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작 기와 아래
고운 색 숨겨 두고
살포시 치마폭
잡아 올린 손가락
용마루 내린 끝
추녀의 시선 따라
상념 떨쳐내고
하늘을 바라본다
덧 없이 흐른 구름도
같은 날 없었더라
길어봐야 반백 년일까
마음에 단청을 새길 날도
세월 하 야속한데
너는 언제까지
그곳에서 사람 마음
붙들고 있을까
서울은 참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그중에도 사대문 안을 돌며 여행하는 즐거움이 제법 큽니다.
아픈 역사도 있지만 그런 아픔까지 품고 발전한 도시이기에 걷는 거리마다 이야기가 다릅니다.
고층 빌딩 숲 사이에서 불쑥 만나는 궁궐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궁궐이지만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경희궁에서는 여유롭게 사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성곽길 따라 걸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남대문에서 이어진 성곽 길을 따라 남산으로 오르거나
반대로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돈화문 터까지 닿는 길도 참 좋습니다.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어 내외국인들로 북적이는 길이 되었지만
20여 전 전 친구, 혹은 여자 친구와 걸을 땐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길이었습니다.
여전히 서울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수히 변하는 빌딩의 간판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로 뒷골목 피맛골의 정취, 청계천의 고가도로, 세운상가의 레코드 가게,
충무로와 종로 사이를 채우던 그 많던 극장들도 사라졌지만
사적지로 남은 궁궐들은 시간을 더할수록 진한 역사의 향기를 전해 줍니다.
경복궁에 가면 꼭 근정전을 뒤로하고 광화문 위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근정전 앞에 지어졌던 중앙청 건물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이었기에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철거되었습니다.
중앙청의 웅장하고 화려한 내부를 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광화문의 하늘이 더욱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야 하는 것과 남아야 하는 것이 나누어지겠지요.
나는 언젠가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면 내 짧은 생각은 남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부디 저 하늘을 바라보는 이들 마음에 사랑과 평화가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