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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서 생성으로

<수행성과 매체성_21세기 인문학의 쟁점>을 읽고_

by 사유무대



해석에서 생성으로


기존 인문학은 언어와 텍스트를 중심으로 의미를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파비스는 몸, 감각, 공간, 기술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공연’을 새로운 인문학적 탐구의 장으로 제안한다. 이는 고정된 텍스트를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 속 상호작용과 감각적 체험,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발생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시각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의 학습이 단지 지식을 전달받는 행위가 아니라, 참여자가 감각하고, 행위하고,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 다시 말해 스스로 사건을 발생시키는 시간으로 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지점에서 수행성과 매체성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 평가하는 전 과정에서 참여자의 변화와 만남을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적 틀이 된다.

수행성과 매체성
■ 수행성_ 행위가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
수행성이란 정해진 의미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행위를 통해 생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연극 수업으로 본다면 대본에 따라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과 정체성을 재구성하며 ‘살아 있는 행위’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의미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수행성은 자기 삶의 문제를 감각적으로 되묻고, 몸과 감정을 통해 다시 구성해 보는 실천적 과정으로 작동한다. 교육에서 수행성이 잘 작동할 때, 참여자는 자신의 행위를 통해 의미를 스스로 ‘발생’시킨다.
■매체성_ 감각을 구성하고 인식을 유도하는 전달 방식
매체성은 전달 방식과 기술적 조건이 참여자의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어떤 인식이 구성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활용의 차원을 넘어, 감각과 인식의 구조가 어떤 매체를 통해 조율되는가에 주목하게 한다. 인식 = 감각 × (매체)
어떤 매체(음향, 조명, 영상, 디지털 인터페이스 등)를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참여자가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은 달라진다. 이는 감각의 폭을 확장할 수도, 반대로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교육 설계 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핵심질문: 두 개념을 적용한 창작과 교육 성찰
Q. 이 매체는 무엇을 감각하게 하고, 무엇을 감추는가?
Q. 참여자는 어떤 ‘행위’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새롭게 구성하게 되는가?
Q. 지금 이 장면(또는 활동)은 행위와 매체 사이에 어떤 긴장 또는 전환을 만들어내는가?
Q. 매체는 표현을 확장하는가, 통제하는가?
Q. 이 경험은 참여자에게 어떤 ‘새로운 말하기’나 ‘새로운 보기’를 가능하게 했는가?


_2025년 5월 교육연극연구소 사유무대 권소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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