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으면 안 될 오십 가지와 버려야 할 세 가지
삼십 대 후반에 출판된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나카타니 아키히로)란 책을 읽고 ‘그 50가지’ 중 나의 이십 대에 미처 하지 못했던 20가지 정도를 후회했던 적이 있었다. 그중엔 몰라서 못한 것보다는 알면서도 안 했던 것들도 있었고, 작가의 말처럼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안 했던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 가지들은 이삼십 대에 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그 20가지 중 “하고 싶은 일을 분명히 정하라””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라”같은 경우가 대개 그렇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편하게 내 감정에 솔직해져 본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상대방을 배려하다 보니 그랬던 적도 많았고, 내 감정에 너무 솔직해지다 보면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또, 내 솔직한 감정 표현을 감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단, 나약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이용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난 후 언제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기보다는, 회사 일로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회사를 그만두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영업이나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자연인으로 사는 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인 줄 알았을 때가 있었다.
눈앞의 스트레스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그저 그 지독한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또 다른 생각일 줄은 몰랐다. 흥분해서 심하게 화가 났을 때 내뱉는 말들이 반드시 마음에 있는 말이 아닌 것과 같다. 그래서 늘 화를 내고 나면 나중에 후회하기 마련이다.
나이 오십이 넘으면 버려야 할 것들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짐이 될 뿐인 과거,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상처받고 후회하고 미련을 두는 것이다. 아무리 후해해 본들 이젠 영영 되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일 뿐만 아니라, 다시 되돌려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쓸데없는 짓이란 말이다. 삶은 계속된다.
두 번째, 착한 척하느라 나와 내 주변의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착한 척하느라 정말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쓸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소중한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자신을 배려하지 않거나, 또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할 때 후회해도 소용없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직함에 연연해 노후의 삶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아무것도 아닌 그 직함에 집착하고, 그 자신이 아닌 그 직함으로 대접받고 존중받는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또는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더더욱 그 직함에 집착하느라 은퇴 이후의 삶에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삶을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지옥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직함을 가지고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한 자의든, 타의든 그 직함을 내려놓았을 때, 부족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 상실감을 채우고자 또 다른 직함을 찾아 나서는 순간, 삶의 수단과 목적의 경계에서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면, 그 직함도 결국 삶의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십 후반이 되면 생물학적으로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아있는 나이가 된다. 지천명, 즉 하늘의 규칙과 이치를 알 나이가 되었으며 스스로 온전하게 그 이치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인생은 붙잡고, 놓는 것의 균형이다.
하지만, 백세시대 운운하며 스스로 교만하면 이를 깨달을 수가 없고, 특히 자신이 잘 나간다고 생각할 때가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 자기 삶의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다다익선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목적에 집중할 수 없고, 그 자체가 목적이지 않은 삶은 쉽게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