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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밈 May 11. 2020

영화 음식 작업 일기

아가씨 - 숙희의 밥상

아가씨의 주인공 생쥐 같은 우리 숙희  저 얘기해볼까 각한 건 사실, 아가씨는 김태리 배우세상에 알린 그녀의 탄생작이기도 하기 때문이 드아.

화려한 채색 자기는 히데코, 수수한 분청도자는 숙희로 표현된다.

현장에서 처음 본 태리 배우는 체구는 작지만 강단 있고 씩씩하고 싹싹한 느낌?청난 경쟁을 뚫고 배역을 거머쥐었다기에는 해맑고 잘 웃고 귀엽고 그랬다.

게다가 특히 극 중 몇몇 씬에서의 그녀의 표정과 몸짓이 내게는 영화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열쇠였달까.

바로 아래 사진의 표정도 그중 하나인데 다이닝 룸의 문을 활짝 여는 당당한 숙희의 얼굴로 음식 작업일기의 첫 포문을 열로 했다.

어떻게? 이렇게 활짝~

자, 이분이 바로 내 애기씨다! 자랑하는 듯한 울 숙희
숙희가 문을 열어줄때의 자랑스러움에는 하녀의 인형인 히데코의 타,탁월한 아름다움이 있었으리라.

사실, 숙희는 하녀의 신분인지라 다른 주인공들처럼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그러나 원샷 먹방 씬이 두 컷가량 있고 그때 그녀의 표정은 김태리가 아닌 남숙희로서만 존재감을 발휘하기에 남들이 기억하지 못할 그 찰나를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가씨의 먹방 히어로는 역시 우리 하배우님이 차지하셔서 다들 숙희가 뭘 먹는지는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이미 숙희가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는 점에서도 첫 번째 주인공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장담컨대 아가씨를 세 번 이상 봤어도 숙희가 먹는  음식이 뭔지 맞추지 못할 것 같지만... 일단, 기억을 되짚어 보자.
코우즈키 저택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종이에 싼 무언가를 먹으며 검지와 엄지를 쪽쪽 빨던 숙희가 기억날까?
하녀로서 아가씨가 사는 세상에 들어가는 첫날조차 (게다가 아가씨를 속여먹이고 크게 한탕을 하러 가는데) 앞으로의 사건들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든든한 뱃심으로 떨치려는 듯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되바라진 숙희의 모습에서 그녀의 대담한 성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장면은 푸드팀 없이 진행해서 시나리오 체크하고 현장에 있던 스텝들에게 교차 확인하여 메뉴를 알아냈다.

뭘~까요? 정답은 글의 맨 마지막에 공개할게요~^^

요렇게 야무지게 밤참을 챙겨 먹은 숙희가 저택에서 처음 먹는 식사 하녀들의 아침밥상은 촬영 진행상 거의 끝무렵찍었다. 영화상에서는 대저택에 딸린 화관으로 보이지만, 사실 하인 숙소이고 한국민속촌에서 진행했.

저택을 안내하던 사사키 부인이 자랑했듯 우즈키 저택은 양관과 화관을 합친 본채와 서재가 있는 별채, 그리고 하인들의 숙소로 구성되어 있다.

본채로 촬영된 저택은 나고야 미에현에 있는 록카엔 ( #六華苑 )인데 육화원으로도 불리며 영국 건축가 조지아 콘도르가 설계한 이지, 다이쇼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푸른 잔디밭 왼쪽은 화관으로 사무라이 정신을 녹여낸 일본식 목조건물이, 오른쪽은 유럽풍 저택이 자리 잡고 있. 이 장소를 찾기 위해 로케이션팀이 얼마나 헤매었을지 안 봐도 알겠을 정도로 안성맞춤 장소지만 양관쪽의 디자인을 박 감독님이 100% 맘에 들어하시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류미감님은 단순히 영국풍의 건축특징만을 더한 것이 아니라 독일, 영국, 스코틀랜드(서유럽과 중앙유럽)와 노르웨이스웨덴(북유럽)의 건축양식 요소를 결합하여 디자인을 다듬었다고 한다. 코우즈키 저택 내부의 소품 사용에도 범아시아적 요소를 살렸듯, 건물 외관에서는 범유럽적인 디자인으로 색다른 유럽풍 건물을 만드신 것 같다. 이상한 것, 낯선 것을 좋아하는 박 감독님을 위한 류미감님의 맞춤형 공간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새로 디자인 된 양관의 외양은 로마네스크의 돔과 아치, 고딕 특유의 뾰족한 첨탑과 첨두아치가 교묘히 섞여있다. 탑옥을 중앙에 두고 바로크 적인 대칭 요소를 살린 건물의 외관은 붉은 벽돌과 넝쿨이 감싸고 있는데 연세대학교의 언더우드 관이 떠올랐다. 언더우드관은 고딕 리바이벌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며 중앙 현관문이 튜더 (Tuder)풍의 아치로 지어진 붉은 벽돌의 건물이다. 지붕의 컬러감은 글래스고 성당이나 독일의 브레멘 시청의 지붕 색감과 유사하다.

실제 록카엔의 모습
류미감님이 디자인한 코우즈키 저택의 양관과 CG로 구현된 이미지

좌) 언더우드 건물과 브레멘 시청, 글래스고 성당의 지붕 색감 우) 코우즈키 저택의 CG 전후


자, 이 장면들을 찾아보면 이게 CG 였다고? 놀라게 될 텐데 사실 아카이브 자료를 보면 CG팀뿐만 아니라 편집이나 음악, 사운드 디자인팀 등 각 팀의 세세한 노력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아카이브에서 이전형 슈퍼바이저는 건물에 붙은 담쟁이덩굴의 실재감이나 그것의 양과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까지 컨펌한 박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 외 영화적 설정을 그래픽으로 강조한 부분이나 분장 또는 연출팀이 놓친 세세한 부분의 디테일들을 만들어 낸 부분을 읽으며 완벽주의의 끝판왕들이 모여 (꾸밈 포함) 열심히 작업했구나 하는 생각 가슴이 좀 벅찼었다.

더불어 우리도 아카이브에 실릴만큼 중요한 부서가 되야하는 음식영화가 어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아가씨의 아름다운 미장센은 조명 카메라 미술 의상 분장 등 보이는 것에서부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스텝의 총체적 노고의 결정체가 아닐까 싶다.

특히 아가씨의 VFX를 맡은 포스 크리에이티브파티(4th CREATIVE PARTY)의 수장 이전형 대표는 2019년 모팩의 박영수 부사장과 함께 한국인 최초로 영화 시각효과 부문 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됐다.

괴물, 올드보이, 설국열차, 대호, 옥자 등에서 그 실력을 발휘한 슈퍼바이저 그의 팀 역량을 조금 더 구경해보자.

CG팀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VFX 기술이란, 시각적인 특수효과(Visual FX)를 말한다. 존재할 수 없는 영상이나 촬영 불가능한 장면 또는 실물 사용에 문제가 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이용되는 기법과 영상물을 통틀어 말한다.  CG(Computer Graphic)는 VFX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아예 다른 건물로 변신 쨔잔~,또는바다가 생기는 기적.
이 벚나무는 소록도 중앙공원의 벚나무를 화면에 옮겨심었다. 벚나무둥치를 두개로 만들어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한 은유를 담았다고. 결과적으로 미술의 대칭적 요소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CG 효과 덕에 우린 코우즈키 저택 어디가 세트이고 어디가 실제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민속촌에서 촬영된 하인 숙소는 내게도 하나의 의문점이긴 했다. 그토록 느리고 무디고 추한 조선을 경멸하는 코우즈키가 아무리 하인 숙소라지만 조선식 건축물을 그대로 뒀을까 하는 부분.

역시 아카이브 자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감독님은 그 집이 사사키 부인과 살던 옛 집으로 코우즈키가 역관 시절 자신의 초라한 과거와 화려한 현재를 비교해 보며 만족감을 느낀다고 상정한 것이다.

역시 배운 변태의 디테일이 드러난다고나 할까.

그렇게 우리는 촬영을 위해 민속촌을 가야 했고 나는 스텝들에게 짐을 잘 쌓을 수 있도록 흔들리거나 떨어져도 내용물이 괜찮은 것들과 꼭 직접 들고 운반해야 하는 것들을 나눠 싸는 것을 당부했었다. 민속촌은 내부에 차량이 다닐 수 없기 때문에 허가받은 몇 팀의 차량 외에는 모든 짐을 주차장에서부터 들고 날라야 하는데 그 거리가 무척이나 멀어서 행여나 두고 온 것이 있으면 준비 시간을 맞추기가 빠듯해지므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또 하나.. 춥다. 이상하게 봄에도 민속촌은 춥다.

실내의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으로 디딜 경우 발이 시릴 정도라 봄에도 옷을 단디 챙기고 양말도 여분을 더 준비하도록 한다.

따로 조리 시설도 없고 불 사용도 어려운 곳에서 배우들이 직접 먹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하려면 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애가 탔겠냐만은 신기한 것은 몇 년이 지난 지금 내 기억 속에 민속촌 촬영은 몇 가지 에피소드와 단편적인 이미지 외에 점심 먹으러 장터로 가는 길만 선명하다. 어쩌다 보니 박 감독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게 됐는데 분명 우리 팀 스텝들과 같이 걸었을 텐데 그저 박 감독님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흘끔거리던 기억만 또렷하다.

성덕이란 자고로 이런 것 아닐까.
함께 걸었다. 그것으로 되었다.

신을 따돌리는 다른 하녀들에게 기죽지 않는, 당찬 숙희의 모습으로 그녀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에 등장할 밥상은 바로 코우즈키가 하인들의 아침 식사다.

동시에 아가씨의 시선으로 보이는 2부에서도 밥 먹는 숙희의 신발을 몰래 숨긴 하녀들을 조르륵 세워두고 주동자에게 가차 없이 따귀를 때리는 아가씨의 모습을 통해 어렵게 구해 온 어수룩한 하녀가 도망갈까 봐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히데코가 첫눈에 까만 눈동자의 숙희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상징을 은근하게 끌어내는 씬 이기도 하다.

콘티 그대로 촬영된 하녀 구타씬(줌쎈님 캡춰했어요~ 감사해요)

미술팀의 래퍼런스를 받고 몇 가지 자료가 오고 갔다.

유통이 발달되기 전이라 계절과 지역에 따라 현격히 그 차이가 도드라지는 밥상일 테고 또 일제 치하 1930년대

조선인 하인의 밥상이 기록으로 남아있을 리 만무하기에 1930년대 신문 기사와 소설 및 많은 도서를 찾아봤다.

또, 일식이 조금은 섞여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며 그 시대 일본 가정의 식사 장면을 끝없이 웹 서칭 .

1930년대 동아일보 "명일식탁표"(제목이 넘 귀여워) 에는 일반 가정의 세끼 식단이 기록되어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
그 시절 일본 가정의 식탁 차림 자료들.

어느 지역인지 명확히 나오지 않지만 본에 해안도로라고 숙희가 저택으로 이동하던 을 설명한 점이나 그들이 일본으로 도망갈 때 으로 가서 배를 타고 다시 연락선을 타는 분 등을 보부산 안쪽 내륙, 낙동강이 이어지는 양산이나 그런 곳쯤으로 생각하며 밥상을 구성했다.

지정 음식으로 이미 된장국과 잡곡밥이 정해져 있었다.

언제나 디테일한 미술팀의 래퍼런스 이미지.

잡곡밥과 몇 가지 찬, 강이 바로 옆이라는 설정하에 민물생선 or 반건 생선구이로 결정하고 컨펌을 받았는데 민물 생선은 구이보다는 찜이나 조림을 많이 하고 반건 생선은 지역이 특정되지 않아 종류를 정하기 어려웠다. 수로를 통해서도 물품의 이동이 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제철 생선구이로 메뉴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컨펌된 상차림 래퍼런스.

주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회유성 물고기인 조기나 고등어, 삼치, 부서, 병어 같은 물고기들은 어획량이 풍부해 바닷가 서민들의 흔한 찬이라는 기록에 따라 계절 설정인 4~7월의 생선이며 서해와 남해에서 모두 잡히는  병어를 굽기로 했다. 껍질이 벗겨지지 않게 굽는 노하우를 발휘했으나 반찬이 푸짐해 보인다는 지적과 생선을 담을 만한 접시의 수량도 넉넉지 않아 현장에서 out 당하고 말았다. 담거나 옮기다가 음식 모양이 다칠 것까지 예상해서 필요량보다 더 준비하는 데다 먹는씬 연결될 거 고려해서 병어구이 왕창 데려왔는데 이럴 때 참 아깝고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씬에서의 식기는 미리 종류를 정하고 소품팀에서 렌털 했는데 수량을 맞추다 보니 옛 그릇들이라 크기가 완벽하게 똑같지 않았다. 때문에 상에 놓였을 때 현실감은 들었으나 반면 인물이 여럿 잡히는 이 앵글에서는 좀 복잡해 보여서 애써 준비한 요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시뮬레이션을 100번 해봐도 현장에서의 상황은 예측 불가라 흔한 일이다.

처음 일 시작했을 때는 아쉬움에 발을 동동 거렸지만 언제나 부족한 것보다는 넉넉한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제는 맘이 느긋하다.

먹는 장면은 연결을 위해 늘 배 이상을 준비하기에 촬영 전, 장보고 손질하고 조리하는 준비시간이 길고 재료비가 많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리고 모든 음식은 여분을 더 준비했다가 컷, 싸인이 나면  그릇 채 교체해야지 그때 반찬을 현장에서 다시 담으면 시간이 지체되어 촬영에 지장을 준다. 여분의 식기가 넉넉히 필요한 이유다.

살이 약한 병어를 잘 구워갔지만 오른쪽 상차림으로 최종 결정.
콘티와 실제 촬영장에서의 카메라 앵글.

그리고 하인이더라도 남녀가 유별한 시기였기에 여자 하녀들은 두레상으로 세팅하고  방에 차린 남자 밥상은 3인 세겸상으로 연출했다. 밑에 현장에 세팅된 세겸상 사진을 첨부했는데 역시 편집된 화면에서는 안보이.. 엉엉.

조선시대는 물론 구한말에도 가장만 각상 (진정한 의미의 혼밥)을 받거나 다른 남자들과는 아래 첨부한 사진처럼 독상을 받아 함께 식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자들은 따로 모여 식사를 했는데 네 명 이상이 같은 밥상에 둘러앉는 콘티 상의 차림이 바로 두레상이다.

여기서 조선의 상차림 명칭을 체크해 보자.
가장 웃어른에게 드리는 한상을 '각상'이라 한다.
이건 계급에 따라 다른데 혼자서만 식사가 가능한 공간을 갖추었느냐의 여부다. 혼자만 자기 공간에서 (즉, 사랑방) 상을 받는다면 '각상'이라 칭한다.
사랑채가 없더라도 안방에 가장의 상을 따로 차려도 '각상'을 차린 것이다. 이때 건넌방이 그 외 식구들의 식사 장소가 된다. 이 남성 공간인 사랑채에서 아들 등 성인 남자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방식이 되면 독상 또는 외상이라 불리는 상을 받은 것이다. (안방에 모이는 경우도 마찬가지, 나머지 식구들이 모이는 건넌방에는 당연히 두레상이 차려질 것이다) 할아버지와 종손은 겸상을 할 수 있지만 부자지간이나 부부간에는 겸상을 할 수 없다.
여성 생활공간인 안방에서 (안방을 남자에게 내어 줄 경우 건넌방이 안방 역할) 아들과 며느리가 각각 다른 밥상으로 밥을 함께 먹으면 독상 혹은 외상이라고 했단다. 즉, 식사하는 장소가 같으면 독상 (=외상) 혼자면 각상인 거다. 헉헉.
성인 남성 외 가족은 모두 안방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집이 대부분이고 이 안방에서의 상이 '두레상'이다. 한상에서 둘이 먹게 되면 '겸상'이라 하고  셋이 같이 쓰면 '세겸상' 넷 이상은 '두레상'이라 부른다.
하아... 이해.. 가 됐을까..
좌) 구한말의 식사 장면으로 각상을 받아 함께 먹는 독상(=외상)이다. 우) 세명이 한상에 먹는 세겸상으로 아가씨 현장에 차린 남성들 식사.

된장국, 두부조림, 김치, 쌈야채와 풋고추, 고추장, 묵나물인 고사리나물을 투박한 왜사기와 분청에 담았는데 밥공기가 진짜 너무 커서 요즘 밥그릇 두 개 분량 이상 담아야 소복한 고봉밥 완성. 배우분들이 맛있다고 막 드시는데 밥 부족할 뻔해서 아찔하기도 했다. 밥을 푹푹 먹는 지정 인물  외에는 (떠먹다가 들키면 안 되니까) 쿠킹포일을 공처럼 말아서 그릇 바닥을 채우고 그 위로만  밥을 덮어서 위기를 모면했다.

콘티랑 비교해보면 왜 박감독님의 스토리보드가 가장 정확하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준비하는 나로서도 안심되고.

해물 육수까지 내서 집된장 넣고 진하게 끓인 된장국부터 모든 요리는 촬영장 이동 바로 전까지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상태로 준비한 뒤 이동한다. 국은 농축 상태로 진하게 맛을 낸 뒤 현장에서 물을 더 넣어 끓이는데 전기팬이나 전열 조리도구를 이용한다. 데워야 하는 것들 외의 반찬류 역시 여름이 아니더라도 아이스박스에 보관한다. 음식 때문에 혹시 모를 문제를 일으켜 배우들에게 지장이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에 위생을 스타일링만큼 중요하게 챙긴다. 삼희 상가에서 렌털 한 분청과 왜사기들은 모조리 씻어서 준비했다가 음식을 담기 전 한번 더 물티슈로 닦고 큰 쟁반에 담 여러 번  촬영장소로 옮긴다.

맛있게 드시라고 늘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기에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면 진짜 행복가득이다.

이 날도 하녀 보출 분들이 너무 맛있다고 나물 더 달라, 국 채워달라, 고추장 더 달라하다가 쉬는 시간에 우리 쪽 텐트에 와서 고추장 상표를 물어보기까지. ㅋㅋ

마미 표 마늘 고추장이라고 하니 "어쩐지~"를 연발하기도 해서 음식 만든 보람이 물씬 풍긴 현장이었다.

촬영 음식 맛없다는 분들도 많으신데 꾸밈은 달라요 달라.

왜 다르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모던보이> 편에서 풀어놓을 요량이다.

아쉽게도 이 날 준비하고 있던 우리 텐트 속 사진은 없다.

너무 바빠서 찍지를 못한 것이 아쉽.

요렇게 숙희가 볼이 빵빵하게 먹는 두 번의 식사 장면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숙희가 뭘 그리 맛나게 먹었나 볼까?

그렇다, 쑥떡이라서 종이에 저리 많이 묻어난 것이다. 찰기가 있으니 손을 쪽쪽 빨 수 밖에 없었을텐데 감독님 디렉션이 아닌 그녀의 자연스런 생활 연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참, 급, 상식 하나 전한 드아..
"아유 뭔 밥을 고봉밥으로 주더라니까"
"할머니가 꾹꾹 눌러 담아주신 고봉밥에는"
이런 표현이 익숙하겠지만 그 의미는 잘 모를 것 같아 전달하는 우리말 공부.
고봉밥 : 높을 고(高)에 받들 봉(捧)
귀한 밥을 수북이 쌓아 정성을 담아낸다는 의미.
우리말 배우고 미술 양식 건축 양식 정보에
아가씨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식 얘기까지.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돈도 줍는 최강 유익한
영화 음식 작업일기 아니냐 말이다.
구독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우리나라 영화상 가장 현실감있는 고봉밥씬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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