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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14. 2024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 “

새벽부터(트위터리안)


 몇 년 전, 아내는 자신이 팔로잉하고 있는 어느 트위터리안의 글을 소개했다. 그는 은퇴를 하고 지역의 어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주로 새벽마다 짧은 트윗글로 매일 올리고 있었다. 매우 짧은 글이지만 아내는 그 글을 읽으면서 사뭇 큰 울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 역시 바로 그분의 트윗글을 팔로잉하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이면 그분이 올린 글을 읽고 아내와 함께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또 그분이 밤새 경비근무하는 동안 들었다며 올린 클래식 음악을 무작정 유튜브에서 찾아 듣고, 그분이 남긴 감상평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그분의 아래 대문글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인용하기도 했다.



”가난하고 삶이 힘겨울 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확신이었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길을 걸어야만 아름다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가난하다고 책을 사지 않으면 더 가난해진다는 것을. 삶이 힘겨워 음악을 사치라고 여기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았다. “


최근에 그분이 몇 번의 거절 끝에 그 트윗글들을 모아 책을 출판했다는 트윗글을 보았다. 그 책은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워터베어프레스)라는 제목이었다. 그분이 트윗글을 올리면 알림을 받고 4년째 매일 읽고 있다. 며칠 전 연합뉴스 인터넷판에 올라온 그분의 기사가 아래와 같이 소개되었다.


횡성호수 둘레길


“경비원 A 씨의 일과는 새벽부터 시작한다. 4시 20분에 일어나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고 출근한다. 5시 40분에 아파트 경비실에 도착해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신다. 눈이라도 오면 제설작업에 나서야 한다. 고되지만 일을 마친 후 마시는 커피는 꿀맛이다. 커피를 마시며 밖을 보면 새벽바람을 맞으며 출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는 회상에 잠긴다.


"사람들이 일터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저런 사람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내리던 시간은 꿈이었을 것이다."



A 씨는 새벽의 단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적어 올렸다. 살아가기의 버거움, 슬픔, 가끔 솟아올랐다가 꺼져버리는 희망을 두서없이 썼다. 아무런 홍보가 없었는데도 1만 7천 명의 팔로워가 생겼고, 일주일에 45만 뷰가 꾸준히 찍혔다. 최근 출간된 '나는 가장 슬픈 순간에 사랑을 생각한다'는 2021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A 씨가 쓴 트윗을 모은 에세이다.”


브런치에 굳이 그분에 대해 글을 올리는 이유는 그동안 그분의 트윗글을 읽으며 많은 사색을 했고,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분의 트윗글을 통하여 매일 아침마다 클래식을 듣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나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 어느새 그분을 존경하게 되었고, 브런치에 그분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내 나름대로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아래 글은 최근 그분이 올린 트윗글의 일부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두 편의 독자 리뷰를 읽는데 자꾸 눈물이 흐른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책을 읽고 쓴 글에서 큰 감사와 위로를 받는다, 내 글이 정말 그런 찬사를 받아도 되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


그분이 올린 그 트윗글을 보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 홈페이지를 찾았고, 그분의 책을 읽고 어느 독자가 올린 독서 리뷰를 찾아 읽어보았다. 그리고, 아래 그 독자의 리뷰를 소개한다.



”읽다가 줄 긋고 메모하고 다시 형광펜으로 칠하느라 책이 닳을까 걱정이 된다. 닳을까 애타는 마음은 그간 독서 중 거의 처음이지 싶다. 쉬우나 쉽지 않고, 가벼우나 가볍지 않은 그러면서도 울림이 길고 묵직한 글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렇게 나이 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이런 리뷰 글마저 함부로 쓰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예약판매로 먼저 구해 읽었고, 가장 아끼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다시 한 권을 덜 닳도록 소장용으로 구입하려 한다. 이것은 한 번도 뵌 적 없는 저자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다. 이 책을 발굴하신 출판사가 고마울 따름이다. “



나는 오래전 아내가 소개했던 그 아파트 경비원, 아니 지금은 어느 건물의 경비원으로 치열하게 생활하고 있는 ‘새벽부터’님의 트윗을 팔로잉하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그의 트윗글을 읽을 것이고, 그분의 삶을 응원할 것이다.


 내가 일면식도 없는 어느 한 사람을 존경하고 응원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좋은 분의 트윗글을 내게 소개하고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현명한 아내와 더불어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일상의 삶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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