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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Aug 15. 2022

MBTI NF 네명이 개발하는 팀

사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팀, 우리를 위한 자기 실현 서비스의 시작

MBTI NF그룹에서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는 2x2 = 4

ENFP
ENFJ
INFP
INFJ


우리팀에 있다. 

이 모든 경우의 수가.

ENFP 기획자 로제(나)
ENFJ 서버 라쿤
INFP 프론트 월광
INFJ 디자이너 곰D



사쩜오층 팀빌딩

2022년 겨울이 지나가고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던 3월.

의무처럼 세우곤 하는 새해의 다짐은 찌든 현실앞에서 별 수 없이 희미해졌다.

유튜브 채널도 조금 끼적이고, 간헐적인 컨텐츠를 만들며 좀 숨을 돌려도 늘 조금씩 부족하다는걸 느끼고 있었다. 혼자선 쉽게 느슨해졌고, 변덕스러웠으며, 그만두기 쉬웠다. 간간히 치고 올라오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데는 '팀'이 필요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모종의 결과물, 그러니까 앱이라던가 돈벌이 수단을 위해서 팀이 필요했던건 아니었다. 누군가 "하고 싶은 일이 뭐에요"라고 묻는다면 "원하는 사람들과 재밌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라고 답했다. 팀을 만드는 것은 내가 그리는 이상 중 하나였다. 공교롭게도 회사에서 녹을 먹는 상황에서 팀 빌딩에 대한 권한은 내게 없었으니. 시간이 지날 수록 "어떤 일을 하는 지" 보다 "누구와 어떻게 일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비전있는 일을 향해 간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하던 크게 상관 없었다. 디자인을 해도 되고 마케팅을 해도 되고, 심지어 개발이 필요하다면 개발을 배워도 상관없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팀을 꾸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운이 좋았다.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명확하지도 않았고, 나온 것도 없었고, 그저 사람들이 기록을 하면서 삶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소망, 그걸 너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정도만 있었을 뿐이었는데 거절없이 무사히 팀원들을 한명 한명 섭외할 수 있었다.


라쿤은 제일 먼저 모신 서버 개발자였다. 스타트업으로 치면 공동창업자쯤 되려나. 우리는 늘 경제적 자유와 IT/게임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몸값이 높은 서버 개발자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운이 좋은 일이었다. 기록앱이라는게 그렇게 돈냄새가 날만한 앱은 아니었지만, 일단 작게 뭐라도 시작하기엔 거창하지 않은게 오히려 좋을 법하다 했다. 사실 우리는 돈이 된다던가 서비스가 혁신적이라는 명분보단, 평소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신뢰하는 사이라 함께하게 되었다.


"내가 해도 되긴 하는데, 개발자 한명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혹시 같이 할 사람 있을까? 나는 디자이너를 구해올게."


그렇게 나는 대학 동기이던 프로그래머 월광을, 라쿤은 전 직장동료였던 곰D를 데리고 왔다.


월광은 끌어들인 것은 그가 이전에 혼자 기록앱을 개발하고 있던 것이 생각이 나서였다. 금융업계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하던 프로그래머인지라, 가슴 한켠에 사이드에 대한 열망이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역시 이미 개발해 본 깜냥이 있어선지 "Q&A a day 앱 버전을 만들 것이다" 대충 말해도 곧바로 이런 저런 레퍼런스가 튀어나왔다. 이미 비슷한 선에서 고민해본 사람인거다. 


곰D는 나머지 세명과 달리 노동자의 삶을 뒤로 하고 카페를 차리신 용기있는 사장님이셨다. 왕년에 레드닷 어워드도 수상할 정도로 잘나갔던(?) 디자이너로, 지금 뭐 아무것도 없는 이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구글 미팅을 청했다. 처음 구글미팅으로 만난 사이라 어버버버 제대로 설명도 못했지만 "질문을 다 답하면 책으로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 것이다 하니 매력을 느끼셨다고 한다.


첫 오프 미팅이 진행된 카페 로네펠트의 이름을 따다 루이펠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넘치는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하고 2주만에 팀 이름을 "사쩜오층(4.5F)"으로 바꿨다. 머슬로우의 욕구 이론 4단계인 인정 욕구(Esteem)에서 한 단계 나아가 5단계 자기 실현(Self Actualization)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거창한 비전을 마련했다. 일단 모르겠고 내가 먼저 사쩜오층의 열망을 실현 시켜보면서 살을 붙여보겠다는 특유의 대책없는 이상주의가 우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것 같다.

https://4o5.fr/


사서 고민하는 사람들

유유상종은 정말 진리인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사람을 좀 편식했던지. 팀이 되어보니 우리는 NF들이었다. 

누군가는 비과학적이라며 극혐할 MBTI로 설명하는 것이 좀 머쓱하지만, 정말로 우리 팀원들의 성향을 한번에 설명하는 표현으로 "우린 다 NF다" 보다 더 나은 표현을 아직 찾지 못했다. 프로덕트로 설명하자니 아직 세상에 있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간극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MBTI로 설명하니까 함축적으로 설명이 가능했던 것이다. (NF라 그래)

<내가 생각했던 NF의 성향>
N: 추상적인 관념, 의미, 이상적인 것을 지향하며 발산하는 방식으로 사고한다.
F: 의사결정에 감성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검색이 말해준 NF의 성향>
진실, 공감, 공유 관계를 원하며 의미와 정체성 추구,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음

"질문과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탐험하는 게임을 만들자"는 구름같은 목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던 것은 정체성과 의미에 대해 늘 표류해왔기 때문이다. 


사서 고민하는 사람들

생각이 구름같이 떠올라서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서도 앞서나간 생각이 고민을 만들거나

고민의 범위는 나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로 확장되는 사람들

예컨대 "삶이란 무엇인가" "죽으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인류의 미래" "우주의 근원" 등등 추상적인 의미와 관념에 관심이 가고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


우리는 늘 생각에 있어서 비주류의 느낌을 많이 경험해왔고, 쉽게 이해받지 못해서 늘 생각을 맘에만 많이 품고 살아왔다. 때문에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정리하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의 비주류라서 한켠에 외로웠던 혼자만의 섬에서 "나만 이렇게 삶이 어려운게 아니야"하며 동지를 만나고 싶다. 생각이 너무 많다보니 쉽게 실행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동인을 마련하는데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지는 않겠지만 사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비슷한 팀원들이 비슷한 마음으로 별 대가 없이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가 품은 존재의 이유를 이해할 고객도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일 것 같다. 

사서 고민하는 재질의 사람들. 그래서 자주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스스로가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고민을 사서 하는, 딱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서 같이 노는 상상을 하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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