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ing & listening
요즘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가 아닌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문제로 말이 많다. 문득, 오래전에 했던 부부싸움이 생각났다. 휴일 오전 아내가 약속 때문에 외출할 일이 있어 내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외출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집을 떠나기 전에 내가 못 미더웠는지 아내가 특별히 당부했던 일이 아이들과 점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집에서 만들어 먹지 말고, 배달을 시켜 먹거나 아니면 김밥을 사다 먹으라고 특별히 당부를 하고 아내는 집을 나섰다. 아내 없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던 탓에 갑자기 아이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냉장고를 뒤지던 중 우연히 삼겹살을 발견했다. 삼겹살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아이들도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에 흔쾌히 동의하고 좋아했다.
가스레인지에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달궈지기를 기다렸다가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삼겹살에서 나오는 기름과 함께 생삼겹살을 프라이팬에 올릴 때마다 뜨거운 기름이 사방으로 튀고 이만저만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름 가장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그때는 삼겹살 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늘 아내가 구워주는 삼겹살 구이가 사뭇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준비과정과 뒤처리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내가 부탁했던 아이들의 점심을 끝내고 난 후 뒤처리는 대충 그릇들을 정리해서 싱크대에 담가 놓았다. 나름 아이들에게 배달음식보다는 아빠로서 직접 맛있는 한 끼를 만들어 제공했다는 뿌듯한 부심도 생겼다.
휴일 오후 늦게 외출을 다녀온 아내는 어지럽혀진 부엌의 상태를 보고는 너무 어이가 없다는 듯 내게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아내의 점심 부탁을 나름 잘 해결했다고 생각한 나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반갑게 아내를 맞이하던 중 생각지 못한 봉변에 너무 당황했다. 이해할 수 없는 아내의 분노에 너무 억울했고, 나 또한 화가 치솟았다.
그렇게 나는 한바탕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에야 왜 이 사달이 났는지 알게 되면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아내가 화를 낸 이유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미리 예상하고 아이들과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분명히 디테일하게 설명해주고 부탁했지만, 나는 기껏 아내의 당부대로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내 생각대로 한 것이었다. 주부들은 금방 공감하겠지만 삼겹살을 부엌에서 구워 먹으면 온 사방에 끓는 기름이 튀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부엌이 온통 기름 천지가 된다는 걸 나는 몰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배달음식을 시켜주지 않고 나름 직접 만들어 먹였다는 자부심을 갖고 칭찬을 기대했다가 예상치 못한 아내의 반응에 화가 났지만, 아내와 싸우며 그녀가 화난 이유에 대해 점점 이해를 하게 되었다. 아내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내 멋대로 한 결과였다.
더불어, 집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일만큼은 밖에서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내의 말이 곧 법이요, 진리다. 그만큼 주방 공간은 전업주부들의 내공과 헌신이 아로새겨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청년세대들처럼 가사노동을 무조건 반반 나누어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해서 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통은 상대방의 말을 잘 귀 기울여 듣고, 그가 원하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많이 하고, 상대방의 말은 대충 듣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 불통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불만들이 계속 쌓여갈 수도 있다. 소통은 공간과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입사 후 신입사원으로 그룹 입문교육을 받았을 때, 용인 놀이동산 옆에 있는 연수원에서 ‘수명 및 보고’에 대해 상사와 부하로 나누어 롤플레잉(role-playing)을 했던 생각이 난다. 상사가 지시한 내용을 잘 듣고 메모하고 난 후, 다시 그 상사가 지시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며 되물어보고 혹시 궁금한 점이나 의문이 생기면 즉시 질문하고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수명 업무와 보고 과정에서 업무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상사의 부정확한 지시나 잘못된 수명 업무의 이해로 인한 비효율을 제거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행해서 조직의 갈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