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완 Feb 15. 2024

빨간 불





걸음을 멈추고

너를 바라본다


내 심장에도

너와 같은 색이 흐를 텐데

조급해지는 마음은

나를 몰라서일까


내딛고 싶은

생각 앞에 빨간 불


거친 한숨

차오르는 공기에

살며시 뒤꿈치가

들려 오른다


네가 사라지면

초록이 떠밀어

걸으라 재촉하겠지


어차피 걸어 갈 길이라면

너의 빛깔처럼

뜨겁게 살아주리라






집을 나서면 하루에도 수 십 번의 신호를 만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신호를 기다리는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알고 있지만 나의 길을 막아서는 신호가 야속할 때가 있지요.

어린 시절에는 한적한 길이면 주위를 둘러본 후 냅다 달린 기억이 많습니다.

무단 횡단입니다.

아직 교통에 대한 문화적 감수성이 성장하기 전이었으리라 핑계를 대 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수많은 신호가 나를 잡아 섭니다.

성인이 되어서만 생각해도 군대를 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잠시 멈춤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붉은색 신호라고 생각했습니다.

내 삶을 남들보다 더디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신호는 나로 하여금 주변을 살피게 하고 나를 가로지르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만납니다.


어느덧 나는 붉은색 신호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삶의 경험이 나의 다리를 든든히 붙잡아 줍니다.

조금 기다려도 괜찮다는, 그리고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그래요. 

조금 있으면 이제 푸른 신호가 켜집니다.

나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당신과 걸음을 맞춰서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