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자신이 만든다
딸들아,
누가 너희들을 지금의 모습으로 키웠을까?
당연히 엄마가 키운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엄마가 키운 게 아니야.
신도 알아.
우주도 알지.
식상한 말이지만, 엄마도 너희들과 같이 자랐어.
엄마는 아주 작았거든.
키 말고 엄마의 그릇 말이야.
그런 엄마를 너희들이 사랑하고 기다려 준 거야.
엄마는 엄마로 고민하고, 깨지고, 성장하면서 너희들과 함께 했지.
그런 엄마 곁에 붉은 희망처럼 너희들이 있었어.
그래서 엄마는 너희 생각만 하면 눈가가 붉어지도록 미안한가 봐.
지금은 엄마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품이 넓은 딸들이지.
너희는 엄마보다 좋은 어른이고 고운 삶을 만드는 사람이야.
너희가 보여줬던 사랑이,
너희가 지내왔던 시간이,
너희가 만나왔던 현실이,
너희를 강하게 했어.
생각해 보면 신기한 것투성이야.
전에 너희가 엄마에게 새로운 세계였던 것처럼,
엄마 자신을 확장하는 거울이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삶의 증거가 되고 있잖아.
딸 첫째야,
네가 만나는 사람들은 너를 여는 문이야.
그들이 너를 더 넓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네 마음에 들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마음을 다하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음을 엄마는 믿어.
딸 둘째야,
네가 만드는 양식은 사람들을 살리는 생명의 씨앗이야.
너에게 안전한 것이면 사람들에게도 안전하니 꼭 유념하렴.
지금처럼 정성을 다하는 모습 계속 이어가고.
너희들은 너희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삶을 이롭게 하고 있어.
그 사실을 너희 스스로도 믿기를 바란다.
그래야 너희 삶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어.
그렇게 너희들이 훌륭해질 동안 엄마는 엄마를 잘 키워 볼게.
과녁과 같은 인물을 정해 그 방향으로 가보려고 해.
엄마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래야 땅에, 하늘에 부끄럽지 않을 테니까.
이제 엄마는 어른이라기보다는 자연에 스며드는 사람이지.
'행동하는 자연' 주)으로서 자연이 엄마에게 찾아야 할 목적을 남겨야 하거든.
그래서 엄마는 글을 쓰고, 책을 읽어.
더 완전한 엄마 자신이 되기 위해.
주)자기신뢰 철학, 랄프 왈도 에머슨, 2010, 동서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