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
무더운 여름밤에 영화채널에서 보여주는 ‘더이퀄라이저 3‘(The Equalizer3, 2024)’을 보았다. 이미 덴젤 워싱턴 주연의 더이퀄라이저 1,,2,3편을 모두 봤지만 채널을 돌리지 않고 무심히 봤다. 철저하게 권선징악을 기본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출이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 ‘범죄도시’와 같은 시리즈물이다. 그 3편은 이젠 하다 하다 이탈리아 마피아까지 싹 청소하는 덴젤 워싱턴의 연기가 압권이다.
‘더이퀄라이저’ 시리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더이퀄라이저 3’ 편임은 물론이다.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비슷한 영화, ‘맨온파이어’(2004)를 보고 난 후 영화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취향을 배려한 후배로부터 이 영화를 추천받았다. 그중 시칠리아가 배경인 ’ 더이퀄라이저 3‘편이 가장 취향에 맞았다. 회사의 비즈니스로 이탈리아를 많이 다닐 수밖에 없었고, 눈에 익숙한 풍경들과 이탈리아 사람들이라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 영화 ’ 더이퀄라이저 3‘은 전편과는 달리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고 바로 넷플릭스에서 상영되었다. 덴젤 워싱턴이 전작에 이어 전직 특수요원 '로버트 맥콜'을 연기했고, 영화 ‘맨온파이어’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다코타 패닝도 19년 만에 어른이 되어 CIA요원(콜린스)으로 함께 연기했다. 시칠리아섬의 아름다운 해안마을을 중심으로 덴젤 워싱턴(로버트맥콜)이 이탈리아 마피아를 상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초반에 마약을 밀수하던 마피아의 포도농장에서 그들을 일망타진하고 돌아서던 덴젤 워싱턴이 그 마피아 두목의 손자에게 총을 맞고 해안도로의 차 안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게 된다. 그때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군경찰 조에게 발견되어 해안마을의 존경받는 의사인 엔초 할아버지의 치료를 받는 장면이 있다. 그때 엔초가 응급처치를 받고 깨어난 덴젤 워싱턴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나쁜 사람입니까”하고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을 받고 잠시 고민하던 덴젤 워싱턴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가 기력을 회복한 후 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자신을 치료해 주었는지 의사 엔초에게 묻는다. 그때 엔초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정말 좋은 사람은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그 장면을 보고 문득 나도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잠시 머뭇거리다가 덴젤 워싱턴처럼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바로 분명하게 대답할 순 없어도 최소한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인간으로서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꼭 그렇진 않았지만, 학교에서 배운 대로 가능하면 4대 성인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해 왔던 것은 분명했으니까. 내가 아는 부처님 말씀의 핵심은 ‘인생은 원래 괴로운 건데 욕심내면 더 괴롭다 ‘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누가 너한테 못되게 굴어도 너는 그러면 안 된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해라 ‘라고 말씀하셨다. 공자님 말씀의 핵심은 ‘네가 하기 싫은 건 남한테도 시키지 마라’라고 가르쳤으며, 소크라테스는 ‘남한테 지적질하지 말고, 너 자신을 돌아봐라’라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면 모두 우리가 살면서 그 가르침대로 생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일 것이다.
하지만, ‘더이퀄라이저 3’에서의 덴젤 워싱턴은 그 성인들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똑같은 방법, 아니 그 이상으로 나쁜 놈들을 철저히 응징하고 우리가 할 수 없는 대리만족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우리 인간의 본성은 성선설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성악설이 맞는 것인지 사색할 때가 많이 있다.
가끔은 전쟁과 각종 범죄 뉴스를 볼 때면 인간은 원래 악한 동물인데 여러 사회적 규범과 20년을 전후한 교육, 그리고 종교 때문에 그나마 선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영화로부터 배운 분명한 교훈이 있다면, 언제나 우리의 약점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과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