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휴일 밤, 채널을 돌리다가 빌 게이츠가 출연했던 유퀴즈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봤다. 그는 90년대 후반에 윈도우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을 열어주었고, 미래학자들이 말했던 정보고속도로를 실현해 주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늘 세계최고의 부자라는 인식이 앞섰던 그가 창립한 빌 게이츠 자선재단의 이사장 자격으로 빈곤국의 보건 의료분야에 대한 협력문제로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유퀴즈의 대담에서 그가 말했던 이야기 중 가진 자의 무게, 즉 베풂과 나눔에 관한 그의 부모님 말씀과 아무리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년 일주일만큼은 세상과 단절하고 혼자서 책을 읽고 사색하는 ‘생각의 주간’을 갖는다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한때 세계 최고의 부자에게 부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갖게 한건 역시 교육이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 무너져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떠올랐다.
또한, 역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함께 반드시 사색이 따라야 하고 뒤이어 실천이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도 분명해졌다. 위인전처럼 사실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에서 배울 건 별로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시대와 상황이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대개 성공한 이야기는 그 결과를 가지고 거꾸로 짜깁기되어 궤변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패한 이야기에는 진솔함이 묻어있고 소중한 경험이 있다.
어설픈 부자는 자랑을 하고 진짜부자는 선물을 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진심이 담기지 않은 청탁용 선물로 지금 호된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빌 게이츠처럼 진짜부자는 빈곤국에 그의 자선재단을 통해 2045년까지 현재 기준 280조 원을 모두 보건 의료분야에 선물하기로 했다. 사후 부자로 죽었다는 세상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우러러보였다.
얼마 전, 김 아무개 카카오회장이 SM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되었고 검찰에서 15년형이 구형되었다. 그 실체적 진실이야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했던 명백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선 제대로 된 수사 없이 궤변을 늘어놓고 무죄를 주장했던 검찰보단 김 아무개 회장의 말을 믿고 싶었다. 몇 년 전 그가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그때 그가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이 시를 말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사람들에게 칭송받고 아이들의 애정을 얻는 것
정직한 비평가에게 찬사를 듣고 잘못된 친구의 배신을 인내하는 것
아름다운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남에게서 가장 좋은 장점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지
한 뼘의 정원을 가꾸든지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떠나는 것
한때 이 땅에 살았다는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살기 수월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이런 시를 좋아했다는 그가 투병과 시련에서 잘 견뎌내기를 바란다. 무엇이 성공인가. 최근 3대 특검의 조사로 점점 드러나고 있는 사건의 실체보단 그에 관련된 소위 우리나라의 엘리트들을 바라보면서 엘리트주의에 대한 회의와 함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성공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사회적 공론이 있었다. 그들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신의 개인적 출세를 위해 인간실격인 인간들의 불법계엄과 부정부패의 도구로 일했기 때문이다.
창문을 두드리는 새벽 빗소리에 잠이 깼다. 누군가 빗소리에 잠이 깼을 때 문득 떠오르는 이름 하나는 있어야 인생이라고 말했는데, 어젯밤에 봤던 유퀴즈의 빌 게이츠가 했던 말만 생각났다. 그 후 새벽시간의 깊은 사색의 결과를 모아 이 글을 썼을 뿐이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아니다 ‘라는 그의 말은 결국 삶은 보람에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달려있고 거기에서 고민도 행복도 시작된다는 말이다.