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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Oct 02. 2023

중 2는 진정한 정온동물인가?

대한민국의 중2를 탐구해 보자. 2


중학생이 되면 교복 구매비를 나라에서 지원해 준다. 교복 1벌과 체육복 1벌이다. 지자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교복은 와이셔츠가 1장이다. 1장의 셔츠로 교복을 입을 수는 없으니 최소 1장은 더 구매해야 한다.

체육복은 최소 1벌은 더 사야 한다. 교복보다 체육복을 더 많이 입고 다닌다고 하니 땀냄새나는 체육복을 이틀 입게 할 수는 없다.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하복을 산다. 처음 교복을 살 때처럼 반팔 셔츠 한 장, 체육복 1벌을 더 산다.

그리고 깨닫는다.

“쓸데없는 데다 돈을 썼구나. ” 하고.


아이가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간 날, 학생 식당에서 선배들을 처음 보았다. 식당에 가득히 차 있던 선배들은 신입생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킥킥대며 웃었단다.

“야, 전부 마이까지 다 입고 왔어.”

선배들 대부분은 회색이나 검은색 후드 집업을 입고 있었고 그 안에 어떤 교복을 입었는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긴 체육복바지로 보아 체육복이겠거니 할 뿐이었다. 신입생들은 첫날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모두의 옷차림이 바뀌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산 교복이 입어보고 싶기도 했을 테고, 하얀 조끼에 넥타이를 맨 자신의 모습이 멋져보기도 했을 테니까.

하지만 가을쯤 되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긴 체육복 상하에 후드 집업을 걸쳤다. 다들 그려려니 했다. 날씨가 추우니까.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가을부터 겨울, 다음 해 봄이 되어도 동복 체육복에 후디를 입었다. 교복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가 없는 듯했다.

마침내 여름이 되자, 후디를 벗었다. 그뿐이었다. 동복 체육복은 한 여름에도 살아남았다.

체육복 반바지는 세상 밖을 단 한 번도 나가보지 못하고 서랍에서 사라졌다.


셔츠에 조끼, 마이까지 갖춰 입어야 하는 교복은 귀찮을 수 있다. 나 또한 활동하기에 편한 옷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복의 날’을 지정할 정도로 사시사철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건 체온의 변화가 전혀 없는 진정한 정온 동물이나 가능한 일 아닐까? 너무 진화해서 계절 감각이 무뎌지고 있는 것인지..


정말 중 2는 진정한 정온 동물일지도 모른다.



Main pictures by

Philipp Lansing i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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