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안쪽이 찌릿하게 저려올 때마다 나는 세월이 내 몸에 남겨놓은 작은 주석을 읽는다. 젊을 땐 하루 종일 연습해도 다음 날이면 다시 멀쩡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샷 하나에도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를 무시하고 공을 치다 보니, 결국 통증은 나를 멈춰 세웠다. 흔히 ‘골퍼엘보’라 부르는 증상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스윙이 잘못돼서 그래.”
“나이 들어서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원인이 숨어 있다.
통증의 세 가지 원인
첫째, 근육의 불균형
팔꿈치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을 받쳐주는 삼두근과 전완근, 어깨 근육이 약해진 것이 문제다. 버팀목이 무너진 자리를 작은 힘줄이 대신 짊어지고, 결국 통증으로 터져 나온다.
둘째, 회복력의 저하
예전 같으면 하루 쉬면 낫던 통증이 이제는 몇 주씩 간다. 세월은 몸의 치유 속도를 늦추고, 작은 손상들이 겹쳐지며 만성화된다.
셋째, 잘못된 습관
나는 통증이 심해지기 전까지 백스윙에서 억지로 왼팔을 뻗었다. 삼두근이 받쳐주지 못하니, 충격이 고스란히 팔꿈치 관절로 향했다. 작은 오류가 결국 약한 고리를 정면으로 때린 셈이다.
2024년 국내 연구에서는 골퍼엘보의 원인으로 손목 굴곡근의 과부하와 반복적인 미세 손상, 그리고 올바르지 못한 운동 패턴을 지목했다. 특히 팔꿈치 내측에 부착된 손목굴곡근·손목굽힘근 힘줄에 체계적인 재활운동을 적용했을 때 증상이 개선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골프 엘보우 부상에 대한 재활운동의 효과, Journal of golf studies, v.17 no.2, 2023년, pp.207 - 218, Chun, Buong-O외 1명). 즉,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니라 손목과 팔꿈치를 잇는 작은 근육들의 건강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작은 루틴 박스: 하루 10분 골퍼엘보 케어
1. 손목 굴곡근 강화
의자에 앉아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가벼운 아령(또는 물병)을 쥔다.
손목만 움직여 천천히 굽혔다가 내린다. 10~15회
2. 손목 신전근 강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채 같은 동작.
굴곡근과 균형을 맞춰 팔꿈치 부담을 줄인다. 10~15회
3. 손목 스트레칭
팔을 뻗고 손바닥을 위로, 반대 손으로 손가락을 눌러 안쪽 늘리기.
손바닥을 아래로, 반대 손으로 손등을 눌러 바깥쪽 늘리기. 15~20초 유지
4. 그립 볼 쥐기
테니스공이나 고무볼을 꽉 쥐었다가 힘을 푼다. 10~15회
5. 스윙 교정
팔을 억지로 뻗으려 하지 말고, 어깨와 몸통 회전에 집중한다. 팔은 몸의 회전에 자연스럽게 따라가야 한다. 억지로 뻗는 동작이 오히려 엘보를 악화시킨다.
위 루틴을 하루 10분만 꾸준히 해도 팔꿈치의 긴장이 줄고, 스윙의 안정감이 달라진다.
삶과 통증의 닮은꼴
통증은 불편한 신호이자 멈춤의 사인이다. 지금처럼 살아온 방식을 점검하라고, 몸이 스스로 보내는 경고다. 나는 억지로 버티던 습관을 버리고, 근육 하나하나를 다시 일깨우며 새로운 균형을 찾기 시작했다. 골프의 통증은 결국 삶의 통증과 닮아있다. 작은 균열을 무시하면 큰 금이 되고, 작은 신호를 돌보면 회복의 길이 열린다.
골프는 단순히 스코어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다. 몸을 살피는 태도,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수업이다. 골프는 단순히 스코어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다. 몸을 돌보는 태도, 자신을 존중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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