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쉐친구들이 지구농부여행을 하며 만난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채소지>에 실어 브런치를 통해 발행합니다. 지난해 6월 (2021.6.22-23) 무주 장영란, 김광화 농부의 농장에 종합재미농장 김신범, 안정화 농부와 마르쉐친구들이 함께 방문했습니다. 21년전 귀농해서 자연재배 농사와 밥상이야기, 그리고 자녀들을 길러온 경험을 여러 권의 책으로 펴내신 바 있는 농부님은 경운하지 않는 농사와 함께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오래된 과일나무들을 찾아 돌보는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기후위기시대는 탄소를 다시 땅으로 되돌리고 생명다양성을 증진하는 농사의 방식을 필요로 하고 많은 이들에게 다년생 작물들이 어우러지는 먹거리 숲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자급을 위해 짓는 농부님의 밭에서 우리는 다양한 토종작물과 더불어 다년생 약초, 허브들과 함께 숲을 이루어가는 다래, 오야, 정금, 능금… 등 이름도 낯선 과일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땅의 오래된 유실수들과 함께 먹거리 숲으로 나아가는 장영란 김광화 농부의 이야기를 <채소지>로 나눕니다.
(정리: 종합재미농장)
채소지10_지구농부이야기 04
지구농부 INTERVIEWEE :
전북 무주 / 장영란 농부
장영란 농부는 21년째 무주에서 토종, 자연재배 농사를 이어가면서 밥상와 생태적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을 써 가고 있습니다. 자연재배직파벼농사와 함께 토종과수보급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자연달력제철밥상>, <안녕밥꽃>, <밥꽃마중>,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쉬는 양념밥상>, <아이들이 자연이다>, <직파벼자연재배> 등이 있습니다.
>> 무주, 장영란 농부 편은 1, 2부로 나누어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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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갈지 않고 오래도록 농사를 지어보니
풀을 통해 그 땅을 알 수 있어요.
풀이 그 땅의 과거와 현재를 그대로 대변하거든요.
장영란 / 여기는 토종과일나무시험포에요. 다랭이논이었는데 기계를 안 대고 과일나무를 키우는 실험을 하는 중이죠. 물 빠짐이 안 좋은 땅이니 최악의 조건이에요. 기계를 대서 마사를 집어넣고 객토를 하면 배수가 그나마 조금은 더 잘됐을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계가 들어올 수 없는 땅이라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밖에 없어요. 물 빠짐이 좋게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예요.
이 땅은 원래 논이어서 굉장히 딱딱한 진흙이에요. 사실 아직 나무를 심을 수 없는 땅이에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일 년생 작물을 심고 밭둑을 높여서 그나마 배수를 하려고 해요. 그래도 아직 아래쪽에는 습이 많아. 이렇게 딱딱한 땅을 풀로 덮으면 땅이 부드러워져요. 하루아침에는 안되지만 전체적으로 미생물이 분해를 해서 땅이 부드러워져요. 땅이 미생물을 통해서 살아난다는 것은 발효의 과정이에요. 땅이 미생물 발효를 하는 것이지요.
흰 곰팡이가 피면서 누룩이 발효되듯이 여기도 발효되는 중이에요. 여기 보이는 노란 곰팡이는 황국균이라고 누룩 띄우는 좋은 균이고요. 밭둑의 억새를 잘라 덮어두었더니 저절로 생겼어요. 이것들은 겨울에 한가할 때 덮어두었어요. 억새를 베어서 작두로 썰어 덮어두었더니 시간이 지나며 곰팡이 균이 저절로 생겨나고 땅이 발효를 하고 있어요. 땅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균이 엄청나게 증식하고 있어요. 저절로 누룩이나 청국장 띄우는 균 같은 것들이 생겨나서 땅이 부드러워져요. 아마 이 안에 엄청나게 미생물이 많겠죠. 그래서 배수가 안 되는 딱딱한 흙을 이렇게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거예요.
풀 멀칭이 좋다는 게 보이죠. 이렇게 미생물 발효의 과정이라는 것. 미생물이 신진대사를 하고 나서 나오는 배설물이 거름이 되는 거예요.
논이 가지고 있는 유용한 미생물과 밭이 좋아하는 미생물이 완전히 달라요. 논에 저런 땅을 부드럽게 하는 미생물이 살면 논흙을 맨날 풀어헤치고 물이 빠지겠죠. 논의 미생물은 밭의 미생물과는 어떤 의미로는 적대적인 관계일 수도 있겠어요.
땅의 미생물을 바꿔내는 게 어렵지요. 기계를 써서 땅을 뒤집어서 공기를 쐬어 주는 게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에요, 좀 폭력적이어서 그렇지, 공기를 쐬어 새로운 균이 되는 기회는 될 수 있지요. 근데 여기는 기계가 들어올 수가 없으니 풀 멀칭 밖에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그냥 풀 멀칭만 한 건 아니고 그전에 목초액과 바닷물, 그리고 숯가루를 뿌려주며 전처리를 했어요.
논의 미생물을 빨리 퇴화시키기 위해 식초의 힘으로 억제시키고 그다음에는 밭의 미생물이 빨리 자라라고 바닷물과 숯을 넣어주고. 소금을 물에 푼 게 아니라 바닷물, 바닷물은 다양한 미네랄의 보고예요. 그리고 논농사로 물을 계속 대면서 땅의 염도가 많이 빠졌을 테니 보충해주는 의미도 있지요. 사람도 염도를 어느 정도 보충을 하지 않으면 면역력을 확 잃게 됩니다. 그다음에 숯가루를 좀 뿌려줬어요. 숯가루는 수분을 흡수하며 잡균을 억제하는 역할이에요. 간장 담그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한 거죠. 간장도 콩을 삶아서 메주를 띄우고 균을 얻은 다음에 소금을 넣는 과정이잖아요. 여기도 비슷한 과정으로 빨리 미생물을 돌게 한 거예요.
논이었던 땅은 배수가 문제라 아무리 개량을 해도 땅이 변하는 속도가 뿌리가 번지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병해충에 취약해요. 사실 나무를 심지 말고 몇 년을 유기물 멀칭만 하고 뒀어야 하는데 그렇게 사람이 안되니, 아무것도 안 심어놓고 와서 계속 돌볼 수는 없더라고요. 그러니 나무랑 나랑 같이 개량을 해 나가는 중이지요. 나 혼자 할 수는 없어요.
일 년생보다 다년생을 심으면 사람이 확실히 기계를 덜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땅 생태계에는 더 좋대요. 논이었던 땅에 마사 넣고 트랙터로 복토해서 갈면 금세 좋아지지만 자연의 힘이 아니라 인위적인 힘으로 한 거니 거기도 그대로 문제가 생길 거예요. 수술하듯 접합시킨 것이니까요.
이렇게 더디게 멀칭을 통해서 땅의 자체 발효만 통해서 개량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나무에게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어요. 같이 손잡고 해 보자 하는 중이지요. 같이 하는데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파 종류를 많이 심었어요. 이거는 무주의 토종 골파예요. 파의 독특한 향을 벌레들이 별로 안 좋아하니 나무가 병해충 이기게 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파 계열을 많이 심고 있어요. 멀칭재를 아무리 뿌려도 여름이 되면 밑으로 쑥 빨려 들어가니 지피식물을 심었어요. 금전초, 긴병꽃풀 같은 것. 또 영양을 주기 위해 콩도 심었고요. 이것들을 같이 어울러서 심으면 나무에 힘을 같이 보태주고 있어요. 이렇게 심는 걸 한국자료로는 본 적이 없고 <가이아의 정원>이란 책에 보면 함께 섞어 심는 식물들을 모아 놓은 ‘식물길드’라는 게 나오는데 거기 나오는 식물들은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게 많아서 단편적으로 해보고 있어요. 파 종류가 도움이 된다고 하니 파를 심어보고하는 식으로. 옛날에 고추씨 직파할 때 가랑파라고 하는 작은 파의 씨를 뿌렸다고 하는데 그 씨를 이번에 찾았어요. 아마도 파가 벌레들이 고추씨를 못 물어가게 영향을 준 것이겠죠. 그걸 이제 심으려 하고 있어요. 콩은 키가 작은 쥐눈이콩을 심었어요. 너무 커서 나무에 피해가 없게. 토종파는 다년생이라 한번 심으면 계속 늘어나요. 뿌리째 먹지 않으면 계속 번져요. 야생파도 그렇고요.
땅을 밟아보면 멀칭의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한 곳과 안 한 곳의 차이를 볼 수 있어요. 힘들어서 멀칭을 못한 곳이 있거든요. 자꾸 물이 차서 멀칭을 못했어요.
감자는 흙보다 검불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무 아래 자잘한 감자를 그냥 하나씩 넣어봐요. 나무뿌리를 안 해치게 낙수물 선 정도에는 심어도 괜찮은 듯해요. 감자는 약간 그늘져도 되거든요. 수수나 밀은 안되지만.
나무뿌리는 옆으로 계속 뻗기도 하지만 밑으로도 가니까요. 과일나무와 어성초가 혹시 어울리는지 실험으로 심어보기도 하고요. 동양의 음양오행으로 목화토금수를 나누는데. 대부분의 과일은 목기인 새콤한 맛이에요. 아님 단 맛인 토기예요. 어성초는 금기니까 그런 성질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심어보고 있어요. 취는 화기, 파는 금기, 이런 게 서로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을지 지켜보고 있어요.
땅을 갈지 않고 오래도록 농사를 지어보니 풀을 통해 그 땅을 알 수 있어요. 풀이 그 땅의 과거와 현재를 그대로 대변하거든요. 나무를 심으며 드는 생각은 그 땅에서 자생하는 풀은 그 땅을 치유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클로버는 땅이 산성이라는 걸 알려줘요. 클로버가 이 땅을 치유해서 중성화로 해줄 거예요. 풀을 밉게 보는 게 아니라 이걸 보고 배우면 내가 이 땅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요. 이쪽은 특히 민들레가 많아.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민들레 뿌리가 깊게 경운 해서 들어가는 효과가 있거든요. 밀, 보리, 옥수수는 외떡잎식물이라 사실 논이었던 땅과 잘 맞아요. 벼하고 같은 종류니까요. 근데 나무는 쌍떡잎식물이라 원하는 미생물과 발효가 다르거든요. 쌍떡잎식물로 땅을 깊게 가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민들레더라고요. 아마 이쪽에 많이 자라고 있는 민들레는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듯해요. 이건 내 생각이지만 그 땅에 자생하는 풀은 땅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요. 그러니까 풀을 귀하게 보고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들어야 하는 거죠.
>> 무주, 장영란 농부 편은 1, 2부로 나누어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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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농부란?]
탄소를 다시 땅으로 되돌려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고 자연에 조화로운 방식으로 짓는 농사를 통해 자신의 자립과 함께 (기후위기 속에서)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농부입니다.
[지구농이란?]
땅을 건강하게 되돌리고 자연에 조화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삶을 통해 자신의 자립과 함께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농부입니다.
[지구농사방법]
무경운 또는 최소경운을 통해 토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흙의 탄소 저장력을 높입니다. / 무경운, 최소경운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화학비료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 무화학물질, 무투입
풀과 덮개작물 그리고 자연물멀칭을 통해 토양을 건강한게 한다. / 덮개작물, 자연물멀칭
다양한 작물을 섞어짓거나 돌려기르는 방식으로 땅과 작물의 건강을 돕는다. / 동반작물, 작물길드
다양한 씨앗을 이어가면서 생명다양성을 높이고 농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 원종, 토종, 자가채종
다양한 가축과 소동물, 그리고 미생물들과 공존하며 유기물의 순환한다. / 동물복지, 천적농법, 방목
전승되는 지식과 자급적 생산을 소중히 한다. / 발효, 저장, 농가가공
[지구농부들의 농법]
자연재배, 퍼머컬쳐, 재생유기농법, 유기농법, 전통농법, 생명역동농법, 탄소순환농법, 농생태 등
[마르쉐X파타고니아의 지구농부 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 유기 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농업을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 농부'라고 일컬으며, 이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지구 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농부여행]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의 하나로, 함께 '지구농부여행'을 떠납니다.
지구를 되살리는 농사를 지향하는 마르쉐 농부님들과 함께, 자연재배 농부님들을 만나러 갑니다.
흙과 풀과 벌레가 같이 사는 곳에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인터뷰집 '채소지'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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