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데미새의 행복론
데이터 변태라고 불린 적이 있다. 일기를 엑셀에다 썼기 때문이다. 2016년의 나는 각종 활동을 할 때마다 나는 5점 척도로 활동에 점수를 매겼다. 나에게 어떤 활동이 어떻게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지 트래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동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누락되기 일수였기 때문에 IFTTT에 Typeform과 구글스프레드시트를 연동시켜서 스스로 응답을 받았었다. 그러나 일정량의 데이터를 수집한 이후엔 유료 결제가 필요했고, 일상을 데이터로 트래킹하고 싶던 나의 작은 프로젝트는 나와 소수의 몇명만 아는 미제의 프로젝트로 끝나고 말았다.
결국 인간이 하는 생각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비슷한 생각을 하되, 나보다 더 똑똑하고 끈질기며 미친 사람들을 종종 발견했다.
자신의 데이터를 열심히 데이터베이스화 시켜서 시각화 프로젝트를 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How I put my whole life into a single database
운명을 측정하고
매일 입은 옷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Tracking Everything I Wore For 1 Year
그런 미친짓을 나보다 훨씬 똑똑한 양반들이 과학적으로 했고, 입증해줘서, 그게 또 나만하는 생각이 아니라는게 참으로 위안이 되고 다행이었다. 그런 똑똑한 변태들의 광적이고 아름다운 연구결과를 자기계발의 인사이트로 풀었다는게 부족한 데미새인 나에겐 충분히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명백히 데이터에 미친X가 분명한 사람들이 한 연구를 기반으로, 또다른 데미새가 열심히 데이터를 근거로 행복과 육아, 연애같은 인생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술한 책이다. 통념에 맞는 이야기가 7할은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데이터가 같이 붙으니까 괜히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데이터 사례가 많아, 이런 투가 읽기 불편한 사람은 이 책이 쉽게 넘어가진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성적 요소에 대해 어떻게 데이터적으로 접근했는지, 그게 특히 인생이나 행복따위의 정성적이고 관념적인 것들과 관련된 거라면 어떤 인사이트가 있을 지 알고 싶다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것이라 생각한다.
행복에 대한 연구가 궁금하다면
정성적인 요소를 정량적으로 접근한 케이스 스터디를 알고 싶다면
예를 들어 이런 질문에 데이터를 근거로한 인사이트로 포인트를 짚어준다.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가?
숨은 부자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이 부자인 이유는?
연예인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특별히 운이 좋은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을 보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예측할 수 있는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1.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관계에 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연애 상대를 누구를 선택하게 될 지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었지만, 누구와 궁합이 잘 맞을지, 행복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행복한 연애를 보장하는 특징이나 행복한 연애를 가로막는 특징들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의 어떤 알고리즘도 어느 두 사람이 행복한 연인이 될지 아닐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다.
2.
연인관계 바깥에서 행복한 사람이 연인관계 안에서도 쉽게 행복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관한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가 연애 상대의 모든 특징을 합친 것보다 네 배 정도 연애의 행복도를 잘 예측했다.
3.
부모의 영향 전체의 25% 이상은 ‘부모가 아이를 어디에서 양육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그 동네에 사는 성인들과 관련이 있는데, 동네에서 아이가 보고 자라는 좋은 성인 역할 모델은 좋은 학교나 경제적 번영보다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4.
아이들이 자기 부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부모에게 반항하고 부모가 했던 것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려고 한다. 만약 당신이 고학력자에 모범 시민이라면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어떤 부모라도 아이들을 설득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 하게 만들기는 무척 어렵다.
5.
반면에 아이들은 자신이 접하는 다른 몇몇 어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를 자연스럽게 원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당신의 아이들이 모방하기를 바라는 성인들에게 당신의 아이를 노출시키는 게 좋다. 아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 같은 사람 들이 주변에 있다면, 당신의 아이들이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어라.
6.
영업 사원의 감정 표현이 판매량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영업 사원의 긍정적 감정 조차 판매에 도움이 안된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덤덤한 표정을 지어야한다. 덤덤할 때 상품 판매량의 증가효과는 무료 배송 혜택의 두 배 정도에 달했다. 때로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상품에 대한 당신의 열정을 덜 표현해야한다. 그러면 안될 것 같지만 데이터에 따르면 옳은 전략이다.
7.
IT산업은 가격경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소수의 거대 기업에게 지배당하는 경향이 있다.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는 설계가 매우 복잡하지만 재생산 비용은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울타리가 형성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 고용해서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광고비도 가장 많이 지불한다. 소규모 회사가 IT업계의 거물들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8.
수익률 높은 IT기업을 설립한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42.3세였다.
9.
여러 분야에서 10X 기업들과 1X 기업들이 만난 행운 사건의 개수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10X 기업들은 평균 일곱개의 행운 사건이 있었고, 1X 기업들은 평균 여덟개의 행운 사건이 있었다.
10.
성공한 기업들은 자신이 얻은 행운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더 우수했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조직의 행운에 주목하지만 실제로는 그 행운의 배후에 훌륭한 의사 결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1.
예술가로 성공하려면 재능만으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당신 을 발견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차를 몰고 대륙을 횡단해야 한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아직 잡지 못했다면,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들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무심한 선임들 밑에 계속 머물러서는 안된다. 유능한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회사는 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당신이 있는 곳으로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기회가 당신을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
12.
자기 작품 중에 어느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면 그들이 무엇을 세상에 내놓을지를 신중하게 선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반응은 미리 판단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세상에 노출되는 횟수를 줄이고 싶은 유혹을 피해야 한다.
13.
행복을 증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 것 같은 활동을 피하려는 본능을 피하는 것이다. 어떤 활동을 하려는 생각만 해도 입에서 "으아" 소리가 나온다면, 그건 당신이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14.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46.9퍼센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생각하며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그들은 사람들이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는 조금 덜 행복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방황의 내용이 중립적이거나 불쾌할 경우 사람들은 불행해했다. 인간의 정신은 방황하는 정신이고, 방황하는 정신은 불행한 정신이다.
15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우리가 선택한 사람들이다. 애인이나 친구가 아닌 사람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16.
업무는 모든 활동 중 두 번째로 불행한 활동이다. 업무보다 덜 행복한 활동은 앓아눕기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업무가 잡일을 처리하거나, 노인을 돌보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 자신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고 답변했다. 사람들이 자기 일을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할 때 자기 자신에게나 남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을 확률이 생각보다 높다.
17.
데이터에 따르면 당신이 실제로 더 행복해지는 방법은 샤워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 약간 알딸딸한 상태로 준비를 하고, 외출할 때는 멀쩡한 정신을 되찾는 것이다. 그러면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에는 재미있고 알딸딸할 것이고, 외출해서는 머리가 맑고 재미도 있을 것이다.
18.
당신이 회의 중 이라면 당신의 행복 점수는 1.5점 낮아진다. 그런데 당신이 바다에 인접한 육지인 '해안 지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면 당신의 행복 점수는 4.5점 높아져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때의 점수와 거의 같아진다. 다시 말해 회의 장소를 삭막한 도시의 회의실에서 바다와 가까운 지대로 옮기기만 해도 지 루한 활동이 괜찮은 활동으로 바뀐다.
19.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나 호숫가에서 산책하는 일처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들은 꼭 그렇게 황홀한 경험은 아니다. 대부분은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직장에서 오랜 세월을 바쳐가며 지나치게 열심히 일한다. 우리 대부분은 몇 시간씩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며 최근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한다. 우리 대부분은 진짜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없이 몇 달을 흘려보낸다.
20.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활동(엄청나게 멋진 활동이 아니어도 된다)을 충분히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부모의 양육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측면은 꽤 흥미로웠다. 양육보다 유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힘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가도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떤 동네에 살고,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게 만드는 지가 아이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비슷하다. 유전이고, 사는 동네고 결국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타고난 영역인데, 데이터가 그리 말한다니 다소 씁쓸했다. 그래도 좋은 주변사람을 많이 두게 만드는 것은 꼭 비싼 동네에 사는게 아니더라도 부모가 노력한다면 가능한 영역이 아닐까 싶다.
일은 행복을 주는 활동은 아니지만,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법. 그나마 덜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이 책에서 제안한 요소가 재밌었다. 음악, 재택근무, 좋은 사람들과 일하기. 요즘 사람들이 좋은 직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직장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
나는… 음악은 들으며 일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걸까 ㅎㅎ
행복을 주는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에 선택하지 않은 혈연은 위에 없었다.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관계는 능동적으로 우리가 직접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점에 상당한 공감을 했다. 내가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나는, 어쩔 수없이 엮인 관계 사이에서 겉도는 내가 관계에 매우 서툴고 엉망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운을 높이기 위해 - 기회의 모수를 확보하기 위해, 낯뜨거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노출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온라인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과 콜드콜을 보내는 것, 안될 것 같은 기업에도 이력서를 공개하는 것, 그리고 기빨려서 외면했던 오프라인 모임에 종종 얼굴을 비추는 것.
운의 모수를 높이는 또다른 방법, 다작하는 것. 창의력의 원천이 다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다작은 다실패를 의미할 수도 있으니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유행하는 AI 이미지 제너레이터로 내 사진을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본 후, 어떤 버전의 사진이 가장 유능해보일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기왕이면, 일을 할 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해서 하는 편이, 그 곳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능률을 높여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의 성공을 가늠할 때, 경쟁의 리스크로부터 얼마나 대응이 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고 판단해 봐야겠다.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우회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말도 된다.
아직 브런치에 책 정리하는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일단 내용 정리에 대한 부분은 외부 링크를 연결합니다. 이 책에서도 뭐든 다작이 중요하다고 했으니 완벽을 내려 놓고 열심히 이터레이션 해보려 합니다. 책 내용에 흥미가 더 가시면 꼭 원작을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