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얼굴

by 현범

카메라 앞에 앉은 30대 중반의 남자.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몇 번이고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괜찮으세요? 많이 긴장하신 것 같은데..."

메이크업을 마친 리포터가 남자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라... 하하."

"가볍게 저랑 얘기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편하게, 편하게."

인터뷰이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리포터가 미소 지었다.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했다.


잠시 후

카메라에 녹화 시작을 알리는 빨간 불빛이 켜지고

리포터는 목소리의 옥타브를 두 단계 높인 뒤 멘트를 시작했다.

"연예계 소식을 발빠르게 전해드리는 리포터 '태희'입니다~!

오늘 제가 만난 분은요. 요즘 굉~~장히 핫!한 배우죠!

바로~ 바로~ 김현범 배우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섹션연예 시청자 여러분, 배우 김현범입니다."

"요즘 드라마면 드라마, 광고면 광고, 영화면 영화.

정말 많은 분야에서 대활약 중이신데,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네. 제가 데뷔한지 올해로 15년 차인데요.

예전에는 길에 걸어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집앞 편의점만 가도 다 알아봐 주시니까, 솔직히 좋네요. 하하."

현범은 밝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우리 배우님 연기는 뭐 말할 게 없고, 목소리도 정말 좋으시잖아요."

"감사합니다."

"배우님 대표 별명이 '꽃중년'이랑 '국보급 목소리'인데,

국보급 목소리라는 별명,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

"사실 어릴 적엔 제 목소리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어요."

리포터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네? 왜요? 얼마나 좋은데요~!"

"하하. 감사합니다. 지금 목소리는 저도 마음에 드는데요.

연기를 배울 때만 하더라도 정말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목소리 연습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제 목소리를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국보급 목소리가 쉽게 나온 게 아니었네요~ 혹시 연기하실 때 어려운 점도 있으셨나요?"

"그냥... 집중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매 순간 그 인물에 몰입하려 노력합니다."

리포터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내 아이는 외계인'에서

냉정한 변호사 '김냉정'을 정말 멋지게 소화하셨잖아요~

혹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명장면이 있을까요?"

"어... 장면이 다 좋아서-"

"아! 그럼 지금 그 장면, 살짝만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요...?" 리포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다.

"네... 음..."

현범은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사를 읊었다.

"판사님! 피고는 위증을... 사실과... 사실무근한... 아니, 잠시만요."

그의 발성은 불안했고, 대사는 엉성했다.

리포터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고,

스튜디오 스태프들도 의아한 시선을 교환했다.

얼굴이 붉어진 현범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기억력이 좀 나빠서... 요즘 많이 피곤하기도 하고요."

리포터는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며 질문을 마무리했다.

"아, 네...! 그럴 수 있죠.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현범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부족한 저를 끝까지 응원해 주신 팬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몇 년 전까지는 발연기 논란도 많았는데요.

후배님들도 연기 포기하지 마시고 계속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저처럼 빛을 보실 겁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네! 오늘 인터뷰 여기까지고요.

앞으로 김현범 배우님의 활약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메라 불빛이 꺼지고, 김현범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엔 깊은 불안과 두려움이 번졌다.


몇 달 뒤.

배우 김현범은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기대와 달리,

실제 연기를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대리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의혹은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사실로 밝혀졌고,

김현범은 '국내 1호 딥페이크 배우'라는 불명예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방송계에는 '진짜 연기 인증'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오디션에서는 실시간 연기 테스트가 필수가 되었고,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AI 기술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규제보다 빨랐고, 사람들은 항상 의심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연기... 진짜일까?'


※ 본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으로 창작된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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