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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즌디 Mar 31. 2024

당신은 데이터를 잘 다루는 MD입니까?

(1) MD가 생각하는 데이터 분석_마인드셋

안녕하세요. 즌디입니다.


기업의 사업 구조마다 MD가 하는 일은 매우 다를 텐데요.

하지만 하는 업무가 달라도 MD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신 것 같아요.

공통적으로는 본인의 실적을 분석하거나,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하는 일에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MD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 볼 거에요. 막연하게 데이터를 잘 다루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어떤 것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선 MD가 생각하는 데이터 분석의 방향부터 정의해 볼게요.

저는 개인적으로 MD가 데이터 분석을 할 때의 프로세스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하고 있어요.


첫째, 왜 분석할 것인가?

둘째,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셋째,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왜 분석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첫 번째 단계인 분석의 이유를 생각하고 분석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정말 분석까지 필요한 일인가?"라는 의구심은 꼭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진행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이렇게 해야만 불필요한 분석 업무를 줄일 수 있거든요. 


분석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겠죠.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MD가 하는 액션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일 겁니다. 쉽게 말해 액션의 가성비이죠. MD가 하는 데이터 분석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혹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조금이라도 생각이 들면, 그 데이터 분석은 시작하면 안됩니다.


상황에 빗대어 조금 더 쉽게 설명드려볼게요.

여러분이 어느 정도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의 상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00님이 데이터 분석을 잘하니깐 이것 좀 분석해 봐. 상무님이 오늘 회의에서 말했는데, 본인이 우리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다가 보니깐 본인의 생각에는 배너의 위치를 이렇게 바꾸는 게 고객 유입이 더 늘 것 같다고 하시네. 마케팅팀에서는 바빠서 못할 것 같다고 하고, 그래도 우리가 관련 부서이고 00님이 데이터 분석을 잘하니깐 한번 검토해 봐"


위의 팀장님의 말에서 우리는 해당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할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시켰으니까...?


그렇다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뭘까요? 첫 번째는 해당 의견은 상무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입니다. 고객 데이터를 본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추측성으로 내려오는 대부분의 TOP-DOWN 업무들은 시간을 들여 분석을 하고 보고를 해도 '아 그래?'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의견이었을 것입니다. 그 이슈가 회사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리티컬 한 이슈였다면 이미 해당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죠.


두 번째로는 해당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부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데이터를 잘 다룬다는 이유로 일을 추진하는 점입니다. 본인이 데이터를 잘 다룬다고 해도 해당 이슈를 관리하는 부서보다 잘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어차피 분석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이 생길 테고 그 부서에 문의를 하게 될 테니깐요. 선만 넘고 끝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해당 관리 부서에 속한 것이 아니라면 생각하는 방향이 애초에 다를 겁니다. MD의 영역이 아닌 곳에 MD의 생각을 박아 넣는다는 것이죠. 이건 회사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옳지 않은 방향성이겠죠.  


서두가 길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 두 가지입니다.

분석 행위의 효율성을 생각하자. 시간은 한정적이다. 어렵겠지만 거절도 설득력이다.

선은 넘지 말자. 전문이라는 말이 괜히 전문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자.


데이터 분석은 꼭 필요할 때만 하고,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굳이 분석에 힘을 주지 마세요.

그 시간에 일과 업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겁니다.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하고 시각화하는 것은 누구에게 보고를 위해서 할 때가 아니라 MD 본인의 생각에 근거를 더해줄 때 빛을 발하게 됩니다. 즉 데이터 분석을 하기 전에 본인의 전략과 방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혹자는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전략과 방향을 먼저 정하냐?"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의 업을 잘 이행하고 고민하는 MD라면 누구나 검증되지 않는 몇 가지 전략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글은 잠시 접어두고 본인이 업을 하는 시장에서 몇 가지 검증되지 않은(검증하고 싶은) 방향부터 찾으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자면, 데이터 분석은 만능이 아니고 엠디는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데이터 분석은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 의견을 뒷받침해 주는 도구로 사용해야 큰 힘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예시를 들어볼게요.

상사가 "00님, 이번 달 매출이 전년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왜 그런 건지 확인해 주고 매출 회복 전략을 구상해 보시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지금까지 제가 봐온 대부분의 MD분들은 아래와 같이 말하곤 했습니다.


"팀장님, 매출 감소 원인은 확인해 보니 A카테고리의 B채널의 C상품의 매출이 전년비 많이 감소되었더라고요. 그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래하고 있는 협력사에도 확인해 보니 현재 업계 시장 트렌드상 C상품의 트렌드가 많이 쳐지고 있습니다. A카테고리의 행사를 진행해서 매출 회복에 힘쓰겠습니다"


위 보고 내용에는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오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카테고리 실적 부진의 원인을 파악했어야 하는데 MD는 단지 카테고리의 실적을 세분화시켰을 뿐이다.

위에서 팀장님은 카테고리의 매출이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라고 했습니다. 즉, 인과추론을 통해 매출이 감소하는 주된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MD는 그저 특정 상품을 원인이라고 보고했죠. 해당 상품에서 매출이 많이 감소했고 카테고리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주었을 거라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런 분석은 본질적인 매출 감소의 원인과 요소를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즉 매출 감소가 상품의 구매전환율이 낮아져서, 혹은 재구매율이 감소 추세여서, 방문자 수가 많이 줄어서 등 개선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요인를 파악해야 했습니다. 이상적인 답변 중 다음과 같을 겁니다.


"팀장님, 마침 최근 구매전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었는데, 말씀하신 매출 감소에 이 부분이 큰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구매전환율이 다른 변수들보다 해당 기간 상관계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고 인과관계를 보았을 때 구매전환율이 매출에 영향을 주는 독립변수는 맞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구매전환율을 올리기 위한 행사를 마케팅팀과 기획해 보겠습니다. 구매전환율이 오른다면 자연스럽게 매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둘째, 협력사를 통해 불확실한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 흔히 협력사에게 업계 동향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시장과 가장 근접해 있는 파트너(?)이기 때문일 겁니다. 다만, 대부분의 협력사 담당자도 그저 감으로 움직이고 있을 거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죠. 이렇기 때문에 협력사에게 의존하는 MD는 가격 협상에 있어서도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협력사에게 문의해서 시장 동향을 알아보고 이를 보고 하기보다는 공공데이터, 외부 업계 보고서 등에서 확인을 하던지 하다못해 크롤링과 같은 리스크가 있는(?) 기술이라도 응용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데이터 분석의 끝은 무조건 결론이 있어야 합니다. 의미 없는 결론이라도 말이죠. 왜냐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도 결론이니깐요. 그렇게 결론을 지어두어야 나중에 누군가 똑같은 길을 밟고 오지 않을 거예요.


조금 더 들어가서, 결론은 간결해야 합니다.

의미 없이 나열되어 있는 그래프와 표들, 그리고 해석하기 어려운 지표 등 겉멋에 취한 결론은 해석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말은 MD가 액션을 취할 때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불분명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이 모호하고 해석이 어려운 상황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만약, 데이터 관련 부서와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아마 결론이 굉장히 자세하게 도출될 겁니다. 그리고 굉장히 논리적인 것 같은 보고서를 공유해 줍니다. 다만, 몇몇 보고서들을 보면 결론이 무엇인지가 빠져있는 보고서들이 있습니다. 그런 보고서를 보고 있자면 그래서 MD는 무엇을 해야 하지? 데이터 부서가 일처리를 잘못한 걸까요? 아마 그건 아닐 겁니다. 데이터 부서는 보통 요청받은 대로 요건대로 분석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MD가 아니고 텍스트 또는 구두로만  요청을 전달받았고 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만을 했을 테니까요. 현장을 모두 이해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는 담당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MD를 하다가 데이터분석 담당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애초에 MD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데이터 담당자들도 많죠.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MD가 가설을 제공하지 않는 등 본인이 무엇을 분석하고 싶어 하는지 모호하게 전달해 주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목적 없는 데이터 분석은 모호한 결과만을 도출할 뿐이죠.


요약하자면 데이터 부서와 협업을 하든 본인이 직접 데이터 분석을 하든 본업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데이터 분석의 결과를 보고 액션을 취하는 사람에게 맞춰져서 결론이 지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결론은 수치적으로 이러합니다. 따라서, 이 요건을 요청하신 MD분들은 이렇게 액션을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라고 까지 결론이 도출되어야 실용적인 데이터 분석이 끝나게 되는 것이죠.


글을 마무리하며...

그래프가 화려하다고, 정밀한 지표를 개발하고 분석했다고 해서 대단한 데이터 분석은 아닙니다.

현업에서 쓸모 있는 데이터 분석이 진정으로 대단한 거겠죠.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기에 앞서 꼭 기억하셔야할 것은, 여러분이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가로 업을 전향하고 싶은 것인지 본업의 일을 하되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고 싶은건지 명확히 하고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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