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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진 Jan 15. 2023

선생님인데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번에 새로 수업을 시작한 아이의 두 번째 수업 때였다.

문제를 푸는데 잘못된 답을 적기에 틀렸다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다시 한번 설명했다.

내 말을 듣고 답이 잘못된 걸 깨달은 아이가 내게 따지듯 말했다.

"아니, 왜 안 알려줘요? 알려줘야죠! 선생님인데!"

몇 글자 적은 것이 억울한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어린아이들은 글을 쓰는 것도 싫어하지만 다시 고치는 건 더 싫어한다. 새 문제를 풀어도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것이다. 아이는 쓴 것을 고치면서 내게 다시 항의했다.

"선생님인데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닌데?"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니, 그러면!"

내가 말했다.

"나는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야. 널 알게 하는 사람이지. 내가 다 알려주면 넌 뭐 할 건데?"

아이가 낮게 '아..' 하는 소리를 낸다.


누구는 언어유희라고 할 수도 있다. 해석하기 나름 아니냐고, 말장난이라고.

하지만 내가 아이에게 강조하고 싶은 건 결국에 '하는 건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뜻을 알아듣고 바로 인정하는 아이가 난 너무 기특하고 예쁘게만 보였다.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 가장 못하는 건, 상대의 뜻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려 "그럼, 이건?" "그럼, 저건" 하기 일쑤이고

"그거랑은 좀 달라" 라며 선을 긋는다.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바로 볼 줄 알고, 바르게 고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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