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는 세대, 듣지 못하는 세대
어느 시골의 한적한 버스 정류장. 나이가 지긋한 노부부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정류장 한 켠에 달린 버스 도착 정보 기계에는 [15분 뒤 도착]이라는 문구가 흘러나온다.
버스가 오는지 안 오는지 연신 확인하던 아내가 혼잣말하듯 중얼댔다.
“요즘 애들은 참 불쌍혀...”
“뭐가?”
“TV니~ 컴퓨터니~ 그 전자파를 계속 쐬니까 젊어서부터 안경쟁이가 되잖여.
나는 일흔이 넘어도 이렇게 두짝 다 멀쩡한데.”
"임자도 돋보기 없이는 신문도 못 읽으면서..." 남편이 콧방귀끼며 말했다.
"밖에 나올 때는 안 쓰잖여! 그게 중요한 것이여."
정류장에 달린 알림 기계는 버스 도착까지 약 10분 남았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요즘 애들은 참 불쌍혀...”
“또 뭐가~!”
“어제 시장갈 때 보니까, 국민핵교 아들도 보청기를 달고 다니더라니까?”
“보청기는 무슨, 보청기가 아니고 그... 뭐여. 귀마개여! 귀마개.”
남편의 말에 아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귀마개여? 아니, 귀마개를 뭐땜시 한데?”
“어른들이 계속 쓸데없는 소리 하니까 듣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여.
그러니까 임자도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걸고 그러지 말어.”
“아니, 버스 시간도 못 물어본댜?”
“버스 시간을 왜 물어봐, 저기가 친절히 알려주는데.”
남편이 버스 도착 알림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림에는 버스 도착까지 약 8분으로 바뀌어있었다.
“흠흠... 아무튼, 귀마개를 왜 한대? 등 뒤에서 차가 오는지, 오도바이가 오는지
소리를 듣고 알아야 할 거 아니여. 위험하게...”
“임자나 무단횡단하지 말어.”
그때,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노부부를 등지고 섰다.
그는 귀마개(혹은 보청기)로 추정되는 걸 양쪽 귀에 꽂고 있었다.
아내가 대학생의 귀에 꽂혀있는 걸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께... 저게 귀마개라는 것이지? 나는 아무리 봐도 보청기 같은디...”
“아따, 그렇게 내 말을 못 믿겠으면 한 번 물어보든지.”
남편의 말에 아내는 20대 남자에게 살며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학생?”
“...”
남자는 아무런 반응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학생! 안 들리는 교?”
“...”
이번엔 남자의 팔꿈치를 살짝 건드리며 물었다.
“저기 학생!”
“네?!”
남자가 놀란 눈으로 노부부를 돌아보자,
의기양양해진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거봐라, 내가 귀마개라고 했제?”
※ 본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으로 창작된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