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자존감의 관계
아들러의 심리학(미움받을 용기)을 등에 업고 등장한 신(新) 단어,
'자존감 열풍'이 올해 들어서 조금은 식은 것 같지만, 자존감 높이는 방법, 자존감 수업 등
자존감을 다룬 책이나 유튜브 영상은 여전히 넘쳐나고 있다.
이처럼 혜성처럼 등장해 우리 일상으로 스며든 자존감은
어느새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우선 자존감의 뜻부터 알아보자.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할 부분은 바로 '스스로'와 '자기를' 이다.
그렇다. 자존감이란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스스로를 아끼는 정도를 뜻한다.
음... 이제 대충 뜻은 알겠는데, 확 와닿지 않는다.
지금부터 자존감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도록 하자.
자, 그전에!
Q. '자존감'이 등장하기 전에 우리가 사용하던 비슷한 단어가 있었는데.. 그 단어는?
정답은 '자신감'이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데, 이 둘은 분명 차이가 있다.
자존감과 자신감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자존감을 자신감과 비교해가면서 알아보자.
1-1. 자존감과 자신감의 차이는?
자존감과 자신감의 첫번째 차이는 바로 '단위'이다.
자신감의 단위는 '높이' 이고, 자존감의 단위는 '깊이'다.
따라서 자신감은 '자신감이 높다' 혹은 '자신감이 낮다'고 표현하고.
자존감은 '자존감이 얕다' 혹은 '자존감이 깊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감은 하늘에 떠 있는 새를 떠올리면 되고, 자존감은 호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두 번째 차이는 '주체'이다.
자신감의 주체는 과제이고. 자존감의 주체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감을
나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높다).
나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낮다).
와 같이 표현하고.
자존감을
나는 요즘 자존감이 낮아졌다(얕아졌다).
나는 요즘 자존감이 높아졌다(깊어졌다).
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다.
세번째 차이는 '방법'이다.
자신감을 높이려면 작은 성공을 반복하면 되고,
자존감이 깊어지려면 실패를 극복하면 된다.
어느 한 초등학생이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학생이 구구단 2단을 꾸준히 반복해서 외웠더니,
2단을 외우는데에 자신감이 생겨서, 이젠 자다가도 외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학생은 곧 있을 구구단 2단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있다(높다).
얼마 후,
이번에는 구구단 3단을 외우는데, 왜 이렇게 안 외워지는지...
3x7까지는 잘 되는데, 3x8부터 버벅인다.
계속되는 실패에 곧 있을 구구단 3단 시험에 자신이 없다(낮다).
이때!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고있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다가와서 한마디한다.
"다른 애들은 진작에 다 외워서 4단 외우는데, 넌 아직도 못해?"
그날밤. 자려고 누운 학생은 선생에게 들은 꾸중이 머릿속을 맴돈다.
"난 왜 친구들처럼 3단을 못 외우지? 난 머리가 나쁜가봐."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자신감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증발해버린다.
그 학생은 심기일전해 꾸준히 3단을 외웠다.
3x9까지 술술 나오기 시작하더니 구구단 3단 시험에서도 통과했다.
그러자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뭐야, 3단도 별거 아니잖아?"
그 다음부터 이 학생에게는 앞으로의 구구단이 어려워도, 곧 외워질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즉, 실패를 극복했더니 자신의 역량을 믿는, 자존감이 깊어진 것이다.
돌멩이 하나를 집어 호수에 던져보자.
바닥이 훤히 보이는 얕은 호수에 던지면 돌멩이가 어디에 떨어져 박혔는지 보인다.
돌멩이를 던진 사람은 돌멩이가 호수의 어디에 박혔는지 알수있다.
이번에는 깊은 호수로 던져보자.
표면은 일시적으로 흔들릴지라도 그 속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하다.
이처럼 실패를 극복하면 자존감도 깊어지는데,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말고도 자존감이 깊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세 가지를 더 알아보자.
내 주변 사람들을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으로 채워보자.
나를 존중해주는 가족, 날 사랑해주는 이성, 나를 찾아주는 친구 등
누군가가 나에게 돌(비난)을 던졌을 때, 나를 위로해줄 사람을 주변에 많이 배치하자.
내 자존감의 호수가 마르려고 할 때, 그들로부터 호수 물을 다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사실 이건 위의 초등학생과 호수 얘기와 결이 같지만,
내가 다시 제시하는 이유는 이거만한 해법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스스로를 아끼면 자존감도 자연스레 깊어진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내 내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사랑하기 어려울 것이다.
타인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내 자신이라도 좋아할만한 껀덕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좋아질만한 껀덕지를 만들어보자.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정해보고 계획을 세워보자.
단, 계획을 세울 때에는 '정말 이런 걸로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이어야 한다.
이는 일상을 조그마한 성공들로 채우기 위함인데,
가령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보다는 일어나서 침구류 정리하기
직접 요리하기 보다는 점심, 저녁 거르지 않기
10분 달리기 보다는 그냥 공원에 가보기
등등.
일상 속 조그마한 성공들로 자신감 먼저 높여보자.
그리고 높아지는 자신감 만큼 목표도 조금씩 높여가면 된다.
그렇게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다보면,
흡족한 모습으로 변화한, 만족스로운 내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도전하다가 실패했다면? 속으로 땡큐!를 외치면 된다.
그때가 바로 내 자존감이 깊어질 찬스이니까.
자신감을 높이고, 자존감이 깊어질 동안은 내 자신을 1순위로 두자.
나 자신을 귀빈대하듯이 대접해보자.
밥 한끼를 먹더라도 몸에 좋은 걸 먹고, 배달을 시켜먹더라도 좋은 그릇에 담아 먹자.
자존감이 높아질 때까지 스스로 반성을 하는 것도 잠시 접어두자.
자존감이 얕은 사람은 자책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깊어질 때까지는 주변 환경탓, 차라리 남탓을 하자.
+)남탓을 자주하는 사람이 자존감도 깊은 경우가 많다.
(대신 이런 사람은 주변 사람의 자존감을 깎아먹는다.)
개인적으로 자존감 명언 중에 가장 와닿는 명언은 '나를 믿지 않기에 불안한 것'이다.
스스로를 믿는 게 중요한데, 믿기 위해선 나 스스로 그럴 만한 결과를 창출해야 한다.
스스로의 신뢰를 쌓아보자.
그럼 자신감도 비행하는 새처럼 높아지고, 자존감도 호수처럼 깊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