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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Feb 20. 2022

'존버'와 '번아웃' 사이

극복해야 할 때인지 과감히 놓아야 할 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존버 해야 할 때인지 번아웃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 과감히 놓아야 할 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어려움을 인식하는 정도는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를 테니 말이다.


주 2회 요가를 다닌다. 언젠가 요가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


"몸에 너무 무리가 가면 안 됩니다. 그런데 자극으로 인한 통증이 느껴진다고 너무 빨리 멈춰서도 안 돼요. 무리하면 몸이 다치고 너무 빨리 멈추면 동작이 늘지 않아요. 몸의 자극과 호흡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를 본인 스스로 깨달으셔야 합니다. 내가 견디어 낼 수 있는 적정선이 어디인지.... 수련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옮기는 건 불가능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선생님이 말하고자 했던 의도를 옮겼다. 당시에 선생님의 이 말씀이 마음에 와닿았던 건 비단 요가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적용 가능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 나의 임계점을 스스로 너무 낮게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요가에서도 그렇듯 결국 그 미세한 차이를 깨달아야 하는 건 우리 자신이다. 다만 내가 견디어 낼 수 있는 스스로의 임계점을 너무 낮게 잡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살아가면서 힘든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그 높이를 보고 지레 겁먹어 움찔하는 건 아닌지,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높은 장애물의 높이만을 탓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의 인생에 있어서의 첫 번째 장애물을 언제 뛰어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 그다음 난관에 부딪혔을 때 조금 높더라도 넘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렇게 높이를 조금씩 높여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이 전보다는 단단해져 있음을 알게 된다. 크고 작은 장애물은 앞으로도 언제든 우리 앞을 가로막을 거다. 그때마다 지레 겁 먹고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대 중반부터 시작된 직장생활, 돌이켜 보면 나에게는 3번의 ‘존버’ 시기가 있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 주기가 만 10년 단위로 찾아왔다. 이 시기의 특징은 나의 능력이나 노력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냥 버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냥 버티기가 아니라 '존버'인 이유는 단순히 1-2개월 지속되는 단기 스트레스 상황이 아니라 최소 1년 이상 버텨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회 초년생 시절이었기에 뭔지도 모르고 버텼다. 두 번째는 이번에도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그만두는 선택을 한다면 난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거라는 예측이 들었기에 버텼다. 세 번째는 인생에서 가장 난도 높은 어려움이 예측되었지만 지금 포기한다면 결국은 나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질 거란 걸 직감했기에 오기로 버텼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내가 들인 노력만큼의 성과가 있었던 순탄했던 시기에는 성취감을 통해 자긍심을 얻었다. 하지만 스스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낀 건 조직에서 나의 노력과 비례하는 성과로 역량을 인정받았던 평탄했던 시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존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던 암울했던 시기를 결국 내 힘으로 버텨낸 후였다. 그런 시기마다 내적 성장 외에 외적 보상도 함께 주어졌다. 첫 번째 존버로 내가 원했던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으로 이직했고, 두 번째 존버로 인생 리더를 만났으며 세 번째 존버로 나의 커리어 2막을 시작하게 됐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존버'할 필요는 없다. 지금이 그래야 할 타이밍인지 아니면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내려놓아야 할 때인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 구분을 할 줄 모르면 매번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마다 전자의 선택을 해야 할 타이밍에 후자를 선택하고 후자의 선택을 할 타이밍에 전자를 선택해 나 자신만을 소진시킨다.



** 임계점을 잘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건 뭐였을까?


나 역시 계속 버티다 번아웃 상황까지 갔던 경험이 있다. 당시 난 여행 전 케리어가 터질 때까지 꾸역꾸역 짐을 욱여넣듯 화나고 힘든 마음을 삭이지도 않은 채 내면 어딘가로 꾹꾹 밀어 넣었다.


그 마음에는 이런 것도 뛰어넘지 못한다는 건 나와의 싸움에서 지는 거라는 오기와 나 스스로 멈췄을 때 느끼게 될 열패감을 느끼지 않기 위한 마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외부적 상황이 너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결국엔 꾹꾹 밀어 넣은 마음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봇물처럼 터져버렸다.


당시 내가 간과한 건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예상외로 장기화되는 난관 앞에 나 자신을 보호할 적절한 장치를 과정 중에 마련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지만 마음의 위안일 뿐 실제 내 앞에 놓인 현실의 무게가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여행이나 취미 생활도 마찬가지다. 잠깐의 기분 전환은 될 수 있어도 실제 내가 안고 있는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내가 코치로서 누군가를 코칭하듯이 당시 나에게도 나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문제 해결을 고민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서 느끼는 정서적 위안이 아니라 실제 해결의 실마리를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그런 누군가의 도움.  


그런 숨통 트이는 무언가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나 자신에게만 인내와 긍정 마인드를 세뇌하듯 주입시켰다. 나를 위한 숨 쉴 틈도 마련했어야만 했는데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나 자신만 소진시켰다.  




"존버 해야 할 때인지 번아웃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 과감히 놓아야 할 때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나의 임계점을 스스로 낮게 잡는 건 아닌지 고민하면서 조금씩 극복할 수 있는 높이를 높여가는 것.


하지만 내가 감당하지 못할 높이라면 지나치게 무리해 나 자신을 소진시키기보다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숨 쉴 틈을 반드시 마련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의 힘든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각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 상황 자체에 취약한 스트레스 내구성의 문제일 수도 있고 직무가 맞지 않아 생기는 역량 부족의 문제일 수도 있다. 상사와 직장 동료들 과의 관계 갈등이 원인일 수도 있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데서 발생하는 자기 소진일 수도 있다.


 원인을 먼저 인식한 후에 여기에 맞는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예전의 나에게는 일시적인 정서적 위안보다는 실제적인 언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다만 존버 타이밍인지 나를 위한 보호 모드로 돌입해야 할 타이밍인지의 그 미세한 차이는 본인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견디어 낼 수 있는 임계점이 어디인지를 깨닫고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그 임계점을 조금씩 높여 나가야 하는 요가처럼 말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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