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반드시'를 가지고 살아간다.
'반드시' ~ 하겠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그 '반드시'에 도달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대의 길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강력하게 경계한다는 것, 강하게 그것을 원한다는 건 그 자극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자극에 매우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다. 나와 '반드시'의 관계에서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반드시'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만다.
'나는 반드시 ~하지 않을 거야'를 마음에 품고 살면,
반드시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나는 반드시 ~할 거야'를 마음에 품고 살면,
오히려 반대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어릴 때부터 수많은 강박관념을 지니고 살았던 터라, 나만의 '반드시'가 참 많았다. 그것은 환경이 내 안에 심어준 신념이기도 했지만, 환경 안에서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신념이기도 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강박관념을 역기능적 사고라고 하고, 역기능적 사고를 수정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인정욕구,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자유로워진 줄 알았지만, 최근 들어 또다시 강하게 올라왔다. 그로 인해 잠시 좌절과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인간이기에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욕구인 듯하다. 이 마음을 알아주는 것, 내 안의 일부라 생각하며 수용하고 더 큰 마음으로 보내주는 것, 그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우리의 내면이 지향하는 '반드시'는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다. 태어난 이후 내가 경험했던 여러 사건들과 그에 따른 나의 심리적 반응이 차곡차곡 만들어낸 것이다. 왜 그것이 내 안에서 생겨난 것인지 근본적인 이유를 탐색하지 못한 채 무작정 '반드시'를 향해 달려나간다면, 내가 추구하는 '반드시'와 내가 마주하게 될 '반드시'는 모두 기존에 내가 경험해왔던 것들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기에 오히려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꿈, 삶을 향해 다가가고 싶다면, '반드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 아니라 반대로 '반드시'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왜 나에게 그러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 일들로 인해 나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 일이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인지 등을 충분히 고민하고 탐색하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애초에 '반드시'라는 건 인간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다. 인간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이상 자유를 박탈당해 버린다. 끊임없이 규칙, 시스템, 체제가 주어진다. 특히나 한국사회는 주입식 교육시스템이 강하여 더욱 '반드시'라는 존재를 늘 달고 산다. 하지만 그 '반드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강박증,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정서적 어려움을 지닌 채 살아갈까.
'반드시 ~하겠다'라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깊은 좌절을 만들고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자아들이 합체하여
'반드시'를 욕망 덩어리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