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즐길 것

인연이란 관계 맺기: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

by 봄날


한 달 전쯤 회사 후배에게서 사무실을 새로 구해 이사를 하고 함께 일했던 선후배 동료들을 초대해 조촐한 개업 파티를 한다고 초대를 해왔다. 마침 그날은 100년 만에 가장 많이 내린 가을비가 온 뒤라 저녁 날씨가 근래 가장 쌀쌀한 날씨였다. 오랜만에 반가운 후배들도 만날 겸, 또한 그 같은 건물에 있는 친구도 만날 겸 설레임과 함께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서둘러 출발을 했다.


세상살이에 대한 이치와 계산보다는 세상을 향한 열정과 도전으로 회사가 지금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한몫을 담당하느라 꽃이 피는지, 낙엽이 지는지 조차 모르고 동분서주, 좌충우돌했을 때가 있었다. 함께 일했을 때 회사의 생활신조가 “회사가 명령하면 한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너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와 같은 말들을 농담 반, 진담 반 후배들과 공유하며 치열하게 일했을 때는 회사가 속한 산업에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pride, passion, professional이란 세 가지 긍정 마인드로 무장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업무 추진과 조출 만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힘든 시절을 함께 살아냈다.




누가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묵적으로 전해 내려온 회사의 생활신조는 은연중에 우리들의 정신을 지배했다. 순서대로 북한 노동당, 국가안전기획부, 성경(욥기 8장 7절 말씀)에서 나오는 말들의 조합이었다. 어찌 되었든 회사는 존폐를 논했던 IMF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신사업의 잇따른 발전적 확장과 M&A 한 사업들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이젠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로 성장하고야 말았다. 지금 회사에 존재하든, 아니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났든 모두 지금의 훌륭한 회사를 있게 한 감사하고도 고마운 사람들이고, 소중한 인연이다.


우리는 누구나 대략 3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우리를 돌보고 가르쳤던 가정과 학교를 떠나면 사회로 나와 대개 회사란 조직 생활로 첫출발을 하게 된다. 지연, 혈연과 학연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닌 직연으로 맺어지는 네 번째 인연이 시작되는 곳이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대략 삼십 년 동안 맺었던 혈연, 지연, 학연은 우리의 평생을 지배하지만 직연, 함께 일했던 인연은 가끔은 사람에 따라 그다지 소중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런 잘못된 생각은 틀렸다. 회사란 직장은 학연, 지연, 혈연과 달리 필연적이거나 운명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란 사회에서 처음으로 함께 일하며 직연으로 맺게 된 선택적인 관계일뿐더러 나의 의지에 따라 그 인연은 지속할 수도 있고, 또한 회사를 퇴사하면 끊을 수도 있기에 살아가는 동안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필연적인 인연인 혈연, 지연, 학연에 비해서 때로는 매우 소홀하게 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맺은 모든 인연은 한치의 차별도 없이 모두 소중한 인연이다.




“인연이란 이 세상 아무 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중에서




굳이 영화의 한 대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다. 그렇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맺은 인연 중 모든 인연을 다 챙길 수도 없고, 챙길 필요도 없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계 맺기 또한 때로는 비우고 버리는 것이 우선인 정리, 쓸데없는 관계 정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내 마음속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했던 사람, 내 삶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던 사람, 그리고 오늘의 내가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만 챙기면 된다. 그래야만 효율적인 관계 맺기가 될 수 있고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이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직장생활의 인연, 직연도 소중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소중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의 가슴과 가슴 한가운데에는 이심전심의 무선국이 있어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희망과 기쁨과 용기와 힘의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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