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간 다닌 직장에서
바로 오늘 나는 퇴사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자료를 정리하고 업무 진행 사항을 인수인계 하면서 ‘빨리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런데 바쁘게 지냈던 탓이 미처 느끼지 못했던걸까. 퇴사 당일 아침 기분이 마냥 좋지 않았다.
길고 길었던 재택동안 함께 했던 노트북을 반납하기 위해, 이제 다시는 반복할 일이 없는 길을 나서 회사로 향했다. 퇴사를 하게 된다면 그냥 시원할 것만 같았는데, 괜스레 섭섭이라는 감정이 껴드는 이 순간이 뭘까. 가는 동안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리고 이 감정은 6년 전 연극을 마치고 난 후 그 느낌과 똑같았다.
3개월동안 매일 연습만 하던 배우 시절, 마지막 회차의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커튼콜을 준비하던 그때와 오버랩되었다. 지금 이 공기와 분위기, 같은 목표를 가지고 땀흘리던 동료들과 무대에 올라서 관객들과 호흡할 때 경험했던 짜릿한 순간들. 당시에는 연습이 괴롭기만 해서 빨리 끝나길 바랬지만 막상 엔딩이 오니 모든 순간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지금의 그리움은 연극 무대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6년 전 순수한 마음이 아니다. 결코 회사가, 사람들이 아쉬워서도 아니다. 이 싱숭생숭한 마음은 2년 동안 온몸을 바쳐 몰두하고 불태웠던 내 모습이 벌써 그리워질 것 같은 감정이다.
사무살 책상을 정리하려고 보니 오랜 시간동안 재택만 해서 나의 자리에 있는 유일한 짐은 슬리퍼 뿐이었다. 덩그라니 남아 있는 슬리퍼를 쇼핑백도 없이 서류 봉투에 꾸깃꾸깃 집어 넣고 회사를 나섰다. 절대 아니고 또 아니라는 거 알면서도, 괜히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의 결과가 이 슬리퍼 한 쌍인 것 같았다.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을 겪고 버티며 단단해졌다.
이젠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순간을 기다린다.
더욱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