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10일간의 기록
오늘은 긴 여정의 또 다른 시작, 관광벤처 사업 지원서를 정식으로 제출한 날이다. 이번이 내가 구상한 콘텐츠로 처음 정식 도전장을 낸 셈이다. 그동안 틈틈이 정리해왔던 아이디어들을 서류로 꿰맞추며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계획서를 마감하는 순간에도 자꾸만 다시 열어보게 되는 마음. 혹시 빠뜨린 건 없을까, 더 좋은 표현은 없었을까.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지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게 느껴졌다. 오늘은 스트레칭을 하며 마음도 몸도 풀어주기로 했다. 창업이라는 것이 머리로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낀다. 제출을 마친 지금,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다. 나는 내가 준비한 만큼, 결과도 나올 거라고 믿는다.
“오늘은 좀 쉬자”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는 창업자다. 아침부터 전화영어 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것저것 처리할 일들이 생겨 외출했다. 오후엔 문서 작업도 조금 하고, 할 일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그제야 “오늘은 좀 쉬자”는 다짐이 생각났다.
사실 창업 초반에는 쉬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은 안다. 꾸준히 달리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쉼표를 찍을 줄 아는 사람이 긴 문장을 써내려갈 수 있는 법이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 마음의 쉼을 허락하는 날이었다.
오늘은 전략적으로 정리하는 하루였다. 내가 만든 브랜드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어떤 협력 파트너들과 함께할 수 있을지, 동시에 정리 중인 예창패·신창사 서류는 어떤 버전으로 나가야 할지 등을 큰 틀에서 다시 점검했다.
특히 ‘협력업체 리스트업’은 단순히 이름을 적는 게 아니라, 실제 연결될 수 있는 루트를 상상하며 정리했다. 브랜드란 단지 디자인이 아니라 실행력이라는 걸 다시 실감한다. UI/UX 디자인도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사용자가 실제로 콘텐츠에 접근하고 느끼는 흐름을 하나하나 시뮬레이션하며 마무리 작업 중이다. 오늘도 한 줄 한 줄, 브랜드가 탄생하고 있다.
오랜만에 특허 검색 플랫폼인 키프리스에 들어가 봤다. 불현듯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누가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이미 특허를 냈으면 어떡하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비슷한 아이디어가 등록되어 있었고,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줘~”라는 농담 섞인 탄식을 해봤지만, 결국 중요한 건 디테일과 실행력이라는 걸 알기에 다시 침착하게 비교해봤다. 다행히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구상하는 기술 구조와 운영 모델이 어떻게 기존 아이디어와 다르고 어떤 차별성을 지니는지 명확히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
제주도에 온 지 백일이 넘었지만, 아직 ‘관광’다운 관광은 해보지 못했다. 서류가 마무리되면, 제주 한 바퀴를 나 자신에게 선물해야겠다. 일종의 ‘비즈니스 회복탄력성’ 투어랄까.
요즘은 하루의 대부분을 문서 안에서 보내고 있다. 정리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만들고, 팔고, 피드백을 들으며 고객과 호흡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은 모든 준비의 시작점인 ‘서류’에 매달려야 할 때다.
문서란 참 묘하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글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글이기도 하다. 내가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누가 우리의 고객인지 매번 묻게 된다. 그래서인지 문서 작업은 때론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내적 정리 과정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해녀 분들이 물질을 나가고,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지나가고, 고양이는 햇살 아래 나른하게 몸을 말고 앉아 있고, 봄꽃 향기는 더 짙어졌다. 그렇게 한 바퀴 달리고 돌아오면, 머릿속이 마치 물로 세척된 것처럼 맑아진다.
달리기는 나에게 ‘창업 루틴’의 일환이 되었다. 복잡한 생각이 많을수록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일이 정리된다. 아침 달리기를 마친 날에는 자연스럽게 데스크 앞에 앉게 되고, 더 오래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나만의 리듬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초기 창업자에게 꼭 필요한 자기 관리 방법이라는 걸 실감한다.
내 사업에는 생성형 AI가 들어간다. 직접 개발하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외부 AI API나 솔루션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문서에 잘 녹여내야 할지 고민이 크다.
“AI 기술을 사용한다”고만 쓰면 너무 뻔하고, 반대로 기술 구조를 너무 세세하게 쓰면 나의 역할이 모호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사용자의 여정에서 AI가 개입해주는 순간들’을 중심으로 흐름을 짜고 있다.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해결하는 문제와 제공하는 경험이 중요하니까. 그 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예창패 서류를 준비하면서 내가 얻은 교훈은 세 가지였다.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아라: 내 안의 확신도 중요하지만, 밖에서 보는 시선은 때론 전혀 다른 신호를 준다. 친구, 전문가, 사업가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에게 문서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들었다. 어떤 말은 아프고, 어떤 말은 날카로웠지만 모두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시각화의 힘을 믿어라: 글로만 쓰는 설명은 한계가 있다. 표, 도식, 이미지 등은 같은 내용을 한눈에 전달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IR 문서나 공모 서류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판단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이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서 툴도 전략이다: 나는 한글 서식을 잘 다루지 못해서 처음엔 그냥 뒀었다. 그런데 한글 고수 친구가 서식을 조금 만져준 것만으로도 문서의 인상이 달라졌다. 내가 하지 못하는 영역은 도움을 받는 것도 전략이다. 이 또한 ‘함께 만드는 사업’의 일환이다.
오늘, 드디어 예창패 지원 완료. 마침내 제출 버튼을 누르며 들었던 생각은, “이제 다음을 준비하자.”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선언했다. 물론 몇 통의 메일은 확인했지만, 적극적으로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 며칠간 서류 준비에 쏟아부은 에너지를 보상하듯, 스스로를 느슨하게 놓아주는 날.
쉬는 것도 기술이다. 에너지를 회복하고 관점을 되찾는 과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충분히 쉬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한 투자’였다.
요즘은 콘텐츠 시나리오를 개발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많이 고민한다. 사용자 흐름, 버튼의 위치, 애니메이션 타이밍 같은 요소들이 ‘문학적 언어’가 아니라 ‘구현 가능한 언어’로 정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창작 언어와 개발자의 기술 언어가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문서를 만드는 일. 그게 내 역할이자 또 하나의 창작이다. 이 작업이야말로 기술과 콘텐츠의 경계를 잇는 다리. 무너지지 않게, 천천히,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