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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의 글 May 26. 2024

프롤로그. 글쓰기 모임 운영자의 사적인 기록

글쓰기 모임이라는 여정에서 얻은 의외의 것

매일 글을 쓴다. 수십 명의 회원이 쓴 글도 매일 읽는다. 서로의 글에 공감이 깃든 감상을 전하기도 하고, 더 나은 글을 위한 피드백을 나누기도 한다. 때로는 저자를 꿈꾸는 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단체 채팅방, 온라인 화상,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글 쓰는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2024년 현재, 나는 7년 차 글쓰기 모임 운영자이다. 






사람이 모인 곳의 역사가 대부분 그렇듯 시작은 사소했다. 2017년 당시 나는 취향이 비슷한 또래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조직의 울타리에 들기를 포기하고 자영업자가 되어 너무 일만 한 것이 이유였다. 개인 사업자는 대체로 외롭지 않은가. 그렇게 참여한 독서모임에서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나고, 다음 해에 재미 삼아 글쓰기 모임을 함께 시작했다. 동기는 마찬가지로 또래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모임장도 덜컥 맡았는데, 그때는 몰랐다. 그 시절의 선택이 내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줄은.


전통적인 모험의 서사가 매력적인 이유는 여정의 끝에서 처음 원했던 것이 아닌 의외의 것을 얻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외의 것은 사실 주인공의 진짜 욕망이다.


또래를 만나고 싶다는 소박한 목적으로 출발한 글쓰기 모임은 나를 의외의 곳에 데려다 놓았다. 자아실현처럼 낭만적인 단어는 가슴 깊이 묻어두고 그저 앞가림만 잘하자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글쓰기 모임이 글을 다루고 싶은 나의 진짜 욕망을 일깨워준 것이다.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의 글과 누군가의 글을 책으로 엮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람들과 더 깊이 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1인 출판사를 해보기로 했다. 

출판사의 울타리 안에서 많은 것을 해보리라고.


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았다. 결혼을 했고 나이는 마흔을 넘겼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인생의 무게가 늘어난 지금, 돈을 벌기 어려운 출판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선택이 어떻게 쉽겠는가. 그래서 결심이 오래 걸렸다. 그 사이 나에게 살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가치를 가르쳐준 것도 역시 글쓰기 모임이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논어에서 공자님은 말씀하셨다. 좋은 점은 따르고 안 좋은 점은 고치면 누구에게라도 배울 수 있다고. 그러니 사람이 모인 글쓰기 모임에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관통한 이야기를 글로 음미하다 보면 달고 짜고 쓰기도 하다가 가끔은 처음 느끼는 맛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에서 느끼는 미각이 풍부해진다. 타자의 삶에는 낯섦이 주는 배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록을 살펴보니 지난 7년간 함께 글을 쓴 사람이 500명이 넘었다. 나의 스승도 그만치 된다고 생각하면 과장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성장했다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일, 사랑, 인간관계, 삶의 태도. 삶의 근간이 되는 많은 것을 이곳에서 배웠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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