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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 Mar 15. 2024

피하는 게 상책이다

패턴 인식_길 위에 사람

그저께였다. 집에서 사무실로 가는 길을 걷다 보니 이 미터쯤 앞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이 있었다. 짧은 눈빛에서 뭔가 목적이 있어 보인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걸어가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 뭔가를 보여주면서 말을 시킨다. 나는 무시하고 그냥 걸었다.


그리고 그 바로 며칠 전에는 비슷한 위치에서 나이 든 어르신이 오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가 앞에 지나가는 부부를 지나치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지하철을 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되냐고 하기에 내가 온 방향을 알려줬다. 그러자 반대 방향을 가리키면서 저쪽으로 가라고 하던데 하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그럼 그렇게 가지 왜 나에게 묻냐고 말하려다가 답을 하지 않고 그냥 걸었다. 묻는 내용이나 태도가 길게 설명해 줄 필요를 못 느꼈다. 지금 서있는 곳에서 양쪽으로 다 지하철역이 있지만 가까운 지하철역은 당연히 내가 가리킨 방향이 맞았다. 


길을 걷다 보면 안다. 전방 이미터 앞 저 사람이 길을 물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나에게 말을 시키려 다가올 거라는 것을. 일단 눈빛과 손을 슬쩍 보면 안다. 손에 전단지를 들고 있으면 100프로이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을 때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다가오면 분양사무실이나 도를 믿나요 같은 부류이다. 


대부분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다. 그러면 나는 고개를 들고 멀리 보면서 두리번거리며 빨리 걷는다. 불러도 딴 데를 보고 계속 걸으면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대체로 정말 길을 물으려는 사람은 휴대폰을 보면서 자신 감 없이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길을 걷기가 뒤나 앞에서 기침을 크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있다가 침 뱉는 소리가 들린다. 거리에 침을 뱉을 수 있는 상황이 급박한 상황일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집에서도 걸어가다가 방바닥이나 거실 바닥에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집이 아니니까 지나가는 길에 침을 뱉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대부분 연령대가 있고 남자다. 나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이런 사람들을 길에서 만난다. 내가 길에서 걷는 시간이 30분에서 한 시간 이내인데 그 안에 한 명 이상을 항상 만나니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길을 걷다가 사람 말 소리나 차소리가 아니라 기계를 통해서 나오는 음악이나 뉴스 소리가 점점 내 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기계가 스마트 폰인지 라디오 인지는 정확히 파악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리 작아도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다. 쳐다보면 산책하는 연령대 높은 분들이다. 


이어폰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기가 들으면서 다니는 정도는 소음이 절대 아니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분들이 산책만 하면 좋은데 실내에서도 가끔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노트북 동영상을 보면서 이어폰을 안 쓸 때가 있다. 소리 나서 쳐다보면 백 프로 나이 드신 남자다. 


사람 걷는 보도로 전동킥보드가 다닌다. 뒤쪽에서 뭔가 바람 소리가 들리면 100프로 전동 킥보드다. 길을 걸을 때도 요즘은 옆쪽으로 옮기려면 뒤쪽도 살피고 걸어야 할 판이다. 전동 킥보드가 언제 덮칠지 모른다. 전동 킥보드 타면서 속도 내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젊은 남자다. 대부분 특별한 보호장치도 없이 타는데 내리막길이나 인도에서 속도내서 달리다가 잘못되어도 제발 본인만 다쳤으면 좋겠다.


어제부터는 대로변이 아니라 집 뒤쪽의 동네 길을 걸어서 사무실로 간다. 대로변으로 걸을 때 말 거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날이 따뜻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겨울이 지나갔으니 다시 거리에 길 묻는 사람도 말 시키는 잡상인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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