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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lare J Mar 06. 2020

포인트슈즈의 구조

발 모양에 맞춰 뱀프를 고르고 발 힘에 따라 섕크 강도를 선택하여
뒤꿈치 쪽 바인딩이 너무 조이지 않는 것.

 

 분명 한글로 되어있는데 알 수 없는 비밀 코드로 가득한 이 문장. 처음 들어보는 분도 계실 테고 수업 중에 귀동냥으로 들어 대략적으로 이해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 문장은 포인트슈즈(a.k.a 토슈즈)를 제대로 고르는 기준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발레 하는 이들이 처음 포인트슈즈를 신게 되었을 때 느끼는 첫 어려움이 아닐까 합니다. ‘드디어 나도 신는구나!’하는 감격과 동시에 윗 문장처럼 암호문 같은 설명을 읽으면 '그래서… 음…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토록 원했으나 아직은 생소한 포인트슈즈. 그래서 대부분 선생님의 추천이 곧 첫 포인트슈즈가 되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선생님 추천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추천받은 슈즈가 더 불편하고 너무 아파 상처가 나기도 하죠. 분명 발레에 능통한 선생님의 조언인데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아무리 발레를 잘하는 사람의 추천이라도 그 포인트슈즈를 신는 것은 결국 ‘나의 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착용하는 ‘나’만이 잘 맞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죠. 따라서 조언을 어느 정도 참고하면서도 우리가 포인트슈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고르는 기준을 직접 배워 내 발에 맞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그럼 정확한 착용 기준을 알기에 앞서 포인트슈즈의 구조부터 정확하게 알아야겠죠!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포인트슈즈 중에서도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부분과 포인트슈즈를 고르기 전에 알아야 할 명칭 위주로 말입니다. 사실 포인트슈즈는 매우 세세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꼭 기억해야 할 부분만 추렸습니다. 그러니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토박스 (toe box)

 토박스는 포인트슈즈를 신자마자 발가락에 닿는 딱딱한 부분으로, 포인트슈즈 안쪽에서 발 앞부분을 감싸주어 발가락을 보호하고 받쳐주는 핵심적인 기능을 합니다. 또한 안정적으로 설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에 슈즈의 뼈대 역할도 하죠. 대부분 토박스는 천과 마분지, 천연직물 등을 접착제에 붙여서 만드는데, 19세기 말 무용수들이 두꺼운 종이와 밀가루 풀 등으로 슈즈 앞부분을 덧댄 것이 그 시초입니다.


 무용수들은 종종 ‘포인트슈즈가 물러졌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딱딱했던 토박스가 슈즈를 신을수록 점차 발 모양에 맞춰 부드럽게 변형되다가 더 이상 발을 지탱할 수 없을 만큼 물렁해졌을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럼 너무 부드러워서 신기 어렵다면 무조건 딱딱한 토박스의 포인트슈즈가 좋은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발의 편안함을 위해 유연하면서도 동시에 무게를 받쳐주는 핵심적인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무용수들이 적당한 강도와 유연성을 가진, 마치 발가락을 딱 안아주는 듯한 최상의 토박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왁스 바르기, 꿰매기 등의 방법으로 포인트슈즈를 관리하기도 합니다.


* 섕크 (shank)

 총 3겹의 밑창 중에서 섕크는 외부와 내부 밑창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중간 밑창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무용수의 발바닥 굴곡에 맞춰 형태가 변화하고 적당한 압력을 가하여 발바닥을 지탱해주는 기능을 하지요. 때문에 토박스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강도와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토박스가 포인트슈즈의 전체적인 뼈대라면 섕크는 중심을 잡아주는 척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몸에서도 척추가 중요하듯 섕크도 포인트슈즈의 핵심 기능을 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발 힘, 발 형태 등을 고려하여 잘 골라야 합니다. 같은 모델의 포인트슈즈라도 섕크 강도에 따라 느낌 차이가 큰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포인트슈즈가 길들여지는 순간부터 섕크는 구조적으로 약화된다는 점입니다. 뻣뻣하던 섕크가 어느새 무용수의 발 힘에 비해 지나치게 부드러워지는 순간부터 섕크는 지지대의 기능을 잃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포인트슈즈가 물러졌다’라는 표현을 쓰지요. 이런 경우에는 그 포인트슈즈를 더 이상 신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무용수가 이 척추를 따라 바르게 서기 위해서는 섕크를 잘 이해하고 예민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 외부 밑창 (outer sole)

 포인트슈즈의 바깥쪽 바닥 표면을 말합니다. 보통 외부 밑창은 한 조각으로 만들지만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2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제작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밑창 길이입니다. 일반 신발에 비해 포인트슈즈의 외부 밑창 길이는 짧은 편으로, 처음 신었을 때 살짝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용수가 발을 끝까지 세웠을 때 중력에 의해 발이 아래로 쏠리게 되는데 이때 외부 밑창이 뒤꿈치보다 튀어나오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짧게 제작한 것입니다. 만일 완벽한 포인트를 선보였는데 밑창만 위로 쑥 올라와있다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 내부 밑창 (inner sole)

 무용수의 발바닥이 직접 닿는 안쪽 바닥 표면입니다. 슈즈 내부는 튼튼하면서도 구부리기 쉽게 제작하고 무용수의 발 아치에 잘 밀착되어야 합니다.


* 뱀프 (vamp)

 포인트슈즈를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발가락을 감싸는 앞부분 전체를 지칭합니다. 플랫폼 끝부터 바인딩까지 연결되는 모든 부분을 지칭하며 뱀프 안쪽에는 토박스가 있습니다. 간혹 ‘토박스=뱀프’라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토박스는 발을 받쳐주는 틀이고 그 틀을 또 한 번 감싸주는 것이 뱀프입니다. 뱀프는 포인트슈즈에서 발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안정감 있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발 모양, 발가락 길이, 발볼에 맞추어 그 형태를 잘 골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발볼이 넓고 긴 발가락을 가졌다면 뱀프 또한 길고 넓적한 형태로 신었을 때 잘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 플랫폼 (platform) 

 포인트 자세에서 바닥과 닿는 3cm 정도의 표면입니다. 초기에는 플랫폼이랄 것이 없이 포인트슈즈가 뾰족한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앞부분이 납작해져서 지금은 평평하고 고른 표면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포인트 자세를 취한다면 오로지 플랫폼에 의지하여 서있게 됩니다. 따라서 안정적인 발레 테크닉을 위해서는 포인트슈즈가 바닥에 정확하게 닿아있도록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리본 (ribbon)

 슈즈 옆면과 연결된 두 가닥의 리본은 X자 모양으로 겹쳐서 발목을 감싸도록 묶고 매듭은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리본 안쪽으로 숨기는 것이 깔끔합니다. 포인트슈즈를 신고 움직일 때 슈즈가 벗겨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끈 (drawstring)과 바인딩 (binding)

 포인트슈즈의 전체적인 너비를 조일 때 끈을 활용하고, 그 끈을 둘러싼 가장자리를 바인딩이라고 합니다. 바인딩 안에 끈이 있어 무용수 발에 맞춰 포인트슈즈의 전체적인 너비를 조금씩 조절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슈즈 모델에 따라 끈 유무가 달라지니 개인 취향에 맞춰 잘 살펴봐야 합니다.



[참고]

김수연.『발레 포인트 슈즈의 시대적 발달사』. 한양대학교대학원 무용학과 석사학위논문. 2008

이발레샵. https://www.eballetshop.com/.


여기저기서 직접 경험하고 읽고 배운 내용들을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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