가 떠나도 내가 쓴 글로 위로해 줄 수 있겠지 싶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내 이야기는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중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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