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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Aug 07. 2024

바통 터치


올림픽은 다양한 종목의 경기들이 열리는 스포츠 축제입니다.

생소한 경기가 많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면 관심을 두고 지켜봅니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 한 편에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국가를 향한 애국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굳이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도 즐겨 보는 경기가 있다면

저는 400m 육상 계주를 흥미롭게 관람합니다.

네 명의 선수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순위 경쟁을 가리는 계주는 매우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집니다.


육상 계주가 흥미로운 부분은 사람이 아닌 바통이 이어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중간에 바통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떨어뜨리면

아무리 빠른 선수들이 모여 있다 하더라도 우승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다가 바통 터치 실수로 순위가 밀리는 경기가 종종 있습니다.


조금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터치 구간에서 매끄럽게 바통을 전달받으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합이 신체 능력만큼 중요한 경기입니다.

그래서 이변이 일어나고 이변은 올림픽을 보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인생을 종종 스포츠에 비유하곤 합니다.

마라톤이 가장 흔하게 비교되지만 축구 경기처럼 전반과 후반을 나누어 비교하기도 합니다.

9회 말 역전 만루 홈런을 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다 이긴 경기를 실책으로 내어주는 것도 인생일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인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에 스포츠 만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육상의 계주는 다른 종목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손에 바통을 들고 있지 않으면 골인을 할 수 없습니다.

다음 선수에게 제대로 전달되어야 하고 마지막 주자까지 손에 든 채 결승선에 들어와야 기록이 인정됩니다.

그래서 계주는 한 사람의 인생보다 한 시대를 은유하는 경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넘겨받은 바통을 손에 쥐고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리고 언젠가, 혹은 지금 누군가에게 그것을 넘겨주기 위해 달리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온전히 내 것이 없는 것처럼

나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지금 주어진 것들을 넘겨주어야 할 때가 오겠지요?

그때 나는 그 누군가에게 무엇을 넘겨줄 수 있을까 돌아봅니다.


지금까지 내 삶은 타인과 미래를 생각하며 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소비는 낭비로 이어지고 타인의 불편함보다 나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해 왔음을 고백합니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스포츠의 한 경기를 보고 난 뒤

전력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그들에 모습에 벅찬 감격이 쏟아집니다.

뜻밖의 감동은 앞으로 주어진 나의 시간들에 대해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 삶이 다 한 뒤에 살아갈 후손들에게 무엇을 전해 줄 수 있을지 돌아봅니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부디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기를 바라봅니다.

그들의 삶이 보람되고 희망이 넘치기를, 평화로운 달리기가 쉬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시간들이 그런 노력들로 채워 지기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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