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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Jan 31. 202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팀원이 혼자 점심 먹으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한 후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팀원 중 유튜브 보면서 매일 혼자 식사하는 직원이 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본인이 원해서 그러는 거야?"


"네"


"혹시 조직 사회화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아니고?"


"네??"


"대인 관계 역량이라던가 직장 생활 적응력 같은 거 말이야."


"음.... 아니오, 그 부분은 딱히 문제없어요. 평판도 나쁘지 않고요."


"음.. 그럼 뭐...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점심시간은 근로 기준법에서 정한 개인 휴게시간인 건데 운동을 다니든, 낮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든 개인의 자유인 거니까."


........


"주 1 - 2회는 모든 팀원이 다 같이 점심하자고 부서원들한테 얘기하는 건 어때?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하라 하고. 그런 정도면 이해하지 않을까? 두루뭉술한 것보다 명확한 기준을 주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어."


"아아..."


세상은 이미 변했다. 변한 현재의 상황에 맞는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게 '지금까지 이래 왔으니 이렇게 해야 해'라는 예전의 보편적 가치를 들이미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MZ세대 혹은 90년대 생이라는 세대 프레임에만 갇히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리스트 항목만 하나둘씩 늘어날 뿐이다. 책이나 교육을 통해 각 세대에 따른 변화와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른다는 걸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 




상사 입장인 후배에게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반대로 젠지 세대[Z 세대]에 속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면?? 


"점심을 꼭 팀원들과 같이 먹어야 하나요? 직장에선 혼밥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점심은 개인 휴게시간이니 어떻게 사용하든 개인의 자유지만 다음 세 가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떠냐고 물어볼 것 같다.  


모든 선택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있다. 당장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함으로 해서 장기적으로 마이너스인 건 무엇인지도 함께 고려하는 게 좋다. 


1. 의도적으로 팀원들과의 점심을 피하는 건 아닌지?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다만 문제 제공 원인이 특정 팀원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좀 더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필요하다. 특정 팀원과의 문제라면 그건 단순히 혼밥 선호도의 문제가 아니라 갈등 관리에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 나의 조직 사회화 역량 부족은 아닌지?


조직 사회화


'개인이 외부인에서 조직 구성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넓은 의미에서 사회화는 조직의 문화를 학습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사회화는 문화적 적응(acculturation)과 같은 의미를 띤다. 


또한 새로운 조직 구성원이 성공적인 조직의 일원이 되려면 직무 관련 지식과 사회적 지식을 학습해야 하므로 사회화는 맡은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과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하는 것을 포함한다'.


두산백과 내용 발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관계 맺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성향인 경우다. 이 또한 존중해야 할 개인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성향의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할 때다. 온전히 나 자신으로만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직장이기 때문이다. 직장은 공적 장소고 공적 장소에서는 거기에 맞는 멀티 페르소나를 꺼내야 한다.


점심시간은 개인 휴게시간이라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계 갈등이나 조직 사회화 역량 부족과 같은 다른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그건 단순히 혼밥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후배에게 팀원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던 건 그 팀원이 조직 사회화 역량에 있어서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3. 내가 속한 기업의 조직문화 유연성 정도는?


세 번째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내가 속한 기업의 조직문화 유연성 정도다. 요즘 세대를 이해하는 열린 사고를 갖춘 기업이거나 스타트업 중에는 각 직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비교적 잘 형성되어 있는 곳들도 많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앞으로 점점 확대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문화 자체가 굉장히 이질적인 곳, 앞으로 긴 시간이 지나도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다소 수직적인 곳이라면? 나에게는 점심 혼자 먹는 것쯤으로 치부되는 그 일이 나의 평판과 연결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실무 노동용어 사전에서 정의하는 휴게 시간은 다음과 같다. 


휴게시간이란 근로자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휴게 제도는 근로자가 계속해서 근로함에 따라 쌓이는 피로를 회복시키고 권태감을 감소시켜 노동력을 재생산하여 근로의욕을 확보·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위 1번과 2번의 경우 단순히 개인 취향 존중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갈등이나 대인 관계 역량에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3번의 경우는 사실 조직이 변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닐 수 있다는 변화 유연성이 필요하다. 대인 관계 역량이나 조직 사회화 역량은 직장에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판단 잣대에 팀원들과의 점심 여부를 포함시키는 건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나 상황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휴게 시간의 사전적 의미만 봐도 계속 근로에 따른 피로를 회복시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근로 의욕을 확보.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누군가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떠는 게 에너지 재상산에 필요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시간에 혼밥 하며 유튜브를 보는 게, 또 누군가는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게 오후 시간을 좀 더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시간 활용일 수도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10년 전의 변화 속도와 지금의 변화 속도는 다르다. 변화의 가속화에 따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경우의 수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때는 맞았지만 현재의 변화 방향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면 또 다른 의미의 관행일 뿐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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