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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Jan 13. 2024

다시 노래하는 친구에게

싱어게인 3


30년 지기 친구가 톡을 남겼습니다.


'나 싱어게인 출연하게 되었어. 응원부탁해.'


40대 후반 남성에게는 그런 방송이 있었는 줄도 몰랐습니다.

노래를 다시 부른다고 방송을 탈 수 있다고요?

부랴부랴 검색하고 이전 방송을 찾았습니다.

좋아하는 가수 이무진이 여기서 데뷔를 한 것 같네요.

좋은 방송인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답글을 남겼습니다.


'잘해.'


그리고 친구는 석 달이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최종 라운드 진출했다고 남긴 글에 친구들은 놀라움을 넘어 눈물이 난다고 했습니다.

내일모레, 반 백 살을 앞둔 친구들에게 그의 고백은 감동을 넘어 뜻밖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영상을 돌려 보면서 오래전 함께 음악 했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이 친구 고등학교 때도 이 목소리 그대로였어.'


그러나 평범한 일상도 누구나 볼 수 있게 되면 뜻밖의 상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쌓이는 댓글이 처음에는 위로가 되었지만 간혹 불편한 글을 보게 되면

머리끝이 쭈뼛쭈뼛 솟아오르는 기분이 느껴집니다.

친구로서 느끼는 혼란함이 이 정도인데 본인은 얼마나 무거운 마음이 들까요?


무명가수의 도전이라도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그 무게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친구의 무대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나는 지금껏 유명인들의 삶을 함부로 평가한 적은 없었나 돌아보았습니다.

좋은 말을 하는 것 이상으로 좋지 않은 말을 쉽게 내뱉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고 1 시절 밴드 멤버, 저는 얼굴 담당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입니다.

작은 무대에서 쓸쓸히 노래하는 사람도 있고 커다란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요.

많은 사람의 관심이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노래하는 모두가 특별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친구는 다시 노래하는 가수들의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30년 넘게 노래를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노래하는 친구가 아닙니다.

노래가 인생이었던 친구입니다.

남은 인생도 노래하며 살고 싶다고 합니다.

서로의 삶을 응원하기에 서있는 곳은 달라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밴드입니다.


우리 밴드에 들어오시지 않을래요?

악기는 당신의 미소, 함께 부를 노래는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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