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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Aug 02. 2022

2021년 무조건 감사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그러니까 2020년 1월에 파리, 스위스를 살짝 거쳐 이탈리아 여행을 했더랬다. 마음같아서는 영국에 며칠 머물렀다 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영국일정이 더해진다면 여행 뒷부분이 막 수업을 시작하기로 한 치매센터 일정과 맞물렸기 때문이었다. 수업을 한 주만 연기하거나 대타강사를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애정하는 그룹이기도 하고 첫 시작을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로마에서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우리 지역에 이제 막 2명 정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상태였고 공공기관의 일정들이 조심스럽게 취소되는 분위기였다. 오자마자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하기로 한 수업은 돌아온 당일 짐을 풀고 있는 중에 취소되었고 그 수업은 지금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해는 줄줄이 취소되는 일정들에 당황해 우왕좌왕하며 아무것도 못했다면 그래도 올해는 뭐라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 했던 한 해였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글을 쓸 수 있고 담을 수 있는 탄츠위드를 만들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싶을 정도로 큰일이었다. ⌜몸⌟지를 만들던 경험이 바탕이 되긴 했지만 ⌜몸⌟지는 종이잡지였기에 디자인이며 인쇄, 발송은 내가 직접 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탄츠위드는 말 그대로 다 내 몫이다. 어떤 글을 실을지의 고민부터 원고를 청탁하고 사진이며 원고를 배치하는 디자인을 거쳐 웹사이트에 올리고(물론 네이버 ‘모두’가 만들어놓은 것에 앉히는 정도이긴 하지만) 독자들에게 발송하는 것까지 오롯이 내가 할 일이다. 


하지만 몸은 고되어도 마음이 힘들지 않으니 재밌었다. 봐주는 사람이 늘어났고 궁금해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탄츠위드에 소개해 달라는 공연이나 행사가 생겨났고 공연에 우리 독자들을 초대해주기도 하고 커피를 보내주신 분들도 많았다. 사이트 방문자도 점점 늘어 많은 달은 3천여 명에 이르기도 했으니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과이다. 이 모든 일들이 혼자였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은 자명하다. 흔쾌히 글을 주시겠다고 말씀해주신 장은정 안무가, 박호빈 안무가, 박소정 안무가가 있어 시작할 수 있었다.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만 했어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3월/Vol.1을 시작으로 어느새 16번째의 탄츠위드를 발행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고 이 일을 이만큼 하게 된 것은 나 혼자만의 결실이 아닌 걸 누구보다 인정하기에 나는 올 한해를 무조건 감사하기로 결정했다. 


탄츠위드를 채워주신 세 분의 안무가를 비롯하여 자신의 춤 경험, 몸의 경험을 나누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코로나로 위태로운 가운데에서도 많은 공연을 볼 수 있었고 글을 쓸 수 있었고 춤을 출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만남이 단절된 가운데에서도 좋은 분들을 만났고 나를 기억해 불러주신 분들이 있어 몇 군데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고 몇 가지 사업의 평가를 맡으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다. 어느 공간이든 들어가면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체온을 재는 등의 몸의 침범 속에서도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인원제한이나 공간의 제약 속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좋은 곳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 내년을 꿈꾸고 있다. 내년에는 나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되고 설레인다. 내일을 꿈꾸게 한 올해, 2021년이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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